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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알리바바 거품론, 무거워질 것


 지난해 9월, 알리바바는 IPO를 진행했습니다. 알리바바 주가는 애초 예상치를 가뿐히 뛰어넘었고, 페이스북의 시가총액을 눌렀으며, 첫날에 공모가보다 38.07% 상승한 93.89달러에 마감하면서 말 그대로 신화를 이뤘습니다. 앞서 대박 IPO로 꼽힌 페이스북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IPO를 진행한 것과 다르게 알리바바는 수익이 안정적이고, 덕분에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투자자들을 만족할 결과를 페이스북보다 빠르게 낼 수 있으리라 점쳐졌습니다.
 


알리바바 거품론, 무거워질 것
 
 알리바바가 상장한 지 벌써 4개월이 지났습니다. IPO 당시 투자자들은 알리바바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으면 6개월에서 1년 안으로 주가가 150달러 선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만큼 기대가 많았던 겁니다. 그러나 알리바바는 지난주 4분기 실적을 발표했고, 기대치를 단숨에 떨어뜨렸습니다.
 
 

via_International Business Times


 알리바바의 작년 4분기 매출은 42억 2,0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40%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예상치를 넘어서진 못했으며, 순이익은 9억 5,700만 달러로 28%나 감소했습니다. 알리바바는 이런 원인으로 임직원의 스톡옵션 지급과 일회성 경비를 꼽았는데, 당일 알리바바 주가는 8.78% 내린 89.81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장 중 최대 11% 가까이 떨어지기도 했죠.
 
 주가 하락의 원인은 누가 보더라도 매출 부진입니다. 지난 3분기 매출이 54%의 성장을 보였고, 투자자들은 일회성 경비를 제외하더라도 45% 이상 성장을 기대했으나 전체적인 성장세를 끌어올리지 못했다는 평가입니다.
 
 더군다나 실적 발표에 앞서서 '알리바바가 타오바오에서 짝퉁 제품의 판매를 묵인했다.'는 중국 공상행정총국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타오바오의 짝퉁 논란은 IPO 이전부터 있었던 것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작년 4월에 '계정만 있으면 누구나 물건의 판매가 가능한 타오바오의 특징으로 짝퉁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고, 분석가들은 IPO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짝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알리바바가 연간 1억 위안을 투자하고 있지만, 제거하는 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알리바바의 짝퉁 문제를 이미 인지하고 있던 상황에서 알리바바는 IPO 당시 이 문제에 대한 서류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실적 악화까지 겹치자 뿔이 난 투자사들은 알리바바를 대상으로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업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고, 증권법을 위반했다는 겁니다.
 
 


 집단 소송 자체가 알리바바에 직접 끼치는 영향은 매우 미미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수개월 만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보상 절차를 밟는 것으로 마무리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알리바바의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긴 어려워졌습니다.
 
 먼저 알리바바의 짝퉁 문제를 걸고넘어진 건 투자자들이 아니라 중국 정부입니다. 중국 정부의 발표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도 생각해봐야겠지만, 이미 짝퉁 논란이 있었던 알리바바이고, IPO 이후 짝퉁 제거에 대한 투자도 늘리기로 한참이었는데, 중국 정부가 나선 것을 두고 '중국 정부가 알리바바를 길들이고자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이어 알리바바의 마 윈 회장은 직접 공상총국을 찾아가 '짝퉁 문제가 심화하자 정부의 짝퉁 척결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지적한 부분을 기업이 해결하겠다고 한 것은 큰 쟁점이 아닙니다. 투자자들은 중국 정부라는 변수가 알리바바의 가치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는 걸 확인했고, 그것이 기존 투자 시장의 방식으로는 대처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대개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공청회를 하는 등이 일반적인 해결책이지만, 알리바바는 공상총국의 발표에 불만을 표하면서 '정보가 잘못되었고, 불공평하다.'고 말했음에도 사건을 진압하고자 빠르게 당국에 머리를 숙였습니다.
 
 애초부터 중국 정부에 대한 신뢰는 없었지만, 마 윈 회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정부의 간섭을 적절히 해결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번 짝퉁 건으로 그렇지 않다는 게 드러난 것입니다. 거기다 알리바바조차도 IPO에 신중하지 않았으며, 큰 덩치와 내수 시장이 기업을 꾸준히 성장하게 할 것이라는 믿음도 깨졌습니다. 알리바바가 중국 기업이 아니었다면 또 모를 일이지만, 투자자들은 이제 알리바바가 확실히 중국 기업이고, 중국에 대한 불신을 그대로 가졌다는 색안경을 끼게 되었다는 게 쟁점입니다.
 
 '알리바바가 높은 매출을 기록하더라도 중국 정부의 단속이 언제든 변수가 될 수 있다.', '중국 정부와 알리바바의 문제에 투자자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좁다.'
 
 이는 총체적으로 알리바바의 가치에 거품이 있음을 지적하게 하는 요인입니다. 사실 알리바바 외 미국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이 대부분 그랬는데, 2011년 상장한 렌렌은 현재 주가가 공모가보다 84.64%나 내렸고, 작년에 상장한 웨이보도 38.54% 내린 상황입니다. 렌렌과 웨이보가 소셜 서비스라는 점에서 규모는 크지만, 중국 정부의 간섭을 받을 여지가 많다는 판단에서 초반 상승세를 낸 후 두 기업 모두 내림세를 타게 된 것인데, 이번 사태로 알리바바도 별수 없다는 것이 증명된 것과 같으므로 현재 알리바바의 가치를 거품으로 판단하기 충분하다는 겁니다.
 
 사업과 매출만의 문제였다면 알리바바의 주장처럼 일회성 비용을 줄이는 등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었겠지만, 중국 기업의 가치를 다른 기업과 달리해야 한다는 시선이 생겼기에 회복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오히려 기존 알리바바의 가치가 이런 문제를 반영하지 않은 거품이라는 게 한동안 더 무거워지겠죠.
 
 

via_CNBC


 그렇다고 알리바바의 상황이 완전히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중국 정부라는 변수가 알리바바의 매출이 얼마나 영향을 줄지 아직 판단할 수 없으며, 알리바바 자체 문제로 발생한 집단 소송의 방향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서 거품 논란이 수그러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알리바바의 4개월간 달콤했던 허니문은 여기서 끝이며, 살얼음판을 달려야 하는 지점을 급하게 맞이했습니다. 적어도 알리바바의 IPO 신화에 기대할 수 있는 게 없고, 본격적으로 투자자를 만족하게 하지 못하면 렌렌이나 웨이보 같은 IPO 선두 기업처럼 수년 안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알리바바가 무거워지는 거품을 단단하게 굳혀 자기 것으로 만들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두고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