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애플은 비츠(Beats)를 32억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인수 목적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으로 음악 추천 기능을 탑재한 비츠 뮤직(Beats Music)의 기술을 새로운 서비스와 결합하는 것이었죠. 이를 위해 다수 음반사 및 가수들과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애플의 새로운 음악 스트리밍과 핑
워너 뮤직은 2015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사상 처음으로 스트리밍 음원 매출이 다운로드 매출을 넘어섰다.'고 밝혔습니다. 다운로드 매출의 감소는 앞서 감지되었으나 스트리밍 매출이 뛰어넘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애플의 음원 사업도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으로 전환해야만 하는 상황이고, 전환의 성과는 현재 애플이 음원 사업에서 가진 권력의 방향을 결정할 것입니다.
애플은 이미 아이튠즈 매치와 아이튠즈 라디오를 통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단지 기존 스포티파이나 판도라 등의 스트리밍 서비스와 큰 차별점을 찾지 못했고, 유튜브조차 음원 스트리밍에 뛰어들면서 초기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처럼 선점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일단 타 스트리밍 서비스의 고객을 유치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니까요.
아이튠즈 매치나 아이튠즈 라디오의 성적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기존 아이튠즈 이용자라면 다운로드와 연계하여 새로운 음악을 찾고, 내려받으며, 다양한 애플 기기에서 즐길 수 있으니 플랫폼에 녹아든다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 문제는 아직 스트리밍이 주력 모델은 아니라는 겁니다. 스포티파이나 판도라는 스트리밍을 수익 모델로 성장시켰고, 스트리밍 시장의 확대와 함께 성장하고 있으니 애플의 스트리밍은 아직 풋내기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렇기에 '음원 스트리밍을 애플의 미래 사업으로 삼을 수 있는가?'와 '서비스가 추구하는 점이 다른 서비스와 무엇이 다른가?'하는 쟁점을 새로운 스트리밍 서비스가 풀어낼 수 있을지가 핵심입니다.
9to5mac은 '애플이 소셜 네트워크 기능을 추가한 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 뮤직을 6월에 개최하는 세계 개발자 컨퍼런스(WWDC)에서 공개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iOS 8.4 베타 버전에 '아티스트 활동(Artist Activity)'이라는 옵션이 추가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아마 애플 뮤직과 관련된 옵션일 것으로 추측합니다.
또한, 애플 뮤직에 추가할 것으로 보이는 소셜 기능도 가수 중심으로 알려졌는데, 가수가 자신들의 페이지를 마련할 수 있고, 콘텐츠를 올릴 수 있으며, 일반 이용자는 페이지를 생성할 수 없지만, 댓글을 달거나 반응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마 아티스트 활동 옵션이 이와 연관된 것이겠죠.
애플은 과거 핑(Ping)이라는 소셜 서비스를 아이튠즈에 탑재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서비스와 어울리지 않는 폐쇄 정책으로 소셜 네트워크라기보단 가수들의 광고판과 같았고, 2년 만에 폐기해버렸습니다. 이후에는 관심 있는 음악을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공유할 수 있게 했으며, 친구에게 소개할 수 있는 옵션 정도가 전부였는데, 애플 뮤직에 다시 소셜 기능을 집어넣겠다는 겁니다.
아직 애플 뮤직의 상세한 내용이 공식적으로 나온 건 없기에 확정할 수는 없으나 실패한 것을 다시 꺼내 든 만큼 애플 뮤직의 향방을 결정할 요점이 되리라 봅니다.
먼저 지난 2월, 뜬소문으로는 애플이 새로운 스트리밍의 구독료를 월 7.99달러로 음반사와 협상 중이라고 알려졌으나 9to5mac은 월 9.99달러이며, 독점 콘텐츠을 확보했다고 말했습니다. 즉, 9to5mac의 말대로라면 구독료와 독점 콘텐츠를 전부 잡지 못했으나 구독료를 포기하는 대신 그나마 독점 콘텐츠를 선택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스트리밍에 반대했던 테일러 스위프트가 애플에 독점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방증합니다.
이어 콘텐츠를 독점한다고 해서 무작정 이용자가 발생하는 건 아니기에 독점 콘텐츠가 구독료보다 중요했다는 건 콘텐츠를 활용할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필자는 그것을 소셜 기능으로 보고 있는데, 독점한 콘텐츠를 소비만 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에 대한 참여도를 높이는 여타 소셜 서비스들에서 행해진 마케팅을 끌고 오겠다는 겁니다. 물론 여기까진 핑과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핑이 다운로드 중심의 아이튠즈에 있던 서비스였다면 이번에는 스트리밍입니다. 월 구독료만 지급하면 다른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과 함께 독점으로 확보한 가수들과 소통할 기회를 제공하고, 샘플이나 동영상 등을 구매 없이 빠르게 소비할 수 있게 합니다. 소셜 기능에는 어떤 가수가 다른 가수의 곡을 추천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고 알려졌는데, 해당 곡을 곧장 소비하게 한다는 점도 스트리밍의 강점이 묻어나는 부분입니다.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iOS나 맥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 용 애플 뮤직이 등장할 수 있다고 9to5mac가 말한 것인데, 이는 윈도용 아이튠즈가 출시된 것처럼 파격적인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소셜 기능을 미뤄봤을 때 폐쇄적인 운영으로 실패를 봤던 핑과 다른 노선을 선택했다는 거죠. 단순히 사용자를 부풀리려는 것이 아니라 독점 콘텐츠와 이를 활용할 환경을 사업의 중심에 둔다면 그래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기존 플랫폼 강화에 머무는 것보다 소셜 기능을 애플 뮤직의 성공 열쇠로 본다는 겁니다.
더군다나 애플 뮤직의 기능이 아이튠즈 매치나 아이튠즈 라디오와 중복되는 것이 많은데도 두 서비스는 종료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9to5mac은 말했습니다. 아이튠즈 라디오가 무료라는 점을 상기하면 월 구독료는 원하는 곡을 재생 목록으로 만드는 것과 소셜 기능을 통한 독점 콘텐츠 접근에 드는 비용인 셈입니다. 소셜 기능이 빠진 채라면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와 다르지 않은 가격이기에 핑의 부활을 그저 심심한 재도전이 아닌 요점으로 보는 이유입니다.
당연히 애플이 소셜 기능을 요점으로 생각한다고 해서 애플 뮤직이 성공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서비스 부문에서 애플은 실패한 사례가 많으며, 마땅히 성공했다고 할 서비스도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다만 워너 뮤직의 실적 발표에서 알 수 있듯이 스트리밍으로 무조건 이행해야 할 지점이라면 도전적인 성격보단 서비스 유지에 초점을 맞춘 것일 테고, 좋지 않은 기억의 핑이라도 다시 꺼내야 한다고 느꼈다고 봅니다.
뜬소문을 더 보면, 이용자들이 자신의 음악을 서비스에 업로드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아이튠즈 매치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사운드 클라우드 같은 기능으로 일반 이용자가 믹싱한 곡이나 인디 싱어송라이터가 참여할 수 있는 장처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업로드한 곡은 다른 이용자들이 이용하는 것도 가능한데, 이것이 소셜 기능과 시너지를 낼 가능성도 있죠.
그만큼 핑을 닮았지만, 스트리밍에 걸맞은 기능을 제공하고자 준비하고 있다고 미루어 볼 수 있습니다. 고로 이런 요소들이 어긋나지 않고 들어맞을 수 있을지가 관건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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