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의 판매량 감소는 1년 이상 이어지고 있습니다. 얇은 본체를 내세운 아이패드 에어에 판매량 견인을 기대하기도 했고, 더 얇아진 아이패드 에어 2는 아이패드 미니와의 거리를 벌려놓았음에도 감소세를 막지 못했습니다.
아이패드의 전략은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
사실 아이패드뿐만 아니라 모든 태블릿 시장이 감소세에 있습니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2015년 1분기 태블릿 판매량이 지난해 5,670만 대에서 9%나 감소한 5,180만 대로 집계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태블릿에 주력하지 않아도 되는 다른 업체와 달리 애플에 아이패드는 중요한 위치의 기기이며, 아직은 놓치기 어려운 라인입니다.
애플 CEO 팀 쿡은 회계연도 2015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아이폰과 맥이 아이패드를 잠식한 것이 맞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이전에 말한 것처럼 '실적은 실적일 뿐 걱정하지 않고 있으며, 언제인지 모르겠으나 안정화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애플은 아이패드를 꼭 안정화해야 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아이폰이나 맥이 아이패드를 대체할 수준의 제품이라고 생각한다면 판매량이 줄어들더라도 전체 실적에 영향을 끼치진 않을 테니까요. 감소하긴 했지만, 아이패드는 여전히 애플 매출의 9%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체 서비스 부문 매출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단지 지난 분기 맥의 매출이 전체에서 10%를 차지하여 아이패드를 넘어섰다는 것인데, 중국 내 애플 실적이 좋고, 맥의 판매량이 늘어난 점이 원인으로 지목되었습니다. 1분기 중국의 아이폰 판매량은 미국 판매량을 넘어섰고, 애플 전체 매출의 29%가 중국에서 나왔을 만큼 성장했으니 중국 내 애플의 입지가 얼마나 단단해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주요 시장이 된 중국에서 아이폰이나 맥만큼 아이패드가 성장하지 못했다는 것이고, 이건 고스란히 아이패드의 고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존 아이패드 고객이 아닌 새로운 시장에서 아이폰과 맥은 성장했으나 아이패드가 그렇지 못했다는 건 2가지 제품 사이에 아이패드를 따로 구매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의미인 겁니다.
그리고 이점이 애플이 아이패드를 살려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분명 애플이 중국 시장에서 기대한 건 아이폰, 아이패드, 맥으로 이어지는 전체 플랫폼 라인의 성장으로 중국 애플 제품 소비에 지속성을 부여하는 것이었지만, 아이패드만 빠졌기 때문입니다. 즉, 전체 플랫폼에서 아이패드가 동떨어진 존재가 될 수 있고, 그랬을 때 아이패드를 뺀 아이폰과 맥만으로 플랫폼을 유지해야 하므로 수익 구조에서 안정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그걸 중국 시장 성적이 방증하는 것이죠.
이에 애플은 12인치의 생산성을 강조한 대화면 아이패드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전부터 아이패드의 생산성을 강조했기에 아이패드에 전문성을 더할 수 있는 대화면 아이패드는 사업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습니다.
소문으로는 블루투스 스타일러스 펜과 USB 포트가 탑재될 것으로 알려져 이전 모델보다 휴대성보다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관련한 서드파티 앱의 개발로 전문성이나 기업 시장의 수요를 아이패드로 끌어당기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했을 때 기존 아이패드 라인에 문제가 생깁니다.
기존 아이패드 라인이 생산성을 여태 강조하긴 했으나 대화면 아이패드로 대체하게 되면 제자리걸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기업 시장에서도 휴대성과 생산성 중 업무 용도에 맞는 아이패드를 선택해야 하므로 꼭 대화면 아이패드가 기업 시장에 적합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필자는 지난해 12월 '아이패드, 회귀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는 글을 통해서 '애플의 생산성을 강조하는 아이패드 마케팅이 형편없지 않지만, 이것이 심화하면 생산성만을 위한 제품으로 각인되고, 엔터테인먼트 활용에서 멀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부분 사람이 PC를 생산성 도구가 아닌 엔터테인먼트 기기로 여긴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아이패드가 PC 일부를 대체할 기기로 존재하려면 좀 더 대중적인 부분도 강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대화면 아이패드로 생산성을 강조하게 되면 더욱 필요한 마케팅이고, 아이패드의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는 게 필자의 의견이었죠. 그리고 애플은 아이패드의 전략에 중요한 단서가 될 광고 하나를 선보였습니다.
