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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아마존이 이메일 경쟁을 시작한 이유


 MS는 기업용 이메일 시장의 강자입니다. 익스체인지 서버(Exchange Server)를 내세워 이메일을 주요 기능으로 포함함으로써 독보적인 지위를 누렸습니다. 뒤를 이어 구글도 최근 '구글 앱스 포 워크(Google Apps for Work)'로 중소 기업 가입자를 빠르게 모으고 있습니다.
 


아마존이 이메일 경쟁을 시작한 이유
 
 지난해, IBM은 '벌스(Verse)'라는 이메일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IBM의 엔터프라이즈 서비스를 이메일과 통합하였고, 기존 IBM 협력사를 대상으로 우선 제공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인박스(InBox), MS가 클러터(Clutter)를 출시한 이후 크게 진전이 없었던 이메일 시장에 IBM이 다시 투자하는 모습까지 보이자 경쟁이 심화했음을 명확하게 알렸습니다.
 
 


 28일, 아마존은 이메일과 캘린더 서비스를 포함한 기업용 제품인 '워크메일(WorkMail)'을 공개했습니다. 워크메일은 아마존 웹 서비스(Amazon Web Services ; AWS)의 하나로 제공하며, 보안과 편의성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AWS 임원 아담 셀립스키(Adam Selipsky)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고객들은 기존 이메일 이메일 술루션에 만족하고 있지 않다.'면서 '비싸고 복잡하다고 느낀다.'라고 말했습니다. 워크메일이 편리하고, 가격도 저렴하다는 의미와 같습니다.
 
 워크메일은 매월 사용자당 50GB 용량을 4달러에 제공합니다. 구글이 30GB 용량, 문서 도구를 포함하여 매월 사용자당 5달러이므로 기본 가격은 비슷한데, 드라이브 등 용량 무제한 옵션(5명 미만이면 사용자당 1TB)을 붙였을 때, 구글은 10달러지만, 아마존은 자사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인 조칼로(Zocalo)와 연동한 워크독스(WorkDocs)의 사용자당 200GB 저장공간을 포함하여 6달러에 제공합니다. 많은 용량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비용을 줄일 수도 있겠죠.
 
 아마존은 워크메일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지는 않지만, 몇 가지 중요점을 살펴보면, AWS 키 관리자 서비스(AWS Key Management Service ; KMS)를 이용해서 모든 데이터를 암호화합니다. 그리고 사용자가 암호화 키를 쉽게 제어할 수 있도록 하여 보안성을 높였습니다. 그리고 원하는 AWS 데이터 센터는 지정하여 그곳에만 이메일 데이터를 저장할 수도 있습니다.
 
 구글은 미국 국가안보국(NSA) 사찰 사태로 불거진 보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6월에 암호화 도구를 공개했으며, 야후도 8월부터 구글과 제휴하여 자사 이메일 암호화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보안에 쏠렸던 이메일 동향이 인박스와 클러터도 전환기를 맞았죠.
 
 


 구글의 인박스와 MS의 클러터는 역할이 비슷합니다. 이메일을 분류하고, 지능화하여 필요한 중요한 이메일에 사용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업무에서 이메일이 차지하는 중요도는 높지만, 불필요한 이메일의 비중도 그만큼 높은 탓에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는데, 인박스와 클러터는 그 점을 해소하기 위한 제품입니다.
 
 이는 가격을 유지한채 이메일의 업무 효율을 올리고, 최근 주목 받고 있는 협업 서비스와의 경쟁에서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이유가 컸습니다. 그래서 이메일 서비스 안에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추가하고,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와 연결하여 이메일뿐만 아니라 업무 전반에서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것이었습니다.
 
 아직 본격적으로 협업 서비스가 이메일 서비스를 대체하고 있진 않기에 단정할 수는 없으나 슬랙(Slack), 힙챗(HipChat), 큅(Quip) 등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협업 시장이 뜨고 있으므로 양상을 지켜봐야할 지점이 되었죠. 그런 상황에서 아마존이 워크메일을 내놓은 것입니다. 그것도 보안에 집중해서 말입니다.
 
