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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PC 시장처럼 되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은 압도적이고, 애플을 제외하면 사실상 독점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덕분에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계속 유지할수록 더욱 막강한 권한을 지니게 될 테고, 여타 플랫폼이 새롭게 침범하긴 쉽지 않겠죠. PC 시장의 윈도처럼 말입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PC 시장처럼 되다
 
 지난해부터 필자는 스마트폰이 PC 시장처럼 되진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나마 삼성이라는 존재가 있다는 게 걸림돌이었고, 2월에는 '갤럭시 S6가 안드로이드에 끼칠 영향'이라는 글을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갤럭시 S6가 성과를 내지 못하면 저가 경쟁이 더 심화하리라는 것이었고, 이제 확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난 7일, 삼성전자는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 내린 48조 원, 영업이익은 4% 내린 6조 9,000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주력 제품인 갤럭시 S6의 2분기 판매량이 1,800만 대 수준으로 예상치인 2,100만 대를 밑돈 탓으로 보입니다.
 
 출시 효과가 떨어진 것도 있지만, 작년에 좋은 평가를 없지 못했던 갤럭시 S5의 주력 기간보다 매출과 영업 이익이 줄었다는 건 갤럭시 전략을 재정비할 필요성을 방증하는 성적입니다. 무엇보다 갤럭시 S5의 성적을 만회하고자 갤럭시 S6에 많은 신경을 썼다는 걸 생각하면 과연 이후에도 지속 성장이 가능할지 의문이 생기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래서 S 시리즈 후속으로 내놓을 갤럭시 노트 시리즈의 출시를 앞당긴다는 뜬소문도 들리지만, 어떤 수요가 노트 시리즈에 몰릴지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G 시리즈로 스마트폰 시장 재기를 노린 LG도 신제품인 G4를 내놓았지만, 플래그십 모델로는 낮은 성능과 높은 가격, 카메라 외 마땅히 내세울 게 없는 제품이라는 지적을 받으면서 일부 언론에서는 G4의 2달 간 국내 개통량이 24만 대 수준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소니도 지난해 모바일 부문에서 18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죠. 그나마 중국 업체들이 성장하고 있다지만, 캐나다 투자분석회사 캐너코드 제뉴이티(Canaccord Genuity)에 따르면 상위 8개 스마트폰 제조사 전체 영업 이익의 92%를 애플이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샤오미 등 몇몇 업체는 조사에서 빠졌지만, 애플 바로 밑의 삼성이 15%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나머지 업체들의 손실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죠.
 
 주목해야 할 건 지난해 4분기 캐너코드 제뉴이티의 조사로는 애플이 영업 이익의 93%를 차지했고, 삼성이 9%에 머물렀다는 건데, 삼성의 신제품 효과도 있겠지만, 그만큼 다른 상위 업체들의 손실 폭도 커졌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PC 시장의 침체 상황은 돌이킬 수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PC가 어디서든 쓰이겠지만, 이전만큼 구매에 적극적인 소비자가 줄어들었다는 것인데, 윈도 XP의 지원 종료로 잠깐 침체가 주춤했으나 지난 분기는 다시 폭풍이었습니다. IDC의 보고서를 보면, 올해 2분기 전체 PC 출하량은 11.8% 감소했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위인 레노버는 7.5%, 이어 HP는 10.4%, 델은 8.7% 감소했습니다. 상위 업체 중 성장을 기록한 건 유일하게 애플로 출하량이 16.1%나 증가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지난 1분기까지는 상위 업체 중 레노버와 HP의 윈도 XP 탓에 출하량이 증가했었다는 겁니다. 가트너의 보고서로도 레노버는 2013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출하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레노버가 HP를 제치고 1위를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저렴한 가격이었기에 지난 2분기의 출하량 감소로 가격으로 승부했던 레노버조차 역성장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그런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 상황도 비슷합니다. 오히려 침체 속도는 PC 시장보다 빠른데, 샤오미 등의 업체가 성장하면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평균 판매 가격은 254달러로 떨어졌습니다. 샤오미의 평균 판매 가격은 220달러이고, 삼성, LG, 소니 등의 업체가 고가 제품을 출시하지만, 동향은 저가 제품으로 쏠리고 있다는 건데, 문제는 이런 동향 탓에 기존 상위 업체들의 플래그십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LG의 G 시리즈나 소니의 Z 시리즈는 물론이고, 삼성의 실적 상황을 보자면 갤럭시라는 브랜드의 포지셔닝은 파빌리온이나 인스피론과 비슷합니다. HP의 파빌리온 브랜드가 현재는 제대로 소비자를 흡수하지 못하며, 되레 저가 시리즈인 스트림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게 그렇죠. 당연히 삼성의 갤럭시 브랜드는 여러 가격대 제품을 모두 포함하고 있기에 직접적인 비교는 할 수 없습니다만, 플래그십 라인인 S 시리즈와 노트 시리즈가 갤럭시라는 브랜드를 지탱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PC 시장 사례로 보아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브랜드 가치가 경쟁에서 쓸모 없어진다면 기존 업체가 할 수 있는 건 가격 경쟁밖에 남질 않으니까요.
 