'Everything Changes with iPad'이라는 제목의 영상은 여전히 아이패드의 활용을 전달하는 내용이지만, 이전 캠페인과 방향이 다릅니다. 이전 캠페인들이 음악을 만들고, 다이빙 선수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농장 관리나 수술 등에서 이용하는 장면을 주로 다뤘다면 Everything Changes with iPad는 가족들과 아이패드를 이용하는 모습이나 생활에서 아이패드를 쓰는 부분, 교사가 아닌 학생, 점원이 아닌 장을 볼 때나 여행에서 쓰는 일상적인 모습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아이패드가 대중적인 기기임을 전달하려는 목적이 강합니다. 그렇다고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발을 뺀 건 아닙니다. 이달 초 애플과 IBM은 일본 우정 그룹과 제휴하여 노인 복지 사업의 하나로 2020년까지 500만 대의 아이패드를 노인 가구에 공급할 계획인데, 대신 생산성에 중심을 둔 것과 성격이 다르죠.
아이패드의 정체성을 한곳에 묶어두지 않고, 일반 사용자를 포용할 수 있는 수준에 두면서 이미 생산성은 꾸준히 강조했기에 다른 수요를 당길 필요를 영상에 담고 있습니다. 어차피 대화면 아이패드가 등장한다면 기존 아이패드의 포지셔닝을 수정해야 하고, 반대로 말하면 생산성에 중점을 둔 아이패드의 등장 가능성을 크다는 걸 방증합니다. 혹은 대화면 아이패드가 등장하지 않더라도 아이패드를 포지셔닝을 바꾸는 궤도에 놓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필자는 아이패드의 생산성을 중점에 두고 아이패드가 성장할 수 있어야 지속한 실적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이패드가 성장하려면 새로운 수요에 눈을 돌려야만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패드가 생산성에 고립했을 때 일반 사용자가 일상에서 이용할 수 있는 앱의 규모도 줄어들 것이고, 결과적으로 애플의 전체 플랫폼에 영향을 끼칠 겁니다.
그런 고민이 Everything Changes with iPad에 잘 나타나 있으며, 일본 우정 그룹과의 제휴도 아이패드가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얻고자 하는 범위가 훨씬 넓다는 점을 전달합니다. 적어도 대화면 아이패드를 출시하면 포지셔닝할 수 있는 여지는 만들어 놓았죠.
팀 쿡은 '아이패드의 최초 구매자는 미국에서 대략 40% 수준이며, 중국에서는 70%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이패드의 매출 감소는 최초 구매자가 없는 탓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어 '고객 만족도는 100%에 가깝다.'라고 밝혔고, '장기적으로 아이패드는 좋은 사업이며, 다시 성장할 시기가 꼭 올 것이라 믿는다.'라고 말했습니다.
필자는 애플이 그 성장할 시기를 만들고자 아이패드의 전략을 바꾸기 시작했다고 봅니다. 그건 대화면 아이패드를 출시하는 시점에서 완전히 전환할 것이고,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아이패드 미니의 단종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9.7인치 아이패드를 일반 소비자 포지셔닝에 둔다면 아이폰과 겹치는 아이패드 미니의 존재는 없어도 좋으니까요.
그리고 애플은 아이패드가 충분히 유지되는 상황으로 믿고 있으며, 아이폰만큼은 아니지만, 맥과의 중간 단계에서 애플의 주요 사업으로 남을 방안에 집중하리라 생각합니다. 그걸 위한 성장이고, 전략의 변경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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