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애플 워치를 작년 10월에 공개했지만, 아직 출시하진 않았습니다. 애플이 5년 만에 선보인 새 카테고리이므로 성공 여부가 앞으로 애플 행보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 당연하기에 공백 동안 수많은 논쟁이 오고 갔으며, 이는 제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된 후에도 지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 워치, 예약 개시와 시장 확대
지난주부터 애플 워치의 사전 예약이 시작했고, 애플스토어에도 전시되었습니다. 매장에서 구매할 수는 없지만, 체험하거나 예약하려는 소비자의 방문도 이어졌죠. 예약 판매만 진행되어 여타 제품처럼 줄을 서는 소비자도 없었으나 관심만큼은 폭발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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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은 '애플 워치의 대부분 모델이 30분 만에 매진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주문 시작과 함께 예상 배송 일자가 5~6월로 밀려난 것인데, 예약 대수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애플이 준비한 초기 물량을 빠르게 소진한 것입니다.
미국의 트래킹 분석 업체 슬라이스 인텔리전스(Slice Intelligence)는 상거래 메일 영수증을 토대로 '애플 워치가 첫 날 미국에서 100만 대 수준 예약된 것으로 예측한다.'고 밝혔습니다. 고로 전 세계 예약 대수를 합치면 100만 대는 가뿐히 넘어간다는 것이며, 미국에서 6시간 만에 매진되었으니 엄청난 기록입니다.
재미있는 건 4월에서 5월 초 배송 물량, 즉, 초기 물량이 아닌 5~6월 배송 물량을 판매한다는 게시물이 이베이에 올라오고 있으며, 가격은 거의 2배 수준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품귀 현상을 일어날 것을 기대한 것입니다. 물론 초기 물량에 대한 평가가 어떤가에 따라서 판매 동향도 바뀔 것이므로 품귀 현상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예약 개시부터 반응이 뜨거운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현재 분위기를 본다면 예약이 취소되어 실제 판매량에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겁니다. 그렇기에 예약임에도 '잘 팔린다.'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단지 그것으로 스마트워치의 시장 확대가 가능해졌다는 얘기입니다.
via_Washington Post
IDC는 애플 워치의 영향으로 올해 스마트워치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50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애플 워치가 그만큼 팔린다기보단 애플 워치를 기점으로 스마트워치 시장이 크게 성장하리라는 예상인데, 예약 상황이 이를 방증합니다.
페블은 2월에서야 자사 스마트워치의 총 판매량이 100만 대를 돌파했다고 밝혔으며, 지난해 삼성은 120만 대 수준을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니 미국에서만 100만 대가 예약되었다는 걸 생각하면 애플 워치의 예약 대수는 다른 차원처럼 보입니다. 다만 낙관적일 수 없는 게 상기했듯이 실제 애플 워치를 사용했을 때 반응이 중요하고, 지속해서 판매를 유지할 수 있는지 지켜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판매량이 의미 있는 건 '스마트워치 수요를 끌어올렸다.'는 데 있습니다.
소비자 중 이전부터 스마트워치를 써본 사람도 있을 테고, 처음인 사람도 있을 테니 애플 워치로 스마트워치에 실망하고 돌아서는 소비자도 있을 겁니다. 반대로 애플 워치에 만족하는 소비자나 애플 워치로 스마트워치의 가치를 확인했으나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다른 제품을 고려하는 소비자도 나타날 것입니다. 어쨌든 애플 워치에 몰린 수요자가 새로운 시장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게 핵심이죠.
당연한 얘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여기서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논쟁에서 빠지지 않았던 가격입니다. 슬라이스 인텔리전스의 자료로는 전체 예약의 2/3는 알루미늄 스포츠 라인, 1/3은 스테인리스 스틸 라인으로 나타났습니다. 분명 저렴한 스포츠 라인에 더 몰리긴 했으나 기능이 차별적이지 않음에도 더 비싼 스틸 라인의 수요가 적지 않은 것입니다.
애플 워치의 가격이 논쟁이었던 건 가장 저렴한 스포츠 라인조차 여타 스마트워치보다 비싸다는 것이었으며, 재질만 바꾼 것으로 수십 달러씩 오르는 가격에 소비자가 반응할까하는 것이었습니다. 애플 공동 창립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조차 '사양에 차이가 없기에 가장 저렴한 스포츠 라인을 구매하겠다.'고 할 정도였는데, 그럼에도 스틸 라인까지 수요가 닿았다는 건 스마트 워치 시장에서 가격이 가지는 위치를 바꿔놓은 겁니다.
이는 스마트워치의 인식을 바꾼 수요를 만들 것이며, 기존 시계 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더라도 영향을 받게 되리라 봅니다. 본래 시계를 착용하지 않던 사람도 포함하게 되니 스마트워치뿐만 아니라 전체 시계 시장에 전환점이 될만한 부분이라는 겁니다.
최근 NFC나 블루투스 등을 자사 손목시계에 탑재하겠다고 밝힌 스와치 그룹은 지난해 순이익이 2013년보다 떨어진 14억 스위스프랑이었습니다. 환율 문제도 있었지만, 중국 판매가 탄력을 얻어 매출은 4.6% 증가한 92억 스위스프랑을 기록했는데, 순이익 규모가 1년 동안 줄어든 것입니다. 즉, NFC 등의 탑재 선언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려는 방안이고, 애플 워치의 성적이 스와치에 반영될 수 있다면 충분히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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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애플 워치의 분위기이지 그 밖의 제품은 아니지 않은가?'
그러나 아이패드만 하더라도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후발 주자들이 따라붙기 전이라 그렇지 결국에는 좁혀졌고, 애플 워치는 초기 저렴하다고 평가받은 아이패드와 다르게 비싸다는 평가에도 좋은 분위기를 띠고 있기에 시장의 확대 폭이 더 넓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기한 스와치 그룹이라면 많은 기능에 집중하지 않고, 몇 가지 기술을 탑재하여 기존처럼 라인을 구분하는 것으로도 스마트워치 시장에 대응할 여지를 주는 것이니 태블릿처럼 빠르게 가격이 하락하거나 중간 제품이 소멸하는 현상이 벌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수요만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전반이 확대할 수 있다는 화두를 던진 것만으로도 예약 성적에 의미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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