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한국 시각으로 오늘 오전 2시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WWDC 2015를 개최했습니다. 이미 올해 WWDC에서 등장할 내용이 많이 알려졌기에 추가될 부분보다 세부적인 내용에 관심이 쏠렸는데, 키노트가 상당히 길었습니다.
본래 각 요소 중 중요한 부분을 나누어 낼 생각이었지만, 워낙 내용이 많았던 탓에 부분을 나누어 전체적인 훑어 볼 필요가 있다고 여겼습니다.
애플 WWDC 2015 (1) - OS X / iOS
OS X 10.11 엘카피탄(El Capitan)
먼저 OS X입니다. 이번 OS X과 iOS가 안정화에 중점을 두었다는 뜬소문이 있었고, 스노우 래퍼드를 떠올리게 했는데, 명칭부터 그 점을 방증했습니다. 엘카피탄은 요세미티 국립공원 안에 있는 화강암 산으로 전 버전인 요세미티와 연관 지었습니다. 스노우 래퍼드가 전 버전인 래퍼드에서 이어였고, 애플이 공식적으로 '혁신이 아닌 정제된 OS X'라고 했던 것처럼 요세미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상징적인 명칭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새로운 기능이 없는 건 아닙니다. 첫 번째는 '분할 보기(Split View)'입니다. 기존에는 앱을 전체 보기로 했을 때 다른 앱으로 이동하려면 미션컨트롤이나 멀티 제스처로 다른 데스크톱으로 옮겨가야 했습니다. 그러나 분할 보기는 전체 화면한 앱을 하나의 데스크톱에서 나눌 수 있게 합니다. 꽉 찬 화면으로 앱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게 된 것이죠. 이는 미션컨트롤의 변화와도 이어져서 많은 앱을 실행하더라도 앱을 찾고,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웹 브라우저인 사파리에도 몇 가지 기능들이 추가되었는데, 웹 사이트를 핀 형태로 탭 사이드에 고정하여 웹 브라우저를 종료하더라도 다시 실행했을 때 즐겨 찾는 사이트에 바로 접근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탭에서 나오는 소리를 버튼 하나로 제거할 수 있는 음 소거 기능도 추가되었습니다.
스팟라이트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단순한 키워드 검색으로 스팟라이트를 이용했었다면, 이제는 자연어를 통한 검색이 가능합니다. 날씨, 주식, 스포츠, 웹 비디오, 교통 정보에 대한 검색 결과도 나타나며, 항상 고정된 상태였던 스팟라이트 창을 이동하거나 크기를 조절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강조했던 건 역시 퍼포먼스였는데, iOS에 먼저 적용했던 그래픽 API인 메탈(Metal)을 맥에도 적용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오픈GL을 대체한다는 것인데, 오픈GL 외 선택지가 없었던 마땅한 애플이 메탈로 갈아탄다고 확인 사살한 것으로 예전부터 다이렉트 X에 밀려 게임과는 동떨어졌던 맥이기에 아예 새로 시작한다는 의미가 강합니다. 맥이 게임에서 어떤 성과를 낼 지 두고 봐야겠지만, 그래픽에서 독자적인 자원을 마련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죠.
그 밖에 안정화와 관련해서는 실제 체감해야만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iOS 9
가장 눈에 띄는 건 아이패드의 변화입니다. 아이패드에도 OS X에 적용한 분할 보기 기능이 탑재됩니다. 이미 삼성의 갤럭시탭 시리즈에서 보던 기능이라 큰 감흥은 없지만, 여태 아이패드가 분할 기능 없이 경쟁에서 밀리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분할 기능의 추가로 경쟁력을 더 벌릴 수 있다는 것이 되므로 경쟁 업체에 달가운 소식은 아닙니다.
분할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아예 두 화면으로 양분하거나 화면 속에 화면(Picture in Picture ; PIP)을 두어 비디오를 재생하면서 다른 활동을 하거나 분할이라기보단 알림 센터나 제어 센터처럼 하나의 층을 만들어 다른 앱을 실행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키보드도 탑재되었는데, 아이패드의 키보드는 멀티 제스처를 인식하여 트랙패드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커서를 움직이거나 드래그하여 문장을 잘라낼 수 있죠.
