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북미 온라인 유통 업계는 아마존이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마존은 최근 우수한 분기 실적을 달성하여 상승한 주가로 시가총액에서 월마트를 누르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아마존을 이제 누가 견제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이 질문에 답할 혜성처럼 등장한 업체가 있습니다.
제트, 아마존을 멤버십 경쟁으로 끌어내다
'제트(Jet)'는 웹 사이트를 열기도 전에 1억 4,000만 달러를 투자받으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서비스의 실체나 실적도 없는데, 1,500억 원 수준의 투자금을 마련한 겁니다. 덕분에 제트의 기업 가치는 6억 달러까지 올랐습니다. 단지 실제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성공적일 수 있는가에 쟁점이 걸렸죠.
지난 20일, 제트닷컴(Jet.com)이 문을 열었습니다. 제트는 아마존과 코스트코를 합쳐놓은 온라인 상거래 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데, 연 50달러의 비용을 내면 이용할 수 있고, 물건을 대량으로 구매할수록 할인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판매합니다.
쉽게 설명하면 최저가를 보장해주는 여타 서비스와 비슷한 것 같으나 조금 다릅니다. 먼저 아마존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제품을 살펴보면 아마존이 제시하는 가격과 제트가 제시하는 가격을 비교할 수 있게 해두고, 여기에 할인율을 다시 적용하는 방법으로 어떻게든 '아마존보다 저렴하다.'라는 인식을 고객이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아직 상품의 수가 많지 않고, 원하는 상품을 검색하려는 것조차 쉽지 않지만, 일단 원하는 상품을 포착할 수 있다면 아마존보다 저렴하다는 인식이 제트를 이용하게 할 것이라는 걸 근본적인 경험으로 내세우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제트의 창업자인 마크 로어(Marc Lore)는 기저귀 판매 사이트인 '다이어퍼스(Diapers)'의 모기업인 '쿼드시(Quidsi)'의 창업자였고, 아마존은 다이어퍼스와 경쟁하는 대신 쿼드시를 인수하는 것으로 대응한 일이 있습니다. 로어는 쿼드시를 매각한 후 아마존에서 2년 동안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제트를 창업한 거죠.
제트의 아이디어도 아마존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는데, 분명 아마존이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지니고는 있으나 아마존에서 최저가 혜택을 보려면 여타 아마존과 연계한 가격 정보 사이트를 이용해야 했습니다. 어차피 구매는 아마존으로 직결하니 상관없는 것이었지만, 제트는 이런 점을 노려서 아예 가격 정보 사이트에 판매 버튼을 부착한 것처럼 아마존보다 저렴한 가격을 표방하고, 지속해서 구매할 고객을 모으는 방법을 택한 겁니다.
아마존은 지난해부터 기저귀나 물티슈를 비롯한 생필품을 직접 생산하여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를 다이어퍼스와 연관 지어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아마존이 직접 물건을 생산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입니다. 자사가 생산한 생필품을 프라임 고객에만 판매하는 정책인데, 프라임 고객이라면 다른 아마존 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이 크고, 다른 물건을 구매하더라도 아마존을 이용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이죠.
그런데 제트도 이런 점을 파고들었습니다. 제트의 연회비는 프라임보다 저렴합니다. 그리고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물건의 가격과 비교할 수 있으면서 수량을 조정할 때마다 얼마를 할인받을 수 있는지 알려줍니다. 거기다 더 할인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하는데, 프라임처럼 빠른 배송을 강점으로 내세우지는 않습니다.
2일 배송이 가능한 제품도 있지만, 가령 늦게 배송받아도 된다고 설정하면 한 번에 배송해야 할 물량을 크게 늘린 다음 거기서 절감한 비용을 다시 할인율에 적용하여 고객에게 알려줍니다. 쉽게 설명하면 A가 어떤 상품 10개를 장바구니에 놓아두었을 때 B가 20개를 구매하면 한 업체에서 30개를 한꺼번에 배송하도록 하여 비용을 줄이는 겁니다.
이미 소셜커머스라는 존재가 하던 방식이기에 특별해 보이진 않습니다. 단지 언제든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경험을 미끼로 두고, 연 50달러를 지급하게 한다는 점이 제트의 핵심입니다. 50달러를 낸 고객이라면 제트를 최대한 활용하고자 할 테고, 늦게 받아도 되는 물건이라면 아마존 가격과 비교하여 주문할 테니까요.
대신 제트는 물건을 판매한 것에서 이익을 내지 않습니다. 연회비가 주요 수익 모델이죠. 재미있는 건 프라임 고객은 프라임을 아깝지 않게 쓰려면 아마존의 다양한 서비스를 모두 즐겨야 합니다. 상품을 구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영화도 봐야 하고, 전자책도 읽어야 알뜰하게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트는 단지 아마존보다 저렴하게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것에 초점을 두었고, 덕분에 아마존보다 저렴한 가격을 책정하면서도 연회비를 수익 모델로 잡을 수 있는 것입니다.
가격 경쟁보다는 오히려 멤버십 경쟁이라고 볼 수 있고, 멤버십으로 어떤 경험을 제공하느냐에 따라서 각기 다른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점이 아주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로어는 '첫날 100만 달러 규모의 상품을 판매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아마존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도 아니고, 제트의 특성상 단품이나 신제품 판매가 용이한 건 아니라는 걸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100만 달러 규모의 상품을 구매한 사람들이 제트의 고객이 되었다는 거죠.
오픈 기념으로 무료로 제트 멤버십을 제공하는 행사도 진행했기에 연회비가 고스란히 이익으로 돌아온 건 아닙니다. 그러나 제트가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는 건 좋은 신호이고, 이들에게 아마존과 다른 제트의 경험을 계속해서 제공하면 이익으로 돌아올 지점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적어도 초기 투자가 이유 없는 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는 데서 제트의 향후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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