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워치의 판매량에 말이 많지만, 스위스 시계 업체들에 공포인 건 분명합니다. 스마트워치가 대중적인 제품이 되었을 때 올 파장을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무엇보다 애플 워치가 높은 가격에도 여느 스마트워치보다 많이 팔렸다는 건 여러모로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몬데인, 스위스 시계 업체들의 스마트워치 전략을 단적으로 보여주다
시계라 하면 간단히 스위스를 떠올릴 만큼 높은 명성의 스위스 시계 업체들은 애플 워치의 등장 이후 스마트워치 대응책을 발표했습니다. 애플 워치를 기점으로 스마트워치 시장이 성장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그리고 서서히 성과가 나오는 모양입니다.
몬데인(Mondaine)은 헬베티카(Helvetica) 시체에서 영감을 얻은 스마트워치인 '헬베티카 1(Helvetica 1)'를 출시했습니다. 이 제품은 여느 스마트워치처럼 터치스크린이나 심박 센서 등을 탑재하지 않고, 알림을 얻거나 음성으로 실핸하는 등 미래적인 기술은 빠졌습니다.
대신 쿼츠 무브먼트와 2년 동안 지속하는 배터리를 탑재했고, 모션 X(MotionX)로 활동량과 수면을 추적할 수 있습니다. 모션 X는 풀파워 테크놀로지(Fullpower Technologies)가 개발한 활동 추적 플랫폼으로 여러 제품에 동일한 센서를 탑재하고, 이를 단일화한 앱으로 처리하는 기술입니다.
지난 4월, 몬데인뿐만 아니라 프레드릭 콘스탄트(Frederique Constant), 알피나(Alpina)가 함께 모션 X를 탑재하는 계획인 '오를로지컬 스마트워치(Horological Smartwatch)'를 발표했습니다. 헬베티카 1도 오를로지컬 계획의 하나인 제품으로 4개월 만에 출시된 거죠.
그럼 '모션 X를 탑재하는 것이 스위스 업체들의 스마트워치 전략인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오히려 시계 업체들의 전략보다는 모션 X의 플랫폼 전략에 더 주목해야 할 것 같은데, 몬데인은 헬베티카를 스마트워치로 말하지만, 전략은 그저 시계답습니다.
헬베티카 1은 헬베티카 서체가 디자인된 1957년을 기념하여 1,957개만 한정 생산합니다. 그리고 스위스가 만들었다는 걸 강조하며, 스마트워치라는 걸 말하지 않으면 스마트워치인 줄 알지 못할 외형도 지녔습니다. 단지 서브 다이얼이 활동과 수면 추적을 보여줌으로써 시계 본연의 모습을 간직하면서도 기능을 담고자 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애플 워치나 모토 360을 예로 들면 기존 시계를 연구하여 스마트폰이 아닌 시계에 근접한 제품을 만들려는 시도가 보입니다. 덕분에 전자제품만 같았던 이전 스마트워치보다 액세서리로써 접근이 쉬워졌는데, 헬베티카 1은 시계라는 액세서리에 새로운 기능을 탑재하는 방법을 연구한 느낌입니다. 2년 동안 지속하는 배터리만 하더라도 성능 비교로 넘길 수 있으나 실상 '이 제품은 기본적으로 2년 이상은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하며, 제품의 가치가 그만큼 유지될 수 있음을 소비자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술 업체의 스마트워치가 시계에 근접하였으나 제품의 본질은 여전히 시계라는 액세서리의 가치를 오랜 시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헬베티카 1은 시계로서 가치를 유지하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한정 판매 부분에서도 나타나며, 다른 스위스 시계 업체들의 전략이 어떻게 나타날 수 있을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렇다 해도 기능이 부족하고, 고급 오토매틱 제품도 아닌데,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헬베티카가 단적으로 보여줄 뿐 스마트워치 라인을 다양하게 구축할 수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스와치그룹 CEO 닉 하이에크(Nick Hayek)는 지난 3월 연례행사에서 '스와치의 모든 제품 라인에 NFC를 도입할 수 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NFC 탑재로 전자 결제나 도어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이미 활동 추적이 가능한 '스와치 터치 제로 원(Swatch Touch Zero One)'라는 제품도 선보였기에 더불어 블루투스를 탑재할 여지도 있습니다. 헬베티카 1처럼 기능을 넣을 라인이 더 확장할 수 있고, 기능도 늘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단지 헬베티카 1은 가치를 '전자 기능'이 아니라 '헬베티카 서체를 기념한다는 점', '1957개의 한정 판매', '스위스 제작', '몬데인 브랜드'에 두면서 전자 기능은 시계가 발전하는 길목에서 추가한 요소 정도에 머물게 했습니다. 여태 스위스 시계 산업의 가치를 지탱한 것들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스마트워치에 대응하는 방법이고, 이는 스와치그룹이 NFC 전략도 비슷한 선에서 볼 수 있게 합니다.
현재 스와치가 내세우는 건 '스와치지만, 발전한 스와치'입니다. 거창한 것이 아니라 스마트워치 시장이 커지면서 시계가 위협받았듯이 시계 업체들이 스마트워치 시장에 뛰어드는 게 아니라 전자 기능을 포함한 시계로 기존 시장에서 소비자가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전략을 헬베티카 1으로 이해할 수 있죠.
고로 시계 업체들과 기술 업체들의 경쟁은 서로 다른 카테고리, 마치 주스와 탄산음료의 대결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하나를 마셔야 한다면 어느 쪽이든 선택할 테고, 카테고리는 다르지만, 근접하여 서로의 시장에 영향을 끼치는 것입니다.
스와치뿐만 아니라 오를로지컬에 포함된 프레드릭 콘스탄트과 알피나도 연이어 스마트워치를 출시할 계획이고, 몽블랑도 시곗줄에 간단한 알림을 확인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제품을 선보였기에 스와치그룹의 강력한 경쟁자인 리치몬트 그룹의 다른 브랜드의 제품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헬베티카 1은 현재 850달러에 예약할 수 있고, 9월 정식 출시에는 950달러 구매해야 합니다. 헬베티카 1의 성과가 스위스 시계 업체들의 탄력을 줄 수 있을지 지켜볼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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