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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페블의 '스마트 스트랩'


 지난달, 페블은 자사 차세대 스마트워치인 '페블 타임(Pebble Time)'을 공개했고, 킥스타터를 통해 펀딩을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타임라인 인터페이스(Timeline Interface)'가 눈길을 끌었으며, 7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와 전작보다 얇아진 두께는 페블 타임만의 경쟁력을 갖도록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페블의 '스마트 스트랩'
 
 다만 애플이나 여타 안드로이드 웨어, 혹은 삼성의 스마트워치 제품들이 심박 센서를 탑재한 것과 다르게 페블은 피트니스 기능을 제공하지만, 심박 측정을 통한 기능을 넣지 않았습니다. 심박 센서가 어떤 특별한 역할을 할까 싶으나 피트니스 기능에 도움을 주는 것 외 다양하게 활용할 방안이 최근 늘어나고 있음을 생각하면 센서 부분에서 페블이 밀리는 것 아닌가 하는 시선을 보내게 됩니다.
 
 


 Engadget은 페블이 개발자들에게 '스마트 스트랩(Smart Strap)' 옵션을 제공하고, 부족했던 센서나 기능을 보충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페블은 이 계획을 위해 시드 스튜디오(Seeed Studio)와  스파크 일렉트론(Spark Electron)과 제휴하며, 더 많은 서드파티 업체를 통해 스마트 스트랩의 수를 늘리고자 합니다.
 
 시드 스튜디오는 '샤도우(Xadow)'라는 모듈을 개발한 곳으로 해당 모듈에 NFC, GPS, 심박 센서를 탑재했습니다. 페블이 내놓은 페블 타임에는 빠진 기능들로 단지 스트랩을 연결하는 것으로 NFC나 GPS, 심박 센서가 필요한 사용자가 기능을 추가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스파크 일렉트론은 페블과 마찬가지로 킥스타트 펀딩에 참여한 업체로 오픈소스 셀룰러 개발 키트를 제공합니다. 해당 키트로 스트랩을 제작하면 페블이 스마트폰과 연결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통신 기능을 하여 전화하거나 메시지를 보내는 등이 가능해지겠죠.
 
 이는 페블이 앱 생태계를 넘어서 스마트워치의 악세서리 시장을 구축하고자 하는 것으로 시곗줄을 패션 요소로만 존재하는 게 아닌 필요한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보조 장치로 확장하려는 첫걸음을 내디딘 겁니다.
 
 


 페블 타임은 일반 손목시계용 22mm 시곗줄을 10초면 교체할 수 있도록 하여 다양한 시곗줄을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게 했습니다. 여타 업체들처럼 따로 규격에 맞는 시곗줄을 만들기보단 기존에 있는 자원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온 건데, 그건 페블의 시장 파이가 매우 작고, 자체적으로 많은 양의 옵션을 제공하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건 기능적인 부분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초기 페블이 서드파티 앱에 집중했던 건 페블의 자체적인 기능만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부족했고, 페블을 계속해서 사용할 충분한 가치가 있음을 증명하기에 생태계가 꿈틀거리고 있음을 앱의 증가로 보여줘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제 그 증명을 스마트 스트랩으로 넘어가고자 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애플이 아이폰의 생태계를 폭넓게 확장할 수 있었던 건 앱의 증가에 있지만 않습니다. 다양한 서드파티 앱으로 아이폰을 확장할 수 있었고, 실제 그런 액세서리들을 필수로 구매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았지만, 그것이 아이폰의 가치를 풍부하게 하는 역할을 했던 건 분명합니다.
 
 페블이 노리는 바도 비슷합니다. 다만 페블은 생태계 확장보다는 사용자가 스마트워치에 많은 기능을 기대하지 않게 하고, 가격을 179달러로 저렴하게 놓으면서 대신 확장하고 싶은 소비자가 있다면 선택할 수 있게끔 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덕분에 많은 기능을 원하지 않는 소비자나 많은 기능을 원할 수 있는 소비자가 페블 제품을 선택하기에 부담이 줄어들겠죠.
 
 또한, 여타 스마트워치보다 관련 기술을 가진 업체들이 페블에 기술을 적용하기 수월해집니다. 가령 2013년 MIT 학생 4명이 뭉친 개발자 팀 리스티파이는 온도 측정 장치인 '리스티파이(Wristify)'로 MADMEC에 1등을 차지했는데, 인간의 피부가 작은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이용하여 손목에 착용하는 것으로 일정한 자극을 전달하여 체온을 조절할 수 있게 했습니다.
 
 단지 이런 센서를 스마트워치에 채용하려면 케이스의 디자인을 변경하거나 부품을 넣기 위해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하겠지만, 시곗줄에 센서를 탑재할 수만 있다면 남은 건 어떻게 생산하느냐의 문제가 될 것입니다. 센서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스마트 스트랩이 유용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또는 바이오님(Bionym)이 개발한 니미 밴드(Nymi Band)는 보안 키 기능에 집중하고 있는데, 심전도를 이용한 신원 확인 시스템인 '하트 ID(Heart ID)'를 통해서 결제나 로그인, 차량 제어 등을 할 수 있게 구현했습니다. 대신 니미 밴드는 스마트워치처럼 여러 기능을 하지 못하고, 보안 키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습니다. 이를 스트랩에 탑재할 수 있다면 스마트워치의 기능을 하면서 니미 밴드의 센서로 활용할 수 있겠죠.
 
 기능을 확장하는 매우 멋진 방법이 될 수 있는 겁니다.
 
 


 문제가 있다면 페블이 이런 서드파티 액세서리를 제공하여 시장을 형성할 만큼 많은 제품을 판매하지 못했다는 데 있습니다. 페블은 얼마 전에 자사 스마트워치가 100만 대 팔렸다고 밝혔으며, 해당 스트랩이 신작인 페블 타임에 집중한다고 했을 때 대중화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죠.
 
 그러나 필자가 기대하는 부분은 웨어러블 센서 기술 개발에 역량을 쏟은 업체들이 상용화의 활로를 마련하기 수월해졌다는 것입니다. 물론 대중적으로 많이 사용되길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어쨌든 페블을 통해서 자사 기술을 보급할 수 있게 된다는 건 의미있는 일이자 여태 스마트워치로 시도하지 못했던 부분입니다.
 
 거기서 페블의 스마트 스트랩에 의미를 둔다면 반대로 스트랩이 페블의 성장에 도움이 될 발판이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