 아마존은 클라우드에 집중하는 하나로 워크메일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MS의 클라우드 플랫폼인 애저(Azure)가 AWS에 따라붙고 있으며, 아마존의 3분기 실적 중 AWS를 포함한 기타 부문은 205억 8,000만 달러를 기록했으나 영업손실은 5억 4,4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였습니다. 클라우드 매출을 분기마다 2배 이상 올리고 있는 MS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죠. 더군다나 구글이 저가 공세를 펼치는 탓에 아마존도 가격 정책을 수정해야 했고, 이는 고객이 늘어나는 것과 다르게 손실의 규모도 키웠습니다.
 
 그러자 투자자들은 아마존에 AWS에 더 투자해야 한다고 압박했는데, 워크메일은 압박에 대한 답변 중 하나입니다. 가령 MS는 협업 서비스를 전부 클라우드로 옮기고 있습니다. 효율이 높으니 클라우드를 적용하는 것이고, 애저 고객들과 협업 서비스 고객이 무슨 연관이 있겠나 싶지만, 이로써 전체 클라우드 플랫폼을 부풀릴 수 있습니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 라디카티 그룹(Radicati Group)은 '2018년에는 전체 이메일 계정이 52억 개를 넘을 것이며, 업무 메일은 매년 7%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리고 2018년 이메일 서비스 매출은 2014년의 63억 달러에서 2018년에 196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는데, 이를 그대로 클라우드 파이로 포함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아마존이 성장하는 클라우드 이메일 파이를 가져올 수 있다면 AWS에 쏠린 우려를 잠식할 무기 하나를 얻게 되는 셈이죠. 반대로 말해서 이메일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으면 해당 파이는 MS와 구글이 쓸어갔을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게 협업 시장의 성장인데, 이메일 시장이 성장한다는 전망이 나왔더라도 협업 서비스라는 복병이 없었더라면 기존 이메일 강자들만 파이를 나눠먹는 형태가 되었겠죠. 발전 속도가 그대로 느렸을 테니까요. 그런데 슬랙 등의 서비스가 이메일을 포함한 기존 강자의 기업 고객을 빼앗기 시작하면서 MS, 구글, IBM 등의 이메일에 대한 움직임이 매우 분주해졌습니다. 그리고 다수 업체들이 협업 고객을 두고 가격과 효율 경쟁을 하면서 큰 틈이 생겼습니다.
 
 이메일 서비스의 편의성, 협업 보안, BYOD, 모바일 확산에 협업 시스템을 뜯어고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이전에는 익스체인지 서버 수준에 머물렀던 것이 선택의 폭이 아주 넓어졌습니다. 그래서 기존 이메일 업체와 신규 협업 서비스 업체가 맞붙는 구조가 되었는데, 협업 서비스가 이메일을 대체하고 있더라도 기업은 이메일을 쓸 수밖에 없고, 협업 서비스조차 개인 인증을 이메일로 처리합니다. 그러니까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워크메일은 협업 서비스와 직접적으로 대결하는 것보다 인박스와 클러터 전에 불었던 보안을 다시 끄집어 냈습니다. 협업 시장도 결국은 클라우드 경쟁인데, 이메일과 신생 협업 서비스의 대결 사이에 절묘하게 새로운 이메일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깨지지 않을 것 같았던 이메일 시장에 불씨를 던져 전체 협업 시장에 화톳불을 지를 수 있게 한 겁니다.
 
 궁극적으로 워크메일, 또 조칼로까지 성장할 수 있다면 AWS의 전체 클라우 플랫폼을 부풀릴 수 있을 겁니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베어드 에쿼티 리서치(Baird Equity Research)의 분석가 콜린 세바스티안(Colin Sebastian)은 '구글의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매출을 토대로 추정했을 때, 아마존은 이메일 서비스로 매년 1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단순 계산으로는 4달러짜리 기본 메일 이용자가 2억 5천 만명 규모여야 하는데, 좀 더 세부적으로 보면 워크메일에 KMS를 적용한 것처럼 AWS의 제품과 기업용 솔루션을 결합해나가면서 커진 파이로 봤을 때 추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아마존이 이메일 서비스를 진출하기 좋은 시점에 내놓았으며, AWS의 클라우드 부문을 키우고, MS와 구글과 이메일보다 전체 클라우드 시장에서 경쟁하고자 하는 목적이 워크메일에 담겨있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