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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고프로, 고급화와 기술, 브랜딩으로 경쟁한다


 고프로는 지난해 IPO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낸 곳이었습니다. 알리바바에 많은 관심이 쏠렸지만, 공모가 24달러였던 고프로의 주가는 최고 98.47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위력을 과시했습니다. 그러나 작년 말부터 약세로 돌아섰고, 고프로에 관해서 대박 회사가 아닌 진지하게 생각할 때가 되었습니다.
 


고프로, 고급화와 기술, 브랜딩으로 경쟁한다
 
 고프로의 주가가 약세로 돌아선 건 액션캠 분야가 일반 소비자 시장까지 확대하면서 소니에 대한 재조명과 고가라는 인식이 강했던 고프로 제품에 한 방을 놓은 샤오미의 399위안의 '이(Yi)'가 고프로의 실적에 영향을 끼치리라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프로는 1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증가한 3억 6,310만 달러를 기록했고, 예상치인 3억 4,110만 달러를 훌쩍 웃돌았습니다. 순이익은 1,660만 달러, 주당 11센트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고프로가 낸 실적 중 2번째로 높은 것으로 유럽과 아태 지역 판매가 요인인 것으로 보입니다.
 
 고프로에 따르면 유럽 및 아태 지역 매출이 66% 증가했다고 밝혔는데, 초기 서퍼들을 대상으로 인기를 끌었던 고프로의 활용이 확대하면서 판매 지역도 넓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선보인 129달러짜리 액션캠인 보급형 히어로의 효과도 봤을 겁니다.
 
 실적 발표 후 고프로의 주가는 4.05% 상승한 47.02달러에 마감했고, 시간 외 거래에서 9.89%나 폭등했습니다. 신제품 출시 효과를 봤지만, 이후 성장 동력이 액션캠에 고정되었다는 탓에 성장 우려가 있었으나 실적으로 만회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액션캠 외 다른 동력의 성장 가능성을 얘기한 건 아닙니다.
 
 그래서 고프로는 한 가지 수를 더 꺼내놓았고, 시장 외 거래에서 주가가 폭등하는 주요 원인이 되었습니다. 프랑스의 가상현실(VR) 소프트웨어 업체인 '콜러(Kolor)'를 인수한 것입니다.
 

 


 콜러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합쳐서 파노라마 콘텐츠를 만들거나 구체 형태로 구성하여 제스쳐로 조작하고, VR 기기로 보여주는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업체입니다. 정확한 인수 금액을 발표하진 않았으며, 콜러는 이미 고프로와 제휴하여 기술 개발을 하던 업체였기에 서로 시너지를 내려는 방안으로 결정한 듯합니다.
 
 고프로의 전략을 두고 애플과 비교를 많이 하는데, 보급형 제품은 액션캠 진입을 위한 방안이고, 실질적인 이익을 내는 건 고가 라인이라는 겁니다. 여기에 많은 분석가가 중요하게 여긴 것이 '콘텐츠'입니다. 액션캠 소비자가 많이 늘어나긴 했지만, 새로운 카메라를 구매해야 한다는 명분을 주기 위해서는 고프로가 액션캠으로 제작할 수 있는 콘텐츠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고프로는 신제품과 함께 촬영한 영상을 공개하여 주목을 받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는데, 그때 분위기를 전환하게 해준 것이 VR이었습니다. 액션캠으로 촬영한 영상의 특성상 VR과 시너지를 내기 좋고, VR 콘텐츠가 늘어나면 고프로의 액션캠 판매량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이죠. 그래서 콜러와의 제휴는 꽤 의미 있는 것이었는데, 이번에 아예 인수하면서 고프로가 본격적으로 VR을 주요 사업에 포함하기로 했음을 방증했습니다.
 
 또한, 콜러의 VR 콘텐츠 기술은 스마트폰이나 드론 등 카메라를 장착하여 역동적일 수 있다면 무엇이든 시도하여 촬영한 영상을 자체적인 편집 소프트웨어로 쉽게 VR에서 재생할 수 있게 돕습니다. VR 콘텐츠에 접근하는 데 있어서 대중적이라는 거죠.
 
 이런 전략은 촬영한 영상을 자사 소프트웨어로 편집하게 하여 콘텐츠 품질을 올리고, 고프로 제품을 지속해서 사용하게 하는 것으로 콘텐츠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하드웨어 가치도 올릴 수 있다는 데 이유가 있습니다. 거기에 제품의 성능을 상위에 두고, 고가에 마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고프로를 브랜딩하는 것이죠.
 
 이는 하드웨어 경쟁만으로는 고프로의 가치를 올릴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겁니다. 그리고 경쟁 업체에 대해서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건지 보여준 것이기도 합니다.
 
 


 앞서 고프로가 드론 사업에 진출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고, 콜러의 드론 기술도 연관 지을 수 있습니다. 경쟁 업체들이 비슷한 전략으로 고프로와 경쟁하려 할 수도 있겠지만, 고프로는 유리한 포지셔닝을 먼저 차지할 생각이며, 콜러 인수는 그런 점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고 봅니다.
 
 남은 걸림돌이라면 고프로의 전략에 평범한 소비자들이 따라와 줄 것인가에 있습니다. 입문자용 제품을 내놓았지만, 그것에 충분한 필요성을 느낄 수 있을 때 마운트나 액세서리 판매, 이후 고가 라인 판매로도 이어질 수 있으므로 활용 방안을 제시하는 데 좀 더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누구나 서핑을 즐기는 건 아니니까요. 높은 품질의 콘텐츠를 생산해야 할 이유를 부여하는 것에서 고프로의 전략이 유지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