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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박스, IPO가 성공적이었던 이유


 가장 대표적인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를 얘기하자면 대개 '드롭박스(Dropbox)'를 말할 것이고, IPO가 기대되는 기업을 꼽으래도 드롭박스일 것입니다. 드롭박스의 기업 가치는 100억 달러 규모이며, 트위터가 IPO를 진행했던 때와 비슷합니다. 더군다나 트위터가 2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후 기업공개에 나섰다면, 드롭박스는 3억 명을 확보하고 있죠. 기대하지 않는 게 이상합니다.
 


박스, IPO가 성공적이었던 이유
 
 박스(Box)는 유명한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지만, 항상 드롭박스에 가려져 있습니다. 기업 시장에 주력하는 만큼 대중의 인지도가 떨어지는 문제도 있으나 실상 기업 시장이 BYOD 동향을 따라가면서 기업 시장 점유율도 드롭박스가 27%로 1위이며, 박스는 14%에 머물고 있습니다.
 
 

via_Forbes


 박스는 2주 전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IPO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본래 계획은 지난해 IPO를 마치는 것이었지만, 트위터의 부진과 기술 및 바이오 주의 내림세가 IPO를 늦추게 했고, 드디어 시점을 찾은 것입니다.
 
 그렇게 박스는 공모가 14달러에 IPO를 진행했고, 첫날 거래에서 66% 상승한 23.23달러에 마감하여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첫날 박스의 시가 총액은 27억 달러까지 올랐고, 이전 24억 달러로 평가받은 기업 가치를 뛰어넘었습니다.
 
 박스가 IPO 신청서를 제출했을 때, 성공하리라는 예상한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기업 시장 점유율 1위의 드롭박스도 아직 IPO를 진행하지 않은 데다 클라우드 스토리지 전문 기업이 IPO에 성공한 적이 없는 탓에 박스가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지 않았던 겁니다.
 
 또한, 최근 드롭박스가 점유율 2위의 MS과 제휴하면서 박스를 크게 밀어냈고, 드롭박스가 MS 서비스와 결합하여 시너지를 낼 때 박스를 위협할 것이라는 예상이 줄곧 나오던 터라 박스의 IPO 성공을 쉽게 예상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무난하다 못해 대박을 터뜨린 박스의 첫날 거래는 주목할만합니다.
 
 


 표면적으로는 박스의 실적이 점점 나아지고 있습니다. 2013년 8,540만 달러였던 매출이 지난해 1억 5,300만 달러로 늘었습니다. 이는 박스의 높은 성장을 대변하는 것이며, 순손실도 줄어들어 규모는 드롭박스보다 작더라도 클라우드 스토리지 시장의 파이가 커지면 박스의 성장세도 유지되리라 예상한 것입니다.
 
 그러나 박스의 성장보다 투자자들이 기대하고 있는 건 따로 있습니다. 드롭박스입니다. 드롭박스의 IPO 소문은 계속 있었습니다. 이미 지난해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아직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데, 올해는 드롭박스가 IPO 시기를 잡을 것으로 알려졌죠.
 
 박스가 IPO 신청서를 제출했을 때, 드롭박스에 가려져 우려가 있었으나 되레 박스의 성공적인 IPO 진입은 드롭박스에 대한 기대감을 올리기에 충분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박스가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의 성공적인 상장 사례로 꼽히게 되면서 드롭박스의 IPO 시점에는 많은 투자자가 드롭박스에 몰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겁니다.
 
 작년 알리바바 IPO 이후 새로운 대박 종목을 찾는 투자자로서 드롭박스는 아주 좋은 목표이고, 기대감을 부풀리기 위해 박스만한 경쟁 기업도 없습니다. 박스의 성공 덕분에 드롭박스 IPO를 더욱 낙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죠.
 
 이런 현상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IPO에서 나타났던 것입니다. 페이스북은 IPO 이후 초반 성적이 좋지 않았기에 트위터는 나스닥이 아닌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선택하여 우려를 잠재우고자 했고, 페이스북에 몰렸던 기대만큼 트위터는 IPO 초기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사실 중요한 건 회사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느냐지만, IPO 시점에서는 대개 회사의 규모를 보고 투자가 몰리는 경향이 있으므로 페이스북의 초반 성적이 좋지 않았으나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던 것을 들어서 트위터가 NYSE를 선택한 것이 실마리가 되어 나은 성적을 거두리라는 평가가 트위터의 초기 대박을 터뜨리게 했습니다.
 
 좀 더 뒤로 가면 닷컴 붐 당시를 예로 들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새롭게 주목받은 비슷한 분야의 기업이 비슷한 시기 IPO를 진행할 때,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실제 박스의 첫날 거래 대박이 있었던 후 투자자들의 관심은 드롭박스 IPO 시기로 옮겨붙었습니다.
 
 

via_TechCrunch


 그렇다고 해서 박스가 거품이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거품론에 휩싸였던 페이스북은 공모가를 크게 벗어나 좋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음에도 꾸준한 성장으로 현재는 대세 종목이 되었습니다. 반면, 트위터는 페이스북에서 나타났던 우려를 날려버리고, 성공적인 IPO라는 평가를 수개월 들었으나 실망스러운 실적으로 주가는 내려앉았죠.
 
 결국, 중요한 건 회사의 실적과 성장인데, 어찌 되었든 박스의 성공적인 IPO 진입이 드롭박스에 대한 기대로 옮겨간 것과 박스의 실적도 함께 드롭박스 IPO에 적용될 것은 분명합니다.
 
 남은 건 드롭박스가 박스에서 부풀어진 기대감은 언제 풀어놓느냐이며, 막상 박스의 주가가 내림세를 타게 되었을 때, 드롭박스의 IPO도 난항을 겪을 수 있으므로 적절한 시기를 잡아내는 게 가장 중요해졌습니다. 혹은 기대감을 더 부풀릴 수 있었음에도 IPO를 진행하면 기대치 이하의 성적을 기록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뒤에 박스와 드롭박스의 상황을 지켜보는 건 재미있는 관점이 되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