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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아마존 대시 버튼, 신기할 뿐인 서비스일까?


 아마존의 원클릭 주문은 온라인 쇼핑의 판도를 바꾸었습니다. 굉장히 간단한 아이디어지만, 그만큼 파급력도 컸죠. 그래서 아마존이 집중한 건 '배송 시간의 단축'이었습니다. 원클릭 주문으로 매장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결제를 빠르지만, 배송 시간이 존재하므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배송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아마존 대시 버튼, 신기할 뿐인 서비스일까?
 
 그러나 배송 시간 단축에도 한계가 나타납니다. 준비 중인 드론 배송이 기약이 없고, 자전거로 배송하는 방법까지 선보였기에 순간이동이라도 나오지 않으면 배송 시간을 단축하는 건 순전히 포장, 교통 상황 등에서 줄어드는 게 고작입니다. 그래서 아마존은 다른 전략을 선택했죠.
 
 


 아마존은 '대시 버튼(Dach Button)'이라는 새로운 기기를 선보였습니다.
 
 사용 방법은 매우 간단합니다. 버튼을 누르면 설정한 물건이 자동 주문되고, 배송까지 이어지는 것이죠. 현재 대시 버튼으로 구매할 수 있는 물건은 258종으로 세제, 기저귀, 물티슈 등의 소모품입니다. 세제를 모두 소비했다면 버튼을 눌러 구매하도록 하는 겁니다.
 
 또한, '대시 보충 서비스(Dash Replenishment Service ; DRS)'도 출시했습니다. DRS는 두 가지 방식을 제시하는 데, 하나는 제휴 업체들의 기기에 물리적인 버튼을 추가하는 것과 하나는 대시 버튼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아마존은 버튼을 내장하려면 10줄의 코드만 추가하면 된다고 설명하며, 대시 버튼을 재설정하는 것으로 버튼을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세탁기라면 세제, 프린터라면 잉크, 커피머신이라면 커피를 줄어드는 시점에서 보충할 수 있는 서비스와 보조하는 기기로 대시 버튼을 내놓은 것입니다.
 
 따로 얘기할 것 없이 누가 봐도 간단한 주문 방법입니다.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꽤 신기한 서비스로 인식할 수도 있겠죠. 실제 대시 버튼의 발표가 현지 시각으로 3월 31일이었던 탓에 '만우절 장난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시 버튼은 실제 제품이며,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흥미로운 서비스임은 분명합니다.
 
 


 다만 대시 버튼과 DRS가 신기한 서비스이기만 할까요? 그저 편한 서비스만은 아닐 겁니다. 아마존은 지난해 4월에도 스틱형 기기인 '대시(Dash)'를 선보인 바 있습니다. 대시로 화면을 보지 않아도 바코드를 스캔하거나 음성 인식으로 주문할 방법을 제시했죠.
 
 대시 버튼은 그 연장선의 제품입니다. 제품명에서도 알 수 있지만, 대시의 주문 방식을 기반으로 더 간략한 방법을 고안한 것입니다. 그리고 아마존이 이런 서비스를 계속 내놓는 건 편의를 추가하는 것과 함께 생활 양식을 뜯어 고치기 위한 목적이 큽니다.
 
 대시가 의미 있었던 건 온라인 주문을 PC와 스마트폰에서 떼어놓았다는 데 있습니다. 스마트폰 사용이 늘어나면서 스마트폰으로 해결할 서비스가 늘고 있지만, 아마존은 반대로 스마트폰을 놓고, 아마존만을 위한 직관적인 방식의 기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죠.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잠금을 풀고, 앱을 실행하여 몇 번의 버튼을 눌러야 하니까요.
 
 대시 버튼은 대시의 시도가 꽤 의미 있었다는 걸 방증하면서 대시에서 좀 더 나아갑니다. 온라인 쇼핑이 늘면서도 집 밖의 매장을 이용하는 건 당장 필요한 물건의 구매나 제품을 직접 보는 데서 강점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즉, 온라인 쇼핑이 매장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를 해결해야만 하는데, 배송 시간의 단축은 점점 의미가 없어지고 있습니다. 단축은 얼마든지 가능하겠으나 그만큼 비용이 늘어날 테니까요.
 
 대시 버튼의 개념은 매우 간단하지만, 상당히 미세한 틈을 파고들었습니다. 지속해서 사용하는 소모품이라면 매장에서 제품을 직접 봐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리고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되므로 소모품의 양이 충분하더라도 주문을 완료하고, 기다릴 수 있죠. 만약 주문을 깜빡하거나 기존 주문 방식도 불편하여 미뤄뒀다면 소모품이 당장 필요할 때는 매장으로 가겠지만, 대시 버튼의 등장은 그 수를 줄이도록 합니다. 주문이 간편해지니 미리 구매하여 2~3일 후 받는 사람이 늘 테니까요.
 
 배송 시간을 단축하지 않아도 주문 시기를 앞당겨 매장 방문을 줄임으로써 아마존에서 소모품을 더 소비하도록 유도한 겁니다. 그리고 DRS가 활발해져 세탁기나 커피머신 제조사가 제품에 보충 버튼을 추가한다면 소모품을 구매하려는 매장으로의 발길을 끊어버리는 게 불가능하진 않을 테죠.
 
 


 아마존이 이런 목적을 지닌 건 매장과의 경쟁도 있으나 작년 12월부터 시작한 사업도 염두에 둘 수 있습니다. 아마존은 프라임 구독자를 대상으로 물티슈와 기저귀를 제조하여 판매하는 ‘아마존 엘리먼츠(Amazon Elements)’를 선보였습니다. 프라임 구독자가 대상이나 어쨌든 소모품을 직접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식료품 배달 서비스인 아마존 프레시(Amazom Fresh)도 프라임 구독자가 대상이므로 프라임 고객 유치에 힘을 쓰고 있습니다. 대시 버튼이 프라임 고객만을 위한 건 아니지만, 대시 버튼으로 매장으로 가는 소비자를 아마존 고객을 유치하고, 아마존 고객으로서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며, 프라임 고객이라면 아마존이 제조한 기저귀를 대시 버튼으로 구매하는 구조를 마련할 수 있는 겁니다. 물론 기존 프라임 고객은 더할 나위 없겠죠.
 
 간단하지만, 늘어나는 온라인 서비스, 그리고 좁혀지지 않는 매장과의 경쟁에 아마존은 대시 버튼과 DRS라는 화두를 던졌습니다. 아직 시범 단계지만, 아마존이 무엇을 목표하여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지는 확고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