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케이블 회사인 컴캐스트와 타임워너의 인수가 불발되면서 컴캐스트는 차선이었던 복스 미디어에 눈을 돌렸습니다. 10여년 만에 대형 미디어로 성장한 복스이고, 컴캐스트의 타임워너 인수 목적도 케이블 시장을 지배하기 위함이었다는 걸 상기하면 컴캐스트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감을 잡을 수 있죠.
컴캐스트, 새로운 미디어로 가는 길
스트리밍 시장은 넷플릭스나 아마존뿐만 아니라 폭스, HBO 등 기존 미디어 사업자들까지 뛰어드는 아주 거대한 곳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유선 방송을 해지하는 '코드 커팅(Cord Cutting)'이 늘어나면서 컴캐스트도 스트리밍에 높은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타임워너와 복스 인수 건이 조명된 것도 그런 이유였습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컴캐스트가 인수를 고려했던 복스를 비롯하여 버즈피드, 리파이너리29 등과 제휴하여 새로운 동영상 플랫폼인 '워처블(Wachable)'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컴캐스트의 플랫폼이므로 이미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NBC나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콘텐층도 워처블을 통해서 만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버즈피드는 워낙 유명하고, 동영상 콘텐츠의 비중을 늘리기로 하면서 워처블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이며, 복스는 음식 전문 매체인 이터(Eater), 기술 미디어인 더 버지(The Verge)와 리코드(ReCode), 게임 전문 미디어인(Polygon) 등의 산하 미디어에서 많은 동영상 콘텐츠를 뽑아내고 있습니다. 이를 하나의 동영상 플랫폼에 통합할 수 있다면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기존의 대형 미디어들은 자체적인 동영상 플랫폼을 가진 상태이고, 스트리밍 서비스로도 진출하면서 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동영상 플랫폼이라는 것이 자사 콘텐츠에 고립해있으면서 유튜브 등의 플랫폼에 종속하지 않으려는 조치 정도이기에 대항 전략 정도로만 볼 수 있었지만, 컴캐스트의 시도는 본격적인 경쟁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유튜브와 비슷한 플랫폼으로 경쟁하는 듯하지만, 실상 유튜브와의 경쟁을 선언한 '베셀(Vessel)'과 비슷한 접근이면서 베셀이 인기 유튜버를 자사로 끌어들여 인기 콘텐츠로 경쟁력을 사고자 했던 것과 다르게 컴캐스트는 아예 전문 미디어들, 특히 최근 동영상 콘텐츠를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는 곳들과 손을 잡았다는 게 유튜브와의 경쟁만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지난달, 컴캐스트는 새로운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트림(Stream)'을 발표했습니다. 스트림은 자사의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의 연장에 있는 것으로 주문형 서비스 멤버십인 '엑스피니티(Xfinity)' 이용자들이 월 15달러를 추가로 지급하면 TV와 랩톱, 태블릿, 스마트폰으로 HBO, NBC 등 12개 채널을 스트리밍으로 즐길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실시간 TV 서비스와 TV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볼 수도 있고, 보스턴부터 시험 서비스를 시작하여 2016년까지 전 지역에 서비스할 예정입니다.
매트 슈트라우스'(Matt Strauss)' 컴캐스트 부사장은 '온라인에서 음악을 쉽게 구매하는 것처럼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독할 수 있고, 이메일을 이용하는 것처럼 간단하게 TV 프로그램에 접근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면서 '스트림을 시작으로 콘텐츠 플랫폼을 계속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1분기 컴캐스트의 실적을 보면, 인터넷 가입자 수는 2,236만 9,000명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TV 가입자는 2,237만 5,000명으로 사상 처음 인터넷 가입자가 TV 가입자를 넘어섰습니다. 무엇보다 1분기 동안 인터넷 가입자 수는 40만 7,000명이 늘었지만, TV 가입자는 8,000명이 줄었습니다. 코드 커팅이라는 용어를 실감할 수 있는 실적이었죠. 이는 컴캐스트가 인터넷 사업에 더욱 투자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인터넷 가입자의 증가를 TV 가입자보다 핵심적인 것으로 삼을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렇기에 컴캐스트는 콘텐츠와 방송 사업도 인터넷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게 되었으며, 인터넷 가입자들의 관심을 당길 서비스 구색을 갖춰야 합니다. 또한, 컴캐스트는 미국 최대 동영상 광고 업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유튜브와 최근 부상하는 페이스북, 온라인 광고를 강화하고자 AOL을 인수한 버라이즌 등이 세력을 넓히고 있어서 자사 광고 공급을 주도할만한 새로운 공간도 마련할 수 있어야 하죠. 그것이 유튜브와는 다르면서 또 다른 대형 미디어들의 전략과도 다른 이유입니다.
고로 인터넷 가입자의 증가, 온라인 광고 시장의 치열한 경쟁이 컴캐스트가 플랫폼 주도권을 쥐도록 강요했고, 스트림을 시작으로 워처블까지 여러 동영상 형태를 아우를 수 있게 떠밀었습니다. 컴캐스트는 새로운 미디어가 되기로 한 겁니다.
컴캐스트는 워처블을 내놓고자 앞서 버즈피드와 복스에 투자하는 등 신생 미디어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복스 인수도 그 과정에서 나타난 것인데, 별다른 소식이 없었던 건 워처블 탓으로 보입니다.
아직 워처블의 이용 방법이나 서비스 지역 등 자세한 사항은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단지 컴캐스트가 워처블을 필요로 한 이유를 본다면 유료 서비스보다는 광고 기반의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자사 미디어의 새로운 구색으로서 스트림과 나란히 세우겠죠.
최대 케이블 사의 본격적인 스트리밍 시장 진출은 여러 면에서 무게감이 다릅니다. 이제 막 스트리밍을 시작한 케이블 방송사나 시장 강자로 떠오른 넷플릭스나 아마존에 컴캐스트가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그리고 광고 시장에서 구글과 페이스북, AOL을 인수한 버라이즌 등과 어떤 경쟁을 하게 될지 매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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