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의 기능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으나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한다는 점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제품도 등장하고 있지만, PC의 모든 입력을 터치스크린으로 해결할 수는 없고,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하는 게 가장 직관적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혀 있습니다. 터치 인터페이스를 적용한 태블릿에서조차 마우스를 찾기도 하니까요.
 


애플, '키보드, 트랙패드, 포스터치'
 
 1967년, 더글라스 엥겔바트(Douglas Engelbart)가 발명한 마우스의 특허를 출원했지만, 10년이 훌쩍 넘어서야 애플이 특허를 4만 달러에 사들이면서 마우스를 탑재한 PC가 등장하게 되었죠. 마우스가 막 발명된 시기에는 많은 사람이 쓰임새를 이해하지 못했고, 엥겔바트조차 활용에 회의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최근 애플의 입력 장치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최근 출시한 12인치 맥북에서 꼽을 수 있는 2가지 변경점이 포스터치(Force Touch)와 나비식 메커니즘(Butterfly Mechanism) 키보드인 탓입니다.
 
 포스터치는 애플 워치를 통해 먼저 소개되었지만, 탭틱 엔진(Taptic Engine)을 활용을 트랙패드에 클릭하는 감각을 전달하도록 다르게 설계했습니다. 지금까지 마우스나 트랙패드로 일방적인 입력만 할 수 있었다면 입력 장치로부터 반응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물론 이런 방식 자체가 이전에는 없었던 전혀 새로운 개념은 아닙니다. 필자가 주목하게 된 것은 이런 움직임들이 PC를 이용하는 방식을 바꾸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기술 자체에 회의감을 느낄 수도 있으나 변하는 지점에 있다는 게 이유입니다.
 
 포스터치가 꽤 재미있는 기술로 여겨진다면 나비식 키보드에 대한 반응은 아이패드의 터치스크린 키보드를 이용하는 것 같다거나 키감은 부족하지만, 사용에는 문제가 없다거나 새로운 방식이 흥미롭다는 의견까지 다양합니다. 개인차가 있기에 어떻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애플이 나비식 키보드를 다른 맥에도 적용할 생각이라면 키보드에 적응해야 하거나 다른 제품을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단지 이랬던 적이 이번만이 아니라는 게 겁니다.
 
 


 애플이 처음 매직 마우스를 내놓았을 때 사람들은 매끈한 모습에 반했지만, 실제 잡으면 기존 사용하던 마우스와 다르게 붕 뜨는 문제에 잡기 불편하다고 호소하는 사용자도 많았습니다. 여전히 매직 마우스 대신 다른 마우스를 사용하려는 소비자가 많기도 하죠.
 
 하지만 그런 디자인이 채용된 건 마우스 표면을 모두 터치 센서로 처리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멀티 터치 제스처를 통해 여타 마우스의 휠보다 많은 입력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터치 센서 대신 물리 버튼을 탑재하는 마우스도 있긴 하나 중요한 것은 제스처 입력 방식이 정형화하면서 OS X의 인터페이스도 조금씩 변했습니다.
 
 가령 런치패드(Launchpad)는 매직 마우스나 매직 트랙패드의 제스처를 이용해야만 수월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운영체제, 좀 더 나아가 PC의 조작이 변하는 것으로 매직 마우스의 존재가 없었다면 내딛지 못했을 겁니다. 당연하게도 매직 마우스의 우수성을 논하려는 건 아닙니다. 매직 마우스에 충분히 적응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으니 말입니다.
 
 다만 조금씩 변했다는 게 매직 마우스의 전작인 애플 마우스의 전 방향 스크롤 볼 탓에 위아래 스크롤만 아니라 좌우 스크롤 인터페이스 꽤 추가되었고, 매직 마우스와 매직 트랙패드로 발전하면서 제스처가 확장했으며, 현재는 멀티 터치 제스처로 맥을 조작하는 게 당연한 것이 되었습니다. 매직 마우스의 붕 뜨는 느낌은 별로라고 생각해도 멀티 터치 제스터를 없애자고 주장하는 맥 사용자는 찾기 어려울 겁니다. 그저 맥락이 같다는 얘기입니다.
 
