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이 왓슨이 사업화하기로 하면서 몇 가지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의료와 교육이고, 셰프 왓슨(Chef Watson)을 통한 요리 분야에서도 활약하고 있죠. 단지 일반인들이 왓슨을 이용할 방안은 마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반 공개는 왓슨 사업의 본격화를 알리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지점입니다.
IBM, 셰프 왓슨을 일반 공개한다
IBM은 왓슨을 내세운 인지 컴퓨팅에 거의 모든 걸 쏟고 있습니다. 다만 인지 컴퓨팅을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에는 정보의 시각화나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왓슨을 상품으로 개발한다면 IBM의 경쟁력에 충분한 보탬이 되겠지만, 걸림돌이 있었다는 거죠. 그리고 IBM은 이제 그 걸림돌을 해결하는 시험에 들어갔습니다.
IBM과 본 아뻬띠(Bon Appetit)가 제휴하여 개발한 셰프 왓슨은 본 아뻬띠가 제공한 요리 데이터를 왓슨이 학습하고, 분석하여 새로운 조리법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제까지 보지 못한 조리법을 내놓는 게 아니라 여러 지역의 재료나 조리 방법을 혼합하는 것으로 지역이나 먹는 사람에 맞춰서 조리법을 제시하는 게 특징이죠.
지난 31일, IBM은 '셰프 왓슨을 일반 공개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셰프 왓슨을 무료 앱으로 제공되며, 이전에는 셰프 왓슨이 내놓은 조리법을 공개하는 게 전부였으나 누구나 셰프 왓슨이 제시하는 새로운 조리법에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지난 4월에는 요리 학교인 ICE(Institute of Culinary Education)와 셰프 왓슨이 공동 저술한 '셰프 왓슨과 함께하는 인지 요리(Cognitive Cooking with Chef Watson)'라는 요리책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일반인들이 왓슨으로 새로운 조리법을 발견할 수 있다면 조리법의 공유가 책을 통하는 것보다 빠르게 확산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런데 의문이 드는 건 '모든 사람이 요리사가 아닌데 왜 왓슨이 제공하는 조리법에 접근해야 하는가?'라는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셰프 왓슨이 처음 추구했던 건 요리사들이 새로운 영감을 가질 수 있게 하는 데 있었습니다. 누구나 영감이 필요한 요리사이지 않으며, 조리법만 알려주는 거라면 기존 조리법 소개 앱이나 책과 큰 차이가 없겠죠.
하지만 셰프 왓슨이 재미있는 건 완성할 요리를 놓고서 조리법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조리법을 놓고서 완성할 요리를 찾아간다는 데 있습니다.
본 아뻬띠의 스테이시 리베라(Stacey C. Rivera)는 '여태 셰프 왓슨 사용자들의 창의적인 발견이 인상적이었다.'면서 '사용자들은 왓슨을 통해서 어떤 요리를 만들 것인지부터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라고 말했습니다.
도움이 된 부분은 간단한 데, 음식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레시피나 글루텐이 없는 음식의 조리법, 채식주의자를 위한 재료와 조리법 등을 제공하는 겁니다. 가령 냉장고에 남은 재료로 요리하고자 한다면 해당 재료만으로 할 수 있는 조리법을 왓슨이 소개함으로써 음식 쓰레기를 줄일 수 있고, 채식주의자나 다이어트식이 필요한 사람은 다양한 요리를 즐기기 어려운데, 왓슨이 계속해서 새로운 조리법을 찾아주는 거죠.
또한, 익힘 정도, 성분 분석에 따른 조리법도 제시하여 이유식이나 환자를 위한 요리 등도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고, 알레르기가 있다면 피할 수 있는 음식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먼저 어떤 요리를 만들면 좋을 것인가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요리의 완성까지 셰프 왓슨이 관여한다는 점이 기존 조리법 소개 앱과 매우 큰 차이인 것입니다.
IBM의 스티브 에이브람스(Steve Abrams)는 '왓슨은 데이터에 숨은 유형을 찾아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는 데 뛰어나다.', '셰프 왓슨은 기계가 인간의 새로운 발견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 식단을 짜려는 사람은 셰프 왓슨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식재료를 이용한 조리법을 추천받거나 영양소를 조절하고, 체질에 맞는 식단을 구성하기 수월해집니다. 이전에는 이미 제시된 조리법을 믿고서 식단을 구성해야 했으나 셰프 왓슨이 조언자로서 훨씬 넓은 폭의 조리법을 알려주는 겁니다.
덕분에 셰프 왓슨은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에 쉽고, 활용의 범위도 무궁무진하게 넓힐 수 있습니다. 요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셰프 왓슨과 함께 새로운 요리법을 개발하여 ICE처럼 책을 발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죠.
셰프 왓슨은 인지 컴퓨팅이 일반 시장에서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게 될 것인지 단편적으로 보여줍니다. 에이브람스는 패션에서도 왓슨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셰프 왓슨을 실마리로 생각하면 어떤 옷을 입으면 좋을지 추천하거나 현재 옷장에 있는 옷을 조합하여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 내는 패션 왓슨도 상상할 수 있습니다.
단지 IBM이 고민해야 할 건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는 인지 컴퓨팅 앱으로 어떤 이익을 낼 수 있는가가 될 것입니다. 상당히 흥미로운 기술이지만, 실질적인 이익을 내기에 사람들이 찾아서 쓸 만큼 꼭 필요하다고 판단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미 누군가 짜놓은 조리법에 계속 접근하는 게 비용을 지급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부분에 대한 발전도 있어야 합니다.
어쨌든 셰프 왓슨은 인지 컴퓨팅의 가능성을 제시했고, 앞으로 어떤 새로운 왓슨 제품이 등장할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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