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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애플-알리바바, 결제 동맹 초읽기

via_Yahoo Finance


 지난 9월에 상장한 알리바바의 주가는 내내 내려갔습니다. 그러나 지난주부터 차츰 상승하더니 어제는 최고가를 찍었습니다. 유럽 경제 침체로 부진하던 것이 기업들의 전반적인 실적 상승으로 덩달아 상승했고, 시가 총액은 월마트를 넘어섰습니다. 그리고 애플과의 협력 움직임이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애플-알리바바, 결제 동맹 초읽기
 
 지난 24일, 애플 CEO 팀 쿡은 중국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애플 페이(Apple Pay)를 중국에 도입하는 것이 중국 시장에서의 목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중국의 은행과 유통 업체와 제휴하기 전에 중국의 결제 시장을 파악할 것이고, 중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애플 페이는 지난 20일에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고, 다른 국가에 도입할 시기를 보고 있는데, 중국도 애플 페이의 중요 시장으로 꼽힌 것입니다.
 
 

via_Wired


 월스트리트저널 주관의 기술 콘퍼런스에 참가한 알리바바의 잭 마 회장은 인터뷰에서 '애플과 협력에 관심이 많다.'면서 '애플의 팀 쿡을 존경하며, 함께 할 수 있길 바란다.'는 러브콜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애플의 CEO인 팀 쿡도 인터뷰에서 '이번 주말에 마 회장과 만나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답했습니다.
 
 협의를 논의할 것은 '중국 내 결제 시장'. 알리바바는 2011년부터 페이팔과 비슷한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Alipay)'를 운영하고 있으며, 사용자는 3억 명 수준입니다. 애플도 애플 페이를 출시했고, 중국 진출 의사를 밝힌 만큼 중국 업체와의 협력이 불가피합니다.
 
 그런데 시장에서 보면 알리페이와 애플 페이는 경쟁자입니다. 미국 시장에서 보면 애플 페이는 카드사, 은행과 협력하여 플라스틱 카드를 패스북에 보관하여 사용합니다. 그래서 여타 결제 서비스와 경쟁 관계이며, 쿡은 이를 강조하기 위해 '애플 페이의 이용 횟수는 72시간 만에 100만 건을 돌파했고, 구글 월릿 등의 결제 서비스를 합한 것보다 많이 발생했다.'고 말했습니다.
 
 즉, 애플 페이를 중국에 도입한다면 같은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 특히 알리페이의 모바일 버전인 ‘알리페이 월릿(Alipay Wallet)’은 경쟁 상대입니다. 애플 페이로 결제하는 것만큼 알리페이의 결제 비중이 줄어들 수 있으니까요. 마치 스타벅스가 '우리 메뉴를 카페베네에서도 판매할 것.'이라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럼에도 알리바바의 마 회장과 애플의 쿡의 양사 협력에 긍정적인 발언을 했으며, 이미 논의 중인 사안으로 보입니다.
 
 

via_Bloomberg


 쿡이 인터뷰에서 애플 페이를 중국에서 서비스하겠다고 하자, 미국처럼 서비스하기 위해선 국유 은행과 국유 신용카드사와 협력해야 한다는 분석이 많이 나왔고, 실제로 중국 금융 경제를 국유 기업이 거의 독차지하고 있으므로 애플의 의도는 알겠으나 협상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협의 대상이 국유 은행과 신용카드사가 아닌 알리바바입니다.
 
 알리바바는 중국 정부의 민간은행 설립 승인에 따라 지난 29일에 중국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로부터 항저우에 은행을 설립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습니다. '저장왕상'이라는 명칭의 이 은행은 푸싱그룹, 완샹그룹, 진룬자산 등이 투자에 참여했고, 내년 3월 중으로 설립을 완료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알리페이는 결제 서비스뿐만 아니라 '위어바로'라는 금융 상품을 출시하여 알리페이 계좌의 잔액을 천홍자산운용이 투자하여 연 5~7%의 금리로 돌려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알리페이는 결제 서비스지만, 결제만 가능한 서비스가 아닌 일종의 종합 금융 서비스입니다. 알리페이 고객들이 위어바로를 통해 투자한 금액만 83조 원 규모이며, 고객들이 알리페이로 결제하기보단 알리페이 계좌를 이용할수록 이득을 보는 구조입니다. 그렇게 모은 투자금은 중국의 중소기업이나 외국 기업의 투자금으로 이용됩니다. 그리고 은행 설립으로 이 구조는 더욱 탄력을 받겠죠. 문제는 애플 페이를 거론하기 전에 경쟁자가 있다는 겁니다.
 
 텐센트는 알리바바와 비슷한 궤도를 가고 있습니다. 텐센트는 알리바바보다 앞서서 민간 은행 설립을 승인받았고, 결제 서비스인 '텐페이(Tenpay)'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알리바바가 위어바로로 투자금을 늘려면 결제 횟수보다 계좌 사용에 집중해야 하기에 텐센트는 큰 방해이고, 이를 해결하려는 방안으로 꼽힌 것이 플랫폼입니다. 모바일 플랫폼을 이용하여 서비스 이용을 유도하여 알리페이 접근을 늘린다는 것이죠.
 
 실제 알리바바는 중국내 안드로이드 대체를 위해 'YunOS'를 개발하고 있으며, 필립스와 중국의 스마트폰 업체 메이주를 통해 제품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매출을 올리기 위한 것이라기보단 YunOS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을 통해 알리바바의 서비스들을 통합하고, 경쟁사들과 다른 경쟁력을 지니려는 목적이 강합니다.
 
 그런 알리바바의 상황을 볼 때, 애플은 경쟁자가 아닌 협력 관계로 받아들이기 좋습니다. 알리바바의 플랫폼은 애플과 경쟁할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진 않은 것이 만약 알리페이의 계좌를 애플 페이와 연결할 수 있다면 그거대로 이득입니다. 텐센트와 결제 시장에서 차이를 둘 수 있고, 알리페이 계좌가 늘어나는 만큼 금융 서비스를 키울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YunOS와 경쟁하는 것 아닌가?'라고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워낙 큰 시장인 데다 애플로서는 YunOS보다 안드로이드와의 경쟁이 더욱 중요합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YunOS를 키우려는 알리바바가 애플과 손을 잡으려 한다는 게 의아하고, 서로 실보다 득이 크다고 판단했기에 긍정적인 반응이었던 것입니다.
 
 애플은 알리바바를 통해 애플 페이를 중국에 서비스할 수 있고, 알리바바는 애플의 플랫폼을 통해 알리페이 계좌를 늘리는 쪽이 애플 페이와 알리 페이, YunOS와 iOS가 직접 부딪히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겠죠.
 
 

via_CNBC


 이는 현재까지 나온 정보의 예상 범위입니다. 중국의 애플 페이가 미국처럼 꼭 카드를 인식해야 할 이유는 없으므로 알리페이 계좌도 적합하며, 민간 은행에 진출하는 알리바바이기에 애플이 중국 금융 시장과 연결하기에 좋은 관계이므로 예상 범위만으로도 파급력은 충분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애플과 알리바바의 협상보다 중국 정부와의 접촉이 애플에 어려운 과제입니다. 적어도 카드까지 인식하도록 하기 위해선 꼭 중국 정부와 담판을 지어야 하기에 주목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협상의 결과는 꽤 빠르게 나타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적어도 주말의 마 회장과 쿡의 만남을 기대해봐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