 PC 시장이 수요 침체로 가격 경쟁뿐만 아니라 브랜드 경쟁조차도 어려워졌고, 그렇더라도 딱히 운영체제 주체인 마이크로소프트가 곤경에 처하진 않았다는 것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상황과 비슷하다는 게 본문의 골자입니다. 필자가 이것으로 말하려는 건 여태까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플래그십 전략을 애플과 비슷하게 가져가고자 했지만, PC 시장의 흐름이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나타나는 거라면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1년 주기의 플래그십 전략은 한 제품으로 1년 동안 수요를 이끌어야 한다는 점에서 위험이 컸지만, 스마트폰의 특성상 마구잡이 식 제품 생산은 사후 지원이나 제품 관리 차원에서도 좋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단지 PC 시장의 수요 변동이 신제품 출시가 아닌 특별한 시장 동향에 따라 변한다는 걸 방증할 자료가 나오는 시점에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PC 시장을 답습한다면, 지금과 같은 플래그십 전략으로 위험을 감수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어쨌든 현재 전략을 유지하려면 분기별 판매량을 지금보다 더 끌어올려야 하는데 평균 판매 가격이 낮아지고, 성능이 평준화하면서 교체 시기도 길어지는 마당에 성장하던 시기처럼 유지할 수 있으리라는 의견은 분명 재고해봐야 할 것입니다. PC 시장처럼 완전히 저가 시장에 잠식당하지 않으려면 차라리 분기별 새로운 플래그십 모델을 소량 생산, 출시하여 새로운 브랜딩과 기업 포지셔닝을 시도하는 쪽이 지금보다 나은 분기 판매량을 낼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안드로이드가 위기라는 건 아닙니다. 구글은 그대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막강한 권력을 유지할 테니까요. 대신 PC 시장으로 비추어 봤을 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이 빠르게 변하면서 제조사들의 변화가 필요한 지점이라는 거죠.
 
 필자는 앞선 글에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300~400달러의 중간 모델이 사라지고 있고, 갤럭시 S6의 성과에 따라서 저가 경쟁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를 PC 시장으로 보면 이제 '저가 경쟁이 심화하면 앞으로 저가 스마트폰으로도 이익을 내기 어려워질 것'으로 다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성능 문제로 해석하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성능 문제만으로 보기에 전체 시장 흐름이 너무 달라졌습니다. 성능은 당연하며, 지금도 바뀌고 있는 PC시장이나 고착화한 자동차 시장처럼 가격과 브랜드, 마케팅이 좀 더 절실한 시장이 되었다고 봐야겠죠. 물론 해답도 거기에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