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팀 쿡은 '아이패드 시장이 포화 상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과속방지턱에 걸린 것일 뿐.'이라고, 아이패드를 낙관했습니다. 그가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건 아이패드 이후 태블릿 성장이 스마트폰보다 빨랐고, 태블릿이 스마트폰의 교체 주기보다 더 길다는 탓입니다.
아이패드, 회귀하고 있다는 게 문제
태블릿은 아이패드 이전과 이후로 시장이 격변했습니다. 본래 태블릿은 특정 직종이나 긱들이 주로 사용하던 것이었고, 조작은 불편하지만, 휴대성을 빌미로 활용법을 찾던 것이었습니다. 그런 태블릿을 아이패드는 인터페이스 개선으로 일반 대중도 주목할 수 있도록 했고, 태블릿 시장 판도를 바꿔놓았습니다.
애플은 교체 시기를 들어 아이패드를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교체 주기에 맞춰 새로운 아이패드를 구매할 소비자가 생길 것이고, 그렇다면 현재 아이패드에 대한 우려도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말입니다.
아이패드에 우려가 나타난 건 판매량 감소가 큽니다. 2014년 회계연도 3분기 실적을 보면 아이패드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9.2% 감소한 1,227만 대를 기록했으며, 회계연도 4분기 실적에서는 12.5% 감소한 1,231만 6,000대를 기록했습니다. 신제품 발매 직전이라고는 하지만, 지난해보다 떨어진 판매량만 보더라도 아이패드의 상황이 악화했음을 짐작할 수 있죠.
그리고 판매량을 유지해줄 것 같았던 교육 시장에 생각지 못한 복병인 크롬북이 강세를 보이면서 엔터프라이즈 시장의 태블릿 입지도 악화했습니다. IDC 보고서를 보면 지난 3분기 구글은 71만 5,500대의 크롬북을 교육 기관에 보급했지만, 애플의 아이패드는 70만 2,000대에 그치면서 크롬북이 아이패드를 따라잡았습니다. 전체 판매량에서 보면 미미한 차이지만, 크롬북의 성장세를 생각한다면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위협받고 있음을 방증하는 자료입니다.
그러자 애플은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IBM과 제휴를 맺고, 기업 시장을 위한 제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스트래지틱 애널리틱스(SA)는 아이패드의 시장 점유율이 22%라고 발표했는데, 점유율을 20% 아래로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선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입지를 빼앗겨선 안 되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쿡의 발언은 애플이 아이패드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의미이며, 그런 점에서 IBM과의 제휴는 기대할만합니다. 다만, 아이패드의 문제점은 다른 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고, 멀리 봤을 때 아이패드를 완전히 회복 불능으로 만들 수 있을 만한 것입니다.
애플은 저가 태블릿 제품과 맞붙기 위해서 아이패드의 생산성과 활동적인 일에서 랩톱보다 낫다는 걸 지난해부터 강조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한 줄은 무엇이 될까요?(What will your verse be?)' 캠페인이 그런 점을 잘 보여 주고 있으며, 아이패드를 이용해서 어떤 새로운 활동을 할 수 있는지 소비자에 전달하는 걸 목적으로 합니다.
실제로 아이패드를 통해 새로운 활동에 눈을 뜬 사용자는 꽤 있을 겁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현황을 본다면 스마트폰을 업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스마트폰을 빼놓고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단계의 사용자는 전체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습니다. 그건 태블릿에서도 다르지 않은데 애플은 아이패드에 그런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겁니다.
필자는 애플의 아이패드 마케팅 방향이 형편없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실제로 아이패드라는 제품이 어떤 제품인지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그런 방향에서 아이패드가 생존할 수 있어야만 태블릿이라는 제품군이 깜짝쇼가 되지 않으리라 봅니다.
그런데 이런 점이 심화하여 전문적인 생산성만을 위한 제품으로 각인되고, 엔터테인먼트 활용을 다른 기기로 대체하는 쪽으로 흘러간다면 애플의 마케팅 총구는 아이패드를 겨누게 될 것입니다.
분명 다양한 활용을 강조하고, 저가 태블릿과 경계를 마련한 건 좋습니다. 하지만 PC를 생각해보면 대개 사람들은 PC를 생산성 도구로 사용하기보다는 엔터테인먼트 기기로 여깁니다. 그리고 이런 점이 스마트폰으로 이어지면서 스마트폰이 생산성에서 중요한 위치가 되었지만, 꾸준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전체 시장에서 마련할 수 있었죠. PC 게임이 발전하지 못했다면 여전히 게임을 즐기기 위해 다수가 콘솔 게임기를 구매했을 것이 당연한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 발판이 현재 아이패드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애플이 '당신의 한 줄은 무엇이 될까요?'와 같은 캠페인을 벌인 이유는 '아이패드가 스마트폰이 커진 것과 무엇이 다른가?', 'PC를 대체할 기기인가?',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등의 질문에 계속 부딪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좀 더 대중적인 부분도 강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애초에 스마트폰은 전화와 메시지라는 강력한 기본 기능이 뒷받침되므로 활용에 대한 고려가 제품 간 선택에서는 나타나지만, 제품 소유 결정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습니다. 피처폰을 선택할 이유가 스마트폰을 소유하지 않는 이유가 될 정도니까요. 반면, 태블릿은 소유를 결정하기 위해 확실히 소비자를 붙잡을만한 기능이나 활용의 폭이 굉장히 좁습니다. 그래서 나온 해법이 '당신의 한 줄은 무엇이 될까요?'이지만, 되레 그런 활용을 하지 않을 생각이라면 아이패드를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고, 애플이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태블릿이 과거 특정 직종에서만 사용되었던 것처럼 아이패드도 그런 위치에 설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대신 태블릿을 사용할 긱이 더 늘었다는 게 다르겠지만, 중요한 건 교체 주기가 맞물리더라도 아이패드를 다시 구매할 소비자가 있을지 의심해봐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이죠.
현재 저가 태블릿은 아이패드 사용자나 기존 태블릿 사용자에서 뻗어나온 것이 아니라 기존 PMP 사용자에서 뻗어나온 소비자층이 더 두텁습니다. 혹은 PMP를 이용하지 않았더라도 태블릿을 생산성에서 완전히 배제하고, 엔터테인먼트 활용만으로 소비를 충족할 수 있는 소비자가 몰리고 있죠. 고로 엔터테인먼트에서 아이패드의 나은 점을 강조하지 못하면 생산성이 필요하지 않는 소비자가 아이패드를 거들떠볼 확률은 매우 낮아집니다.
물론 '성능은 아이패드가 좋잖아?'라고 말할 순 있겠지만, PC를 구매할 때 무작정 높은 사양 제품을 선택하지 않고, 많은 활용을 하기 위한 비용을 지급하려 하지 않다는 걸 생각해보면 태블릿의 강점을 여러 방면에서 얘기할 수 없으면 아이패드는 과거 태블릿 포지셔닝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판매량 감소가 이를 방증하고 있죠.
아이패드의 엔터테인먼트 성능이 검증되었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차별화한 엔터테인먼트 활용과 생산성도 함께 비출 수 있는 방향이 되어야 합니다. 또한, 이를 제품 라인에서 확실히 구분할 수 있도록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만큼 현재 아이패드의 포지셔닝이 애매한 상황이 되었으며, 키는 과거 태블릿으로 돌아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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