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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IBM-애플, 등 돌릴 수 없는 관계로 발전하다


 IBM과 애플이 손을 잡았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것이었으나 최근 둘의 행보는 떼놓을 수 없는 부부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과거 애플과 손잡은 많은 기업이 등을 돌렸다는 걸 돌이켜 보면 IBM과 애플의 관계도 찬란한 미래만 바라볼 수 없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IBM-애플, 등 돌릴 수 없는 관계로 발전하다
 
 하지만 둘의 관계는 믿기지 않을 만큼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서로의 가치에 대해서 제대로 인정하고 있으며, 여느 제휴와 다르게 물 흐르듯이 움직인다는 점이 재미있죠. 서로의 이익을 극대화할 최적의 방법을 똑같이 알고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그건 둘의 관계를 좀 더 극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지난달, IBM의 CIO 제프 스미스(Jeff Smith)는 '연말까지 20만 대의 맥을 추가로 구매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미 올해 5만 대의 맥을 자사 임원들이 사용하게 한 IBM인데, 20만 대를 추가로 구매하면 임직원의 75%가 맥을 사용하게 되는 것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또한, 자사에서 맥을 사용하는 것과 함께 시티그룹이나 일본우정그룹 등 자사 고객들에게도 맥 사용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손을 잡았으니 당연하게 교체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제휴 1년 만에 IBM의 시스템을 죄다 애플 하드웨어에 두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건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기존 업무 시스템을 모두 애플 제품에 맞도록 수정해야 하니 말입니다. IBM은 오랜 시간 보안을 빌미로 블랙베리 사용을 권장하고, PC는 매각한 씽크패드 제품을 사용하도록 권장해왔습니다.
 
 물론 모든 직원이 블랙베리나 씽크패드를 사용하는 건 아니지만, 권장 제품이 모두 애플 제품으로 바뀌었고, 이를 교체하고자 직접 애플의 최대 고객이 되었다는 게 핵심입니다. 다만 IBM과 몇몇 IBM 고객사를 대상으로 애플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것이 애플에 도움은 되겠지만, 제휴를 공고히 할 열쇠로서 딱 들어맞는 건 아닙니다.
 
 어차피 IBM도 PC 공급이 어려워지자 씽크패드를 매각한 것이고, 애플도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나름의 고객을 확보한 상태였으니까요. 그저 경쟁하는 것으로도 무리는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IBM은 애플과의 데이트를 즐기고 있으며, 이는 애플도 마찬가지입니다.
 
 


 간단한 문제입니다. 애플은 IBM을 통해서 자사 하드웨어를 판매할 수 있고, IBM은 애플 하드웨어를 통해서 자사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IBM은 왜 애플을 선택한 것일까요? 굳이 맥이 아니더라도 자사 솔루션을 탑재하는 건 걸림돌이 없는 데 말이죠.
 
 아마 IBM은 PC 시장 침체를 의식했을 겁니다. 전체 PC 판매가 점점 줄어들지만, 어쨌든 기업에서 PC를 사용해야 한다는 건 기업이 PC를 교체할 필요성을 아직 느끼지 못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정확히는 이전처럼 대량으로 시스템을 교체하는 기업이 줄었다는 거죠. 덕분에 IBM이 새로운 상품을 내놓으면 걸맞은 PC로 교체하는 쪽보다 기존 업무 시스템을 유지하는 쪽으로 돌아서게 됩니다. 당연히 IBM의 성과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그건 IBM의 실적에서도 잘 나타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애플은 다른 영역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지난 분기 PC 시장에서 유일하게 출하량이 상승한 기업이 애플이며, 최근 윈도 10이 애플의 OS X과 비슷한 전략으로 나오긴 했으나 애플의 소프트웨어 정책은 고객이 하드웨어 교체 시기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시기를 명확히 구분하기에 탁월합니다. 1년 마다 새로운 버전을 무료로 내놓으면서 사양이 아니라 간략한 제품 라인으로 지원 제품을 나열하는 탓에 교체 시기를 대략 상정할 수 있는 거죠. 고로 IBM이 맥의 판매를 조장할수록 현재 PC 침체와 다르게 교체 시기에 맞춰서 IBM도 전략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여기서 애플은 맥뿐만 아니라 아이패드와 아이폰의 판매도 끌어 올릴 수 있습니다. 이미 OS X과 iOS의 관계를 밀접하고, IBM이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을 구축하는 데도 도움이 될 요소입니다. 그 탓으로 IBM은 모바일에서도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권장할 수 있지만, 꼭 그러지 않더라도 BYOD 동향에 맞춰서 맥을 업무에 사용하는 기업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사용을 늘릴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아이패드의 판매량 감소가 지속하기에 IBM의 고객사는 좋은 판매처가 될 수 있는데, 판매처로의 역할만이 아니라 아이패드가 기업 시장에서 포지셔닝을 확립하는 데 시험할 수 있는 역할도 IBM이 제공하게 됩니다. 단지 IBM도 이 과정에서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의 태블릿 경쟁력도 함께 지니게 되는 거죠.
 
 


 정말 간단한 이익 관계처럼 보이지만, 시장 상황, 그러니까 PC 판매 감소와 태블릿 판매 감소에 따른 서로의 필요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결론은 똑같으나 서로를 느슨하게 할 수는 없는 관계로 점점 더 발전하고 있다는 겁니다.
 
 FBR 캐피탈 마켓(FBR Capital Markets)의 다니엘 아이브스(Daniel Ives)는 '애플과 IBM의 제휴는 시간이 갈수록 크기와 중요도가 커질 것이며, IBM처럼 기존 강자들은 동향에 적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실적에서 헤메는 IBM이 애플에 붙은 모양이지만, 애플이 IBM에서 얻을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전에는 혼자서 생존할 수 있었던 IBM이 그러지 못할 지점이 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애플도 IBM의 덕을 볼 수밖에 없으니까요.
 
 골자는 둘의 관계가 상기한 복잡함을 두고 커질 거란 겁니다. IBM이 등을 돌린다는 건 침체하는 PC 시장에 다시 들어가겠다는 것이며, 애플이 등을 돌린다는 건 아이패드의 판매를 독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니 둘의 관계가 떨어질 수 있다기보단 어떤 식으로 커질 수 있을지 지켜보는 쪽이 더 흥미로우리라 필자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