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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뉴욕타임스, 디지털 유료 구독과 딜레마


 기존 언론들은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에서 생존하고자 발버둥 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생 미디어들의 성장과 종이 신문 구독자 감소로 나타난 매출의 내림세가 가속하면서 워싱턴포스트는 제프 베조스가 인수했고, 파이낸셜 타임즈는 일본 닛케이에 매각되었습니다.
 


뉴욕타임스, 디지털 유료 구독과 딜레마
 
 설립 138년의 워싱턴포스트와 127년의 파이낸셜 타임즈가 생존을 위한 합병을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사건입니다. 현재 미디어 생태계가 그런 역사를 지킬 수 없는 심각한 변화를 겪고 있다는 의미니까요. 그런 와중에 뉴욕타임스는 의미있는 성과를 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자사 보도 페이지를 통해서 '7월 30일 기준으로 디지털 유료 구독자가 100만 명을 돌파했다.'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유료 구독 모델을 출시한 지 4년 만의 성과이며, 감소하는 광고 매출로 허우적거리는 여타 언론사들과 다른 위치에 놓이게 했습니다.
 
 뉴욕타임스 CEO 마크 톰슨(Mark Thompson)은 '이것은 디지털 구독자 사업에서 중요한 이정표'라면서 '뉴욕타임스를 전 세계 언론사 중 가장 독보적인 자리에 올려놓았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다른 뉴스 조직이 우리와 비슷한 디지털 구독 수준을 달성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며, 이는 노력과 혁신, 제품과 기술 팀, 그리고 뉴욕타임스 저널리즘에 대한 찬사'라고 밝혔습니다.
 
 틀린 말도 아닌 것이 월스트리트저널의 유료 구독자는 아직 90만 명 수준이고, 파이낸셜 타임즈는 50만 명에 머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난해 6월 83만 명에서 딱 1년만에 17만 명을 보태어 100만 명으로 끌어올린 건 여느 언론사가 해내지 못한 일입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의 매출 상황을 보면 생각은 달라집니다. 뉴욕타임스의 구독료 매출은 수년 동안 내림세입니다. 그나마 디지털 구독자가 늘면서 하락하는 비율이 줄어들긴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종이 신문 구독자가 고스란히 디지털 구독자가 되진 않다는 걸 바로 보여주죠.
 
 더욱 심각한 건 광고 매출도 줄어들고 있다는 것으로 과거에는 종이 신문 구독자를 대상으로도 충분한 광고 매출을 올릴 수 있었지만, 디지털로 넘어가면서는 유료 구독자에 광고를 제공하는 게 어려워졌습니다. 종이 신문에서 광고는 일종의 정보로서 가치를 얻었으나 현재는 무료와 유료 서비스를 구분하는 존재가 되었기에 네이티브 광고에 꾸준히 투자하는데도 매출을 점점 떨어지는 것입니다.
 
 


 지난 4월, 뉴욕타임스는 월 8달러에 제공하는 앱인 '뉴욕타임스 나우'를 무료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뉴욕타임스가 유료 구독자를 계속 늘리고자 희망한다면 낮은 구독료를 제시한 나우를 유료 서비스로 유지하는 게 옳은 것 같지만, 상기했듯이 매출은 감소했습니다.
 
 필자는 '뉴욕타임스, 나우를 무료로 바꾼다'라는 글을 통해서 '나우를 출시한 다음 분기인 2014년 2분기에 뉴욕타임스의 순이익은 2013년 같은 동기보다 54% 감소했지만, 유료 구독자는 2분기 동안 3만 명이나 늘었다.'면서 '유료 구독자를 얼마나 확보하든 실질적인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분명 뉴욕타임스는 어떤 언론사보다 많은 디지털 유료 구독자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으나 내적으로는 전혀 회복하고 있지 못하며, 그 탓으로 유료 구독자가 100만 명을 넘었다는 소식과 반대되는 나우의 무료화를 결정한 것입니다. 또한, 애플이 출시할 예정인 뉴스 앱에도 참여하여 광고 이익을 나눌 계획이고, 지난달에는 스타벅스와 제휴하여 스타벅스 앱에서 뉴스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여전히 주요 기사는 유료 구독자가 되어야 볼 수 있지만, 유료 구독자가 있음에도 다른 업체의 앱을 가판대처럼 이용해야 하는 뉴욕타임스의 상황은 구독료를 올려서 이익을 낼 것인지, 아니면 무료 뉴스로 광고 기반 미디어가 될 것인지 뉴욕타임스가 놓은 딜레마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미 대세 미디어로 떠오른 버즈피드나 거대한 미디어 집단이 되어버린 복스미디어 등은 광고 모델로 이익을 내고 있다는 점이지만, 뉴욕타임스는 디지털에 어떤 언론사보다 공격적으로 대응하면서도 높은 품질의 정보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이 쉽게 유료 구독을 포기하지 못하게 하면서 딜레마를 만들었다는 겁니다. 뉴욕타임스가 쉽게 이익을 취하고자 했다면 버즈피드 같은 미디어로 누구보다 빠르게 변하고자 했을 테니까요.
 
 재미있게도 워싱턴포스트는 베조스가 인수한 이후 기존 언론 방식을 소규모로 유지하면서 더 모스트(The Most)라는 버즈피드와 비슷한 공간을 개설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편집 국장인 마틴 바론(Martin Baron)은 이런 변화로 '지난해보다 순 방문자가 71%나 증가했다.'라면서 '버즈피즈가 될 생각은 없지만, 장점을 워싱턴포스트에 적용한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확실히 워싱턴포스트의 움직임은 버즈피드와 비슷하지만, 다르다고 할 수 있고, 기존 언론 방식을 완전히 교체한 것은 아니므로 디지털에 적응하지 못하던 워싱턴포스트로서는 나름의 성과를 낸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기존 매체와 신규 매체의 역할을 모두 소화하겠다는 거죠. 이는 기존 언론사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가장 안정적인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단지 뉴욕타임스의 딜레마는 워싱턴포스트와 비슷한 전략을 취하려면 100만 명이라는 유료 구독자를 모두 무료 구독자로 돌려야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고로 위싱턴포스트처럼 매체를 뒤집어 놓는 게 아니라 유료 구독자를 어떻게할 것인가로부터 미디어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야 할 위치라는 부담감도 가지게 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뉴욕타임스가 유료 구독자를 포기하는 순간이 온다면 더는 디지털로 넘어간 언론이 유료 구독자를 유지할 수 없는 지점에 놓였다고 볼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디지털에 누구보다 가깝게 접근한 뉴욕타임스이기에 더욱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그래서 100만 명의 유료 구독자보다 뉴욕타임스가 새로 시도하는 애플 뉴스나 스타벅스 제휴, 그밖에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의 활용이 뉴욕타임스에 실질적인 이익이 될 수 있을지가 주요 관점입니다.
 
 이미 똑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다른 미디어들도 딜레마에 놓은 뉴욕타임스에 주목하고 있으며,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에서 생존할 수 있는 진짜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