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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소니, 모바일을 마지막 보루로 생각하다


 지난해 10월, 소니는 모바일 사업 부문 수석 부사장으로 히로키 토토키를 올렸습니다. 금융 자회사인 소니 뱅크와 인터넷 서비스 자회사인 소넷을 거쳐 소니 모바일로 오게 된 토토키는 '매출이 줄어들어도 이익이 나는 사업으로 바꾸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소니, 모바일을 마지막 보루로 생각하다
 
 소니는 2013년부터 엑스페리아 Z 시리즈를 플래그쉽으로 내세운 라인을 강조하면서 스마트폰 재기를 노렸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 1분기 스마트폰 판매 점유율에서 샤오미, ZTE, 쿨패드, 알카텔 등에 밀려 10위 권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이어 모바일 사업 인력을 추가로 감원하기로 하면서 PC처럼 철수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주장이 나타났습니다.
 
 


 토토키는 아라비안 비즈니스(Arabian Business)와의 인터뷰에서 '절대 철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로이터는 익명의 정보통을 인용하여 '소니가 모바일 사업을 PC처럼 매각하거나 TV처럼 분사하려 합작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보도했지만, 직접 반박하고 나선 것입니다.
 
 앞서 PC와 TV의 사례가 있었고, 소니의 모바일 사업 부문의 포지셔닝을 생각하면 철수한다는 뜬소문이 허구처럼 들리진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소니 전체를 생각한다면 영화와 음반, 은행, 보험 등에 집중하는 게 좋고, 부동산 중개업까지 손을 대면서 소니의 입지가 전자 쪽과는 완전히 멀어지는 중이었기에 모바일에 큰 비용을 투자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토토키는 인터뷰에서 '스마트폰과 PC는 매우 다르다.'면서 '스마트폰은 다른 기기와 연결되면서 다양한 기회를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주 흥미로운 발언인데, 현재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업이 전자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스마트폰이 소니에 다시 전자 사업의 발판을 마련할 분야라고 말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또한, 2012년 에릭슨과의 합작 관계를 청산하면서 발생한 손실에 대해서 '에릭슨의 지분 매입 가격이 높았던 탓'이라며, '손실로 기록되었지만, 실제 현금 흐름에는 문제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청산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이 이런저런 소문을 만들었기에 해명한 것입니다.


 최근 삼성의 실적 부진과 애플의 아이폰 판매량 감소가 우려되는 분위기에서 '소니가 해봐야 얼마나 할 수 있겠는가', 의문이 드는 게 당연합니다. Z 시리즈로 정리된 라인을 통해 새롭게 포지셔닝하긴 했지만, 전체 스마트폰 판매가 굳어지는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긴 쉽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토토키의 발언은 꽤 의미가 큽니다. 소니가 스마트폰만 키운다기보다는 스마트폰을 통한 다양한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걸 방증했으니 말입니다.
 
 소니는 지난해 일본 본사 1층에 '소니 시드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 (SAP ; Sony Seed Acceleration Program)'을 위한 라운지를 마련했습니다. SAP는 신규 사업을 창출하는 방안으로 사내 소규모 조직을 구성할 수 있게 한 방안입니다. SAP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대표적인 것이 전자 종이로 만든 시계인 'FES 워치'인데, 소니의 스마트폰과 연관도니 제품은 아니지만, 사업과 무관하더라도 아이디어를 낼 수 있게 하면서 자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까지 운영하여 제품화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는 사물인터넷이나 플랫폼 연결 제품을 대부분 소규모 스타트업들이 개발하고, 크라우드펀딩으로 투자금을 모으는 방식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NBC(New Business Creation)라는 크라우드펀딩 부서까지 만들었는데, FES 워치도 이 부서를 통해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으며, 디지털 잠금장치인 '큐리오(Qrio)'와 홈 커넥터 기기를 사용자가 직접 만들 수 있는 'MESH'라는 스마트 키트도 펀딩을 진행했습니다. 당연하게도 FES와 달리 큐리오와 MESH는 사물인터넷 기기인데, 자사 스마트폰과 직접 밀접한 사업은 아니지만, 어쨌든 연결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아이디어 제품을 창출하는 데 전자 부서가 혈안이 된 겁니다.
 
 토토키의 자신감도 여기서 확인할 수 있으며, 그는 '30%의 비용과 20%의 인력을 감축하는 조정을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런 연구 방안을 SAP나 NBC에 넘기면서 스마트폰이 허브 기기로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하려는 구조조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후 스마트폰 사업이 이익을 낼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큐리오나 MESH로 이어지는 사물인터넷 결과물과 함께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고로 토토키는 소규모로 진행하는 아이디어 사업을 과거 전자 사업을 주도했던 것처럼 불러들이고자 마지막 보루로 남겨두는 것이 모바일이라고 강조한 거죠. 소니가 돈도 안 되는 모바일 사업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토토키는 '오는 10월 흑자를 낼 것'이라면서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현재 소니의 스마트폰이 어떤 상황인지 알고 있다면 '과연?'이라고 물음을 던질 만큼 브랜드 선호도뿐만 아니라 품질에서도 몇 가지 논란으로 시끄러우니 말이죠.
 
 다만 달리 생각하면 소니가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방법을 저가 시장이나 끼워팔기 등 틈새를 노린 전략이 아닌 미래 가치를 생각한 목표를 제시하여 집중하는 전략을 제시한 겁니다. 그건 상당히 긍정적으로 봐야 할 부분입니다. 고착화한 전체 스마트폰 시장을 돌파할 방법을 정면에서 찾겠다는 것이니까요.
 
 이제부터 중요한 건 소니의 모바일 목표가 어떤 것이라는 경험을 소비자에 전달할 제품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전략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야만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하지 않는 소니에 수긍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