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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은 큰 영향 줄 수 있다


 올해 초부터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과 관련한 소식이 무더기로 쏟아졌습니다. 아직 국내 방송사들과 조율이 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진출 계획은 내년으로 알려졌기에 한국의 미디어와 스트리밍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화두입니다.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은 큰 영향 줄 수 있다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 소식에 소비자들은 환호하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환호 속에서 넷플릭스가 한국의 미디어 시장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으며, 다른 지역에서 성장 중인 넷플릭스라도 한국 시장은 다르다는 견해도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아직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이 확정된 것이 아니며, 계획이 무산될 수 있다는 점과 이런저런 제도적 문제로 한계에 부딪힐 수도 있다는 점을 배제하고 가정을 해야 할 것입니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다른 지역과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를 한다면 말이죠.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에 우려하는 의견이 내세우는 건 'TV 주 시청 층이 40대 주부'라는 점과 '기존 선호 콘텐츠와 다른 콘텐츠가 경쟁력이 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기존 IPTV와의 가격 경쟁과 대체 수단이 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유선 방송을 해지하고, 스트리밍과 주문형비디오(VOD)로 넘어가는 '코드 커팅(Cord Cutting)'으로 불리는 미국의 TV 미디어 산업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현상으로 불립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미 대다수 가정이 저렴한 케이블과 IPTV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넷플릭스가 정착하려면 기존 TV와 연결한 IPTV와의 연결이 필요하지만, 국내 사업자들이 이를 쉽게 허용하지 않으리라는 겁니다. 셋톱박스와 서비스 사업자, 콘텐츠 제공자가 분리된 미국과 우리나라 상황이 다르다는 거죠.
 
 또한, 주 시청 층인 40대 주부가 주로 이용하는 콘텐츠는 공중파 드라마인데,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콘텐츠로 두꺼운 40대 주부를 겨냥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며, 하더라도 드라마 콘텐츠와 제휴하지 않고 경쟁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어려울 수 있다는 건 서비스와 미국의 코드 커팅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분명 국내 케이블과 IPTV 환경, 주 시청 층과 드라마 콘텐츠의 강력함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현재까지 오기 전 미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스트리밍으로 넘어간다는 게 지금처럼 큰 주목을 받은 것도 아니었지만, 다양한 콘텐츠가 넷플릭스에 뒤섞여 있지도, 넷플릭스가 제작한 콘텐츠가 있지도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단순히 가격 경쟁에서 넷플릭스가 이긴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넷플릭스만이 유일한 스트리밍 서비스였던 것도 아니죠.
 
 넷플릭스가 기존 IPTV나 VOD 서비스와 경쟁할 수 있는 건 서비스가 주는 경험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들쑥날쑥한 요금 체계, 저화질 콘텐츠, n스크린 지원 등의 문제를 단일 계정, 단일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은 스트리밍의 접근성을 끌어올리기 좋습니다. 넷플릭스의 경험이 스트리밍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다는 거죠.
 
 애초에 코드 커팅 현상이 일어나는 건 기존 방송 체계와 스트리밍 서비스의 차이를 인지하면서인데, 한국은 아직 스트리밍 플랫폼이라고 할만한 마땅한 서비스가 없습니다. 몇몇 스트리밍 서비스가 있긴 하지만, 콘텐츠 제작이나 확장으로 기존 TV 채널과 스트리밍 플랫폼의 차이를 말하는 서비스는 없다는 겁니다. 자체적인 콘텐츠 제작뿐만 아니라 제작자와 제휴하여 높은 품질의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확보하면서 거리를 벌리는 넷플릭스의 방향을 뚜렷하죠.
 
 무엇보다 국내 공중파 콘텐츠가 꼭 필요한 게 아닙니다.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해야 하는 건 맞지만, 넷플릭스조차 HBO, 훌루, 아마존과 독점 콘텐츠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코드 커팅이 확산하면서 하나의 선에서 다양한 채널을 보기보단 콘텐츠별 서비스 소비가 늘어서 요금을 더 내더라도 넷플릭스와 훌루를 함께 이용하는 등의 중복 사용 형태가 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령 영화는 넷플릭스라면 드라마는 훌루를 이용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래서 케이블 채널이었던 HBO도 최근 콘텐츠를 앞세워 스트리밍에 뛰어든 것입니다. 높은 품질의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콘텐츠를 다룰 플랫폼의 역량이 그만큼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콘텐츠가 경쟁력이 되고 있음은 현재 국내 방송 시장의 케이블 채널 약진으로도 알 수 있고, 40대 주부층의 선호도가 떨어지더라도 실시간 방송이 아닌 드라마 등을 전편 제공하는 방식이 더욱 다양한 계층과 시간대를 공략할 수 있다는 걸 간과해선 안 됩니다. 가정 내 리모컨 주도권이라는 개념이 사라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의 존재가 넷플릭스라는 플랫폼과 어우러진 덕분입니다.
 
 즉, 넷플릭스가 기존 케이블과 IPTV 사업자와 정면 대결하기보단 넷플릭스의 콘텐츠가 주부층 외 실시간 방송을 즐기기 어려운 계층을 토대로 코드 커팅이 확산할 수 있고, 중복 이용 단계로 넘어가면 스트리밍 서비스의 파이를 빼앗고자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가 등장할 수밖에 없으리라 봅니다. 넷플릭스와 제휴하지 않은 콘텐츠의 스트리밍으로 경쟁할 수도 있겠으나 가격 체계, 대여 방식, 콘텐츠 품질, 계정 관리 등의 경험에서 넷플릭스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겠죠. 언제까지고 주부층만 겨냥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되레 넷플릭스에 방해된다면 기존 사업자가 아닌 통신사들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미국 인터넷 트래픽의 35%가 넷플릭스에서 발생합니다. 그 탓으로 버라이즌, 컴캐스트와 망 사용료 문제로 공방이 있기도 했는데, 자사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사로는 트래픽 부담과 견제하고자 버라이즌과 컴캐스트처럼 스트리밍 속도를 조절하는 등 조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미국에서만큼 스트리밍 시장의 지위를 차지하지 못하더라도 스트리밍 플랫폼으로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기에 콘텐츠 경쟁으로 국내 스트리밍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겁니다. 필자는 그럴 수 있길 바라며, 이것이 콘텐츠 제작과 채널의 다양성에도 영향을 끼치길 기대합니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할 날을 지켜보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