 다시 나비식 키보드로 돌아와서 애플이 계속해서 이 키보드를 밀고 나갈 것이라 단언하진 않겠지만, 애플인사이더는 애플의 흥미로운 키보드 특허를 하나 전했습니다. '퓨전 키보드(Fusion Keyboard)'로 불리는 이 특허는 키보드에 터치패드를 탑재하여 키보드 위에서 터치 조작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식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트랙패드가 없더라도 키보드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해당 특허를 실제 구현하기에 나비식 키보드는 적합해보입니다. 나비식 키보드의 키 높이가 기존 키보드보다 낮고, 더 평평하죠. 나비식 키보드가 꼭 이 특허를 염두에 둔 건 아니겠지만, 핵심은 애플이 매직 마우스처럼 입력 장치의 방식을 바꿀 실마리를 제공하고,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를 개선하면서 30년 간 변함 없던 키보드와 마우스로 이뤄진 PC 조작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입니다.
 
 만약 키보드에 터치 센서를 탑재할 수 있다면 맥북은 둘째치더라도 매직 마우스나 매직 트랙패드를 필수로 선택해야 했던 아이맥과 맥미니 등 데스크톱 소비자는 키보드만 선택하여 맥을 조작하는 게 가능해집니다. 활용 방식에 따라서 마우스를 필요로 하겠으나 이미 맥에서의 트랙패드 이용의 편의를 이해하는 사용자라면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쉽게 이해할 것입니다.
 
 상기했듯이 퓨전 키보드 기술이 탑재된다면 나비식 키보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면 사용자는 새로운 인터페이스 경험을 위해 나비식 키보드에 적응해야 합니다. 대신 맥에서 마우스를 멀어지게 할 수 있죠. 그리고 그 경험이 우수하다면 나비식 키보드에 대한 회의감도 매직 마우스처럼 상쇄하리라 봅니다. 실현되었을 때의 얘기겠지만, 필자는 그 과정에 주시하고 싶습니다.
 
 포스터치도 그렇습니다. 애플은 포스터치로 길게 클릭하여 새로운 정보를 불러오거나 동영상을 빨리 감거나 압력을 감지하여 서명할 수 있는 방법을 선보였습니다. 애플 워치에서는 작은 화면을 조작하는 방법으로 추가된 장치처럼 보였지만, 맥에서는 멀티 터치 제스처처럼 PC의 인터페이스 경험에 영향을 끼치도록 설정되었습니다. 이를 토대로 내다보면 포스터치를 탑재한 마우스나 트랙패드도 기대해볼 수 있고, 맥의 인터페이스와 맞물릴 때 다시 맥을 조작하는 방식이 좀 더 변해있을 것입니다.
 
 


 과거 컴퓨터 과학자 이반 서덜랜드(Ivan Sutherland)는 컴퓨터와 사람의 상호작용에 많은 고민을 했고, 스케치패드(Sketchpad)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스케치패드는 라이트펜으로 스크린에 직접 도형 등을 그릴 수 있었는데, 당시에는 천공 카드로 정보를 입력했던 탓에 굉장히 획기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단초로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그래픽 프로그램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애플이 제시한 방법이 스케치패드처럼 상호작용의 개념을 완전히 뒤엎은 건 아니지만,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건 나비식 키보드니 터치 센서를 탑재한 키보드니 포스터치가 들어간 트랙패드 같은 것들이 하드웨어 기술의 추가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상호 작용 방법에 접근하고 있다는 겁니다.
 
 기존 마우스나 키보드에 몇 개 버튼을 추가하는 식으로 변화가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새로운 상호작용의 제시들로 가까운 미래에 PC를 어떻게 보편적으로 조작하게 될지는 매우 궁금합니다. 애플에서 보이는 그런 시도가 눈여겨볼 수밖에 없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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