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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조니 아이브, CDO의 의미

via_iMagazin


 애플의 디자이너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단연 조니 아이브(Jony Ive)입니다. 애플 내 수많은 디자이너가 있지만, 모든 제품의 디자인을 총괄하게 된 그는 애플 디자인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팀 쿡 다음으로 가장 인지도 높은 애플 임원을 뽑더라도 단연 아이브겠죠.
 


조니 아이브, CDO의 의미
 
 하드웨어 디자인을 맡았던 아이브는 2012년에 소프트웨어 담당 부사장이었던 스콧 포스톨이 애플을 떠난 후 소프트웨어 디자인까지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첫 소프트웨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iOS 7은 초기에는 우려가 있었으나 현재는 자리를 잡았고, 애플 워치를 통해서도 입지를 다졌습니다.
 
 


 애플은 이런 아이브에 최고디자인책임자(CDO ; Chief Design Officer)'라는 새로운 직책을 부여했습니다. 이로써 부사장 직함과 함께 C 레벨의 최고 직위를 얻게 되었으며, CDO는 애플이 이번에 신설한 것입니다.
 
 CDO로 승진하게 되었지만, 아이브는 지금처럼 애플의 전체 디자인을 이끌 겁니다. 대신 기존 역할을 산업디자인 담당인 리처드 하워드(Richard Howarth)와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 담당인 앨런 다이(Alan Dye)와 분담하게 됩니다.
 
 더는 올릴 직책이 없기에 새로 마련해서 자리를 하나 준거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디자인 확장하되 세분화하는 것으로 어쨌든 중심은 아이브임을 전달하려는 것과 아이브가 기존 제품 외 새로운 제품 디자인에 당연히 관여할 것이라는 방증입니다.
 
 쉽게 말하면 스티브 잡스의 위치에서 디자인 부문만 아이브가 온전히 가져가게 된 것으로 본래 그랬던 것 같으나 직위가 주는 무게감은 이전과 분명 다릅니다. 또한, 경영 면에서 팀 쿡 체제를 확고히 할 인물의 선정과 대상이 아이브라는 건 이사회의 현재 경영 체제에 대한 신뢰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죠.
 
 적어도 이사회가 iOS와 애플 워치의 디자인 우려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보게 되었으며, 이후 디자인 영역에 더 힘을 줄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아이브는 1992년에 애플에 입사했지만, 퇴사할 생각이었습니다. 당시 애플의 제품은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했기에 디자인은 부가적인 요소였고, 하드웨어의 설계와 결정 이후 외형을 선택하는 게 디자인 영역의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1997년에 복귀한 잡스와 만난 아이브는 떠날 생각을 접었습니다.
 
 잡스는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은 같은 궤도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아이브에 이에 동조했으며, 제품의 본질에 디자인이 반영될 수 있어야만 좋은 디자인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잡스는 이를 위해 당시 엔지니어링 담당이었던 존 루빈스타인(Jon Rubinstein)과 아이브의 디자인 팀을 분리했습니다. 잡스의 생각대로라면 사실 두 부서는 한 곳에서 공존해야 하지만, 그는 자신이 그 중심이 되어 동조하게 하도록 일부러 떨어뜨렸습니다. 그렇게 애플을 비롯한 대게 업체들이 엔지니어링 팀에서 부품이나 사양을 디자인 팀에 넘겨주는 방식이었다면 잡스는 반대로 디자인을 먼저 결정한 후 엔지니어링 팀이 디자인에 맞는 부품을 준비하도록 했습니다.
 
 이전의 애플이 엔지니어링에 무게를 두었다면 잡스 복귀 후 다시 디자인에 무게를 주어 균형을 맞춘 겁니다. 아이브는 이 모든 걸 20년 동안 지켜봤으며, 현장에 있었습니다. 2006년 아이폰의 두 번째 프로토타입의 케이스는 전부 알루미늄으로 되어있었고, 잡스와 아이브는 기뻐했지만, 전파가 금속을 돌파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몰랐기에 엔지니어링 팀이 이를 한참 설득한 일화는 유명하죠.
 
 그런 아이브가 CDO에 올랐습니다. 그건 애플이라는 회사에서 디자인이 차지하는 위치를 표시하는 것이며, 잡스가 엔지니어링 팀과 디자인 팀의 중심에서 동조를 담당했던 것처럼 역할을 하리라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디자인 팀의 확장, 즉, 아이브가 동조의 역할을 맡도록 애플에 20년 동안 근무한 리처드 하워드와 10년이 된 앨런 다이라는 노련한 보조에 업무를 분담한 것입니다.
 
 단순한 직함의 변경이 아니라 아이브의 기존 위치를 확장한 디자인 팀에 승계하면서 아이브가 쌓았던 경험을 토대로 엔지니어링 팀과의 동조를 위한 새로운 자리가 CDO라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쿡은 '그동안 아이브의 업적을 반영하여 새로운 역할을 맡겼다.'라고 직원 메모를 통해 밝혔습니다. 이전처럼 디자인 업무를 맡길 생각이었다면 굳이 새로운 역할이라고 얘기할 필요는 없었죠. 단지 디자인 권한만 강화한 것일 테니까요. 그러나 이미 아이브의 디자인 결정 권한은 막강했으니 새로운 역할이라는 게 빈말은 아니라는 겁니다.
 
 아이브는 아이맥에 손잡이를 단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기술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두려운 것은 만지지 않죠. 어머니도 무서워서 손대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손잡이가 있다면 접근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만져도 된다는 직관적인 허락이고,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은 존중받는 느낌도 들겠죠.'
 
 하지만 해당 손잡이를 케이스에 장착하려면 큰 비용이 필요했고, 과거 엔지니어링 중심의 애플이었다면 절대 허가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잡스는 별다른 설명이 없이도 손잡이를 본 순간 '정말 멋져!'라고 말했다고 그는 회상했습니다.
 
 아이브가 CDO로서 제 역할을 한다면 아이맥의 손잡이처럼 직관적이면서 디자인에 더 집중한 애플의 제품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필자는 생각합니다. 물론 디자인만 강조되어서도 안되고, 여태 올곧은 디자인만을 보여준 건 아니지만, 방향만큼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