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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애플 페이-유니온 페이, 중국 결제 시장 전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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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 페이는 모바일 전자 결제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습니다. 딱히 애플이 내놓은 서비스라서가 아니라 기존 진전이 거의 없던 NFC 결제에 화두를 던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성과도 내고 있죠. 대신 아직은 미국에서의 성과라는 점입니다.
 


애플 페이-유니온 페이, 중국 결제 시장 전초
 
 지난달, 삼성은 중국의 최대 카드사인 유니온 페이(Union Pay)와 제휴하여 NFC 결제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이전부터 계획한 것이긴 했으나 애플이 중국에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포부를 밝힌 터라 선수를 친 격이 되었고, 애플 페이의 중국 진출 관건이 유니온 페이와의 협력으로 꼽히면서 삼성의 행보가 상당히 앞선 것입니다.
 
 


 지난 17일, 애플은 앱스토어 결제에 유니온 페이를 추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제야 중국에서 유니온 페이 결제가 가능하겠구나.'라고 할만큼 유니온 페이의 중국 내 점유율은 99%로 사실상 독점 기업이고, 아이폰이 중국 시장에 진출한 시기만 보면 다소 늦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5년 만이니까요. 그러나 유니온 페이 도입은 단지 앱스토어 결제에 의미가 있지만 않습니다.
 
 뉴욕타임스(NYT)의 보도를 보면, 월그린(Walgreens)은 애플 페이 도입 후 모바일 결제가 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홀 푸드(Whole Foods)는 도입부터 지금까지 15만 건의 애플 페이 결제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도입 3주 만에 한 가맹점에서 15만 건이 발생했다는 건 이전 모바일 결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수치입니다. 또한, 맥도날드는 애플 페이가 미국 전체 매장 모바일 결제 비중의 50%를 차지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애플로서는 이 기세를 놓치지 않고,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클 겁니다. 애플 CEO 팀 쿡은 지난달 24일,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에 애플 페이를 도입하는 것이 현재 목표.'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를 위해 알리바바와 협력을 위한 행보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돌파해야 할 관문은 유니온 페이이고, 삼성은 유니온 페이와 제휴한 NFC 결제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NFC 결제 서비스라는 게 중요한 건 아닙니다. 유니온 페이가 다양한 모바일 결제 방식을 도입할 생각이라면 삼성과 제휴했다고 해서 애플과 손잡지 않을 이유는 없습니다. 삼성 얘기를 꺼냈지만, 실상 삼성보다는 유니온 페이 자체가 쟁점입니다.
 
 

via_PatentlyApple


 유니온 페이는 퀵 패스(Quick Pass)라는 비접촉식 카드 결제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퀵 패스는 차이나모바일과 제휴하여 유심(USIM)에 장착한 NFC 칩을 이용하고, 삼성과의 제휴도 삼성 스마트폰에 내장한 NFC를 사용하는 퀵 패스입니다. 그러니까 삼성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건 가능하지만, 결제 플랫폼 주도권은 유니온 페이에 있는 겁니다.
 
 애플은 결제가 가능한 것과 함께 결제 플랫폼 주도권을 애플 시스템에 그대로 두고 싶을 것입니다. 그러니 삼성처럼 유니온 페이와 손잡는 방식을 쉽게 택하진 않겠죠. 물론 애플이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고, 독점적 위치의 유니온 페이와 동일한 시선에서 협상할 순 없을 겁니다. 그렇기에 애플에 가장 중요한 건 빠른 도입만 노리고 유니온 페이와 제휴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똑같은 방식으로 접근할 것인지, 아니면 중국 시장에 걸맞도록 전략을 수정할 것인지 파악하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의 애플 페이 성과에서 알 수 있듯이 무작정 아이폰으로 결제할 수 있다고 중국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런만큼 애플 페이를 도입하기 전에 유니온 페이를 통해 중국의 결제 현황을 파악하고, 충분히 분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유니온 페이와 협력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활로를 모색할지 결정해야 하니까요.
 
 지난 9월, 중국 차이신왕은 애플과 유니온 페이가 협력을 세부적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협력 자체는 이미 이뤄지고 있는데, 상기한 것처럼 애플이 결제 플랫폼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쉬운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그러자 애플이 내세운 것이 알리바바와의 협력입니다. 알리바바의 마 원 회장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알리바바는 결제 서비스 자회사인 알리페이(Alipay)를 운영 중이며, 민간 은행 설립도 앞두고 있는 터라 알리바바와의 협력이 유니온 페이에 대한 일종의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카드 등록에는 애를 먹겠지만, 모바일 결제를 확대하려는 알리바바와 협력하면 그나마 플랫폼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면서 중국에 애플 페이를 도입할 수 있습니다. 유니온 페이로서 그리 달갑진 않은 것이죠. 카드 점유율은 독점이지만, 모바일 결제는 아직 넓은 벌판이라 알리바바의 성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밀고 당기기가 진행 중인 시점에 유니온 페이 추가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추가하는 건 당연한 순서지만, 시기상 협력의 단초로 볼 수 있죠. 이는 애플 페이가 중국 결제 시장에 등장할 시기가 당겨졌음을 의미합니다.
 
 

via_Re/Code


 애플에 결제 시장은 어느 곳보다 신중한 곳입니다. 결제 시장이라는 것이 독자적인 플랫폼으로 유지하는 게 상당히 어렵고, 유지하더라도 금방 범용적인 서비스에 잡힐 위험이 크므로 플랫폼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선 인프라와 플랫폼의 경계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애플의 중국 결제 시장 진출 단계와 유니온 페이 추가는 애플이 그런 점을 신경 쓰고 있다는 걸 방증합니다. 당연히 애플의 의도처럼 간단히 중국에서 결제 서비스로 성과를 낼 순 없습니다. 단지 시도 자체가 어정쩡하게 진행되지 않다는 걸 보여준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중국 결제 시장에 발을 딛는 애플이 미국에서의 성과처럼 중국에서도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