흥미로운 건 대화면의 아이폰 6+에도 적용할 수 있을 법한데도 아이패드에만 적용했다는 겁니다. 이는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경계를 분명히 하려는 의도로 보이며, 아이폰이 아이패드를 잠식하고 있다는 부분을 애플도 인정했기에 방향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자 아이폰 6+에는 적용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혹은 다르게 적용할 방식을 찾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시리도 성장했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애플판 '구글 나우(Google Now)'라고 할 수 있는데, 메시지 내용을 미리 알림으로 저장하거나 자연어를 통한 정보 검색이 가능하고, 사용자의 행동을 예측하여 알려주기도 합니다. 이 부분은 따로 다시 다룰 예정이지만, 구글 나우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핵심은 보안에 있습니다. 필자는 '구글 포토가 아이폰을 잠식하는 방법'이라는 글을 통해 '구글이 애플의 약점을 파고든다.'라고 말했으나 애플은 시리의 사용에 기기 내 데이터만 사용하고, 어디에도 전송하지 않는다고 밝혀 구글과의 차이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지난주, 애플 CEO 팀 쿡이 '실리콘밸리가 고객의 정보를 팔아 돈을 벌고 있다.'는 비판을 했었던 걸 떠올릴 수 있습니다.
또한, 검색 기능도 향상되었으며, 서드 파티 앱의 정보도 검색 결과에 반영될 수 있도록 API를 지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즉, 서드 파티 앱에서 작성한 일기를 검색으로 찾는 등의 활동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새롭게 출시한 앱도 있습니다. '뉴스(News)'입니다. 단번에 플립보드를 연상하게 하는 이 앱은 여러 언론사와 제휴하여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정돈된 뉴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뜯어보면 플립보드보다는 과거 뉴욕타임즈가 선보인 '스노우 폴(Snow Fall)'과 폐간한 '더 데일리(The Daily)'가 떠오릅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맞는 뉴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내세우는 겁니다.
무엇보다 필자는 뉴스의 경쟁자를 플립보드가 아닌 페이스북으로 보고 있습니다. 페이스북도 여러 언론사와 제휴하여 직접 송출하는 서비스를 지난달부터 시작했습니다. 웹 서비스인 페이스북의 뉴스 파이가 커지면 애플이 뉴스를 콘텐츠로 활용하기 어려워지는 탓이 뉴스 앱의 등장과 들어맞습니다.
그 밖에 패스북은 애플 페이와 통합하여 월렛(Wallet)이라는 앱으로 바꾸었고, 카플레이의 무선 지원이나 배터리 절약 모드도 추가되었습니다.
스위프트
애플은 오브젝트 C를 대체할 프로그래밍 언어로 스위프트를 내세우고 있는데, 올해 말 스위프트를 오픈소스로 공개한다고 밝혔습니다. 애플 생태계에 갇혀 있던 기존 오브젝트 C와 다르게 스위프트로 작성한 앱이 다른 플랫폼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일단 세부 사항은 지켜봐야겠으나 기존 행보와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OS X와 iOS의 발표에서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가장 강력한 분위기는 서비스에 대한 접근입니다. 애플은 하드웨어로 이익을 내며, 아이튠즈 등 성공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으나 역량으로만 따지면 서비스로 이익을 내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밀려있었습니다. 주 사업이 아니란 것이었죠.
그도 그럴 것이 구글 나우는 구글이 여태 쌓아온 정보와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대가로 편의 기능을 제공하는 것으로 애플이 쉽게 다가가기 어렵다고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개인 정보 보호에서 구글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는 점을 파고들어 하드웨어 중심이지만, 경쟁할 수 있을 만한 서비스를 애플이 선보였습니다. 뉴스도 마찬가지로써 어떤 포괄적인 웹 서비스가 아니라 애플 기기에 고정한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반면, 개발자에 대한 지원은 확대되었는데, 지난해 공개한 홈킷, 헬스킷, 클라우드 킷을 비롯하여 이번에는 맵킷(Map Kit)과 뉴스앱에 뉴스를 발행하는 방법을 제공하고, 스위프트는 오픈소스로 전환했습니다.
고로 하드웨어 경쟁력을 서비스로 채우고, 대신 소프트웨어 역량을 개방하는 쪽으로 돌리면서 경쟁의 방향을 전환한다는 걸 방증했다고 봅니다. 기존에는 소프트웨어 역량을 고스란히 하드웨어 경쟁력과 연결하였지만, 일부 파이를 서비스에 둘 수 있게 되었다는 게 중요합니다. 쉽게 말하면 앞으로 애플 전략을 이해하는 데 이전과 다르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 '애플 WWDC 2015 (2) - watchOS / 애플 뮤직'으로 이어집니다.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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