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 업계 여성 인사들의 힘은 이전과 비교하면 상당히 강력합니다. 하지만 전체 여성 인력으로 본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고,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기업도 많기에 갈 길이 멀죠. 그런 상황에서 많은 기술 기업이 여성 직원 확보에 힘을 쓰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가 여성 직원 확보에 불을 켜는 이유
포춘은 '구글 졸업생(Google Alumni)'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야후 CEO 마리사 메이어(Marissa Mayer), 페이스북의 COO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 백악관 CTO 매건 스미스(Megan Smith) 모두 구글 출신 임원이면서 여성입니다. 구글 출신 중 여성 그룹이 가지는 권력이 크다는 걸 표현한 겁니다.
현재 구글 임직원 5만 7,000명 중 여성 비중은 30% 수준입니다. 부족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여느 기업들과 비교하면 여성 직원 확보에 큰 힘을 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포춘은 이 점을 들어 '구글은 여성 임원을 키우는 데 가장 이상적인 기업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지원자 중 여성 비중을 늘리면 될 일입니다. 문제는 이들이 기술 기업이라는 것으로 여성 지원자는 찾는 것부터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실제 구글은 여성 임직원을 늘리고자 여러 고용 프로그램의 시도와 채용 방식을 다양화했는데, 그 결과가 30%고, 이는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치입니다.
그런데도 인텔은 2020년까지 임직원의 여성과 소수자 비중을 40%로 늘리는 계획에 3억 달러를 쓴다고 발표했고, 여성과 소수자를 추천하는 직원에 2배의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넷플릭스도 보통 14~16주인 육아 휴직을 1년 유급으로 크게 확대하여 주목받았는데, 그만큼 조금이라도 여성 비중을 늘리고자 기업들이 큰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는 거죠.
이는 다른 기술 기업에도 공통된 것인데, 직원을 구하기 쉽지 않은 스타트업은 여성 직원 비중을 맞추는 시도는 도박입니다. 성별, 인종과 상관없이 효율적인 인재를 우선 뽑아야 하는 스타트업이 적은 여성 지원자를 놓고, 여성 비중을 조절하고자 시도하는 건 어렵다는 겁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협업 솔루션 스타트업인 슬랙은 이달 처음으로 다양성 보고서를 발표했고, 여성 비중을 늘리는 대기업 행보에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슬랙의 다양성 보고서를 보면 직원 중 39%가 여성으로 나타났는데, 기업 규모가 커지기 전부터 여성 직원 확보에 적극적이었던 탓에 빠르게 비중을 높일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지원자도 적은 여성 직원을 확보하고자 기업들이 비용을 쓰고, 혜택을 늘리는 걸까요?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걸 보여주고자 그런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만 하기에는 인재를 끌어들이려는 경쟁이 아주 치열합니다. 스타트업까지 참여할 정도로 말입니다.
사실 넷플릭스가 육아 휴직을 1년으로 확대한 건 여성 직원 확보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직원 복지를 향상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다만 남성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는 이런 혜택이 남성 위주로 비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대부분 직장인이 육아 휴직이 자신의 경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데, 달리 얘기하면 남성 위주의 그룹에서 육아 휴직 혜택을 늘리더라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샌드버그는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남녀 직원 90%가 연장휴가나 근로시간 단축 등의 혜택이 경력에 해가 되고, 응답자의 50%는 매우 해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즉, 자신의 경력을 유지하고자 육아 휴직에 참여하는 비중은 적을 테니 혜택을 제시하더라도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죠.
실제 야후 CEO 마리사 메이어는 최근 출산 후 16주의 휴가 정책이 있었음에도 2주 만에 업무에 복귀하여 비난받았습니다. 선례를 남김으로써 다른 직원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었고, 현재 산업 구조는 여성이라면 경력인가, 가정인가의 선택에 머물도록 강요하는데, 메이어의 행동은 여성을 일에 옳아 메도록 유도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남성 위주의 기업이라면 정도가 더 심할 수밖에 없고, 여성이 진급에서 갈팡질팡하는 통에 기업이 인재를 잃게 되는 일이 발생하는 손해를 보게 됩니다. 고로 여성 직원들이 육아 휴직 제도에서 혜택을 얻게 하고, 기업에 머물도록 하려면 경력을 포기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 직원들도 휴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고, 그 속에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당연히 복지 혜택이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방법은 여성 직원 비중을 키우고, 육아 휴직을 권장하며, 여성 임원을 늘려서 남성들도 육아 휴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혜택이 여성에 초점을 두어 선택에 거대한 벽을 만드는 게 아니라 누구나 보편적인 혜택으로 인식하게 말입니다.
이미 넷플릭스처럼 유급 휴직 제도를 잘 정착한 곳이 구글입니다. 그리고 구글은 포춘이 선정한 '미국에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서 작년까지 6년 동안 1위를 차지했죠. 구글 졸업생이 생길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무엇보다 이 구글 졸업생들은 여성이라는 점이 강조되는 게 아니라 실제 구글에서 이뤄낸 성과들도 자신들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만약 구글이 여성 비중을 늘리지 않고, 가족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지 않았다면 메이어든 샌드버그든 육아를 위해 구글을 그만둔 여성 직원이 됐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또한, 이런 방향은 남성 직원의 복지 혜택으로도 이어지는 덕분에 인재 채용이나 유지에서 효과를 발휘합니다.
뉴욕타임스는 '기술 기업의 인재 확보 경쟁이 심화하자 다양성에서 강장 구글이 목표가 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상기한 구글 졸업생만 하더라도 어떻게 이직을 했는가 본다면 기업들이 인재를 채용하고자 전체 직원의 복지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거죠. 다양성에 중점을 둔 복지 정책을 기업 문화로 정착하려면 여성 직원 비중이 높아야만 이 이동에 합류할 수 있습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인턴을 보면 회사의 경영권과 자신의 꿈, 업무로 소홀해진 가정 사이에서 고민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여성 직원을 확보하려는 기술 업체들과 겹쳐 볼 수 있는 부분이고, 실제 그런 고민을 하는 여성 직장인들이 많으므로 여성 직원을 확보하는 것이 기업들로는 새로운 기회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샌드버그는 '여성이 침체하면, 기업도 침체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그가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구글에서 얻은 경험과 페이스북의 COO로서 페이스북의 문화에 깊게 관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2012년에 구글 졸업생과 비슷한 실리콘밸리의 '페이스북 마피아(Facebook Mafia)'를 언급하기도 했는데, 페이스북이 인재를 효과적으로 운용한다는 걸 방증하는 표현이므로 샌드버그의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그리고 여성이 아닌, 더 가까운 곳에서 보자면 다양성 보고서에서도 다뤄지고 있는 인종이나 소수자에 대한 비중을 높이는 것으로 누구나 보편적인 가치를 얻을 수 있는 회사로 거듭나는 건 아주 훌륭한 진보라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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