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 시장은 명확한 기회입니다. 많은 기업이 모바일 업무 환경에 맞춰서 협업 환경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기존 협업 시스템의 효율에 의심을 하고 있기에 이 시장을 누가 잡을 수 있느냐는 아주 흥미로운 쟁점입니다. 다양한 협업 서비스가 등장했음에도 획기적인 파급력을 몰고 온 업체는 없기 때문입니다.
드롭박스, 협업 시장에서 왜 소극적인가
협업 시장이 특이한 건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적극적으로 뛰어들지만, 어느 쪽도 선점 효과를 획기적으로 보지 못했으며, 협업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부분 회사가 동향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어서 기능이나 요금의 변화에 맞춰서 서비스를 바꾸더라는 겁니다. 어느 쪽에 손을 들어주기 어렵다는 거죠.
지난주, 드롭박스는 자사 협업 서비스인 '페이퍼(Paper)'의 공개 베타를 시작했습니다. 앞서 시험 버전을 내놓긴 했지만, 기능을 개선하여 본격적으로 협업 시장을 공략하기로 한 겁니다.
페이퍼의 사용 방법은 간단합니다. 큅(Quip)이나 에버노트(Evernote)처럼 사용자를 특정 프로젝트에 묶어서 공동으로 문서를 작업하거나 수정할 수 있도록 하고, 과정에서 서로의 의견을 묻거나 전화나 메시지를 남길 수 있습니다. 당연하게 문서는 드롭박스의 클라우드 저장 공간에서 공유됩니다.
간단히 생각하면 페이퍼 이용자를 드롭박스 이용자로 끌어들일 수 있고, 기업이 기업용 '드롭박스 포 비즈니스(Dropbox for Business)'를 이용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겁니다. 시너지를 낼만한 방향이죠. 그래서 페이퍼는 구글 드라이브의 경쟁자로 꼽힙니다.
구글은 자사 워드프로세서 제품군인 문서 도구를 구글 드라이브에 포함하면서 기업용 구글 드라이브인 '구글 드라이브 포 워크(Google Drive for Work)'의 성장을 도모했습니다. 구글 드라이브 포 워크는 구글 드라이브뿐만 아니라 다른 구글 앱을 기업에 보급하는 역할을 하며, 구글이 기업 시장에 안착하는 실마리가 되었습니다.
구글의 사례를 보면 드롭박스가 페이퍼로 기업 시장에서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반대로 놓고 보면 페이퍼가 드롭박스와 시너지를 내려면 페이퍼의 기능이 강력하거나 다른 협업 서비스와는 차별화한 특별함이 있어야 하지만, 기능으로는 여타 서비스들과 크게 다른 점이 없습니다. 되레 드롭박스의 골수 이용자라면 눈여겨볼 만합니다.
드롭박스는 페이퍼는 내놓기 전에 많은 협업 관련 스타트업을 인수했습니다. 드롭박스가 협업에 달려든 이유는 더는 클라우드 스토리지 시장이 드롭박스의 놀이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구글은 구글 드라이브를 개선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피스를 필두로 클라우드 사업을 개편했으며, 애플도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로 서비스를 확장했습니다. 또한, 클라우드 서비스의 이용 가격도 비슷한 탓에 소비자들이 무작정 드롭박스를 이용하던 때와는 선택지가 너무 많아졌습니다.
무엇보다 다른 경쟁사들은 클라우드 스토리지 외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스토리지는 부수적인 요소이고, 활용 방안에서 경쟁력을 가질 사업들을 내세우고 있죠. 상기한 구글의 문서 도구도 그렇습니다. 그런 경쟁력이 드롭박스는 전혀 없고, 협업 서비스는 그럴 여지를 쥐고 있습니다.
문제는 드롭박스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가 BYOD인데, 협업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운다면 BYOD로 드롭박스를 이용하는 개인 고객이 다른 서비스로 이탈할 가능성이 커지는 겁니다. 달리 말하면 협업 서비스를 강조할수록 다른 기반이 없는 드롭박스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모든 걸 걸어야 합니다.
그래서 드롭박스는 한꺼번에 기능을 풀어서 정체성을 바꾸려고 하기보단 페이퍼처럼 기능을 조금씩 내놓아서 클라우드 스토리지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협업 환경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미 작년 12월에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하여 오피스 제품에서 바로 작동하는 '배지(Badge)'를 내놓았고, 지난 1월에는 노트 기능의 비공개 베타 테스트를 했습니다.
아직 이런 새 기능이나 제품이 실제 드롭박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파악된 것은 없지만, 드롭박스는 해당 기능들에 관한 정보를 계속해서 고객을 대상으로 누적하고 있고, 페이퍼를 같은 역할로 본다면 현재 페이퍼로 드롭박스가 구글 드라이브나 큅, 슬랙 등의 업체와 경쟁한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이 점이 협업 시장에서 드롭박스를 소극적이라고 보게 하는 거죠.
단지 드롭박스의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집중하는 방식이 정답이 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하고, 기능 자체의 경쟁력보다는 드롭박스가 추가하는 협업 기능들이 궁극적으로는 통합될 것인지, 그리고 엔터프라이즈 시장이 아닌 개인 고객들을 드롭박스의 저장 공간에 머물게 할 수 있을지 두고 보는 것이 쟁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필자는 앞서 '경쟁 업체라고 할 수 있는 MS나 구글은 클라우드 스토리지가 직접적인 이익이 되지 않아도 되지만, 드롭박스는 클라우드 스토리지가 이익이 되어야 합니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는 사업 초기에 드롭박스를 성장하게 한 것이지만, 경쟁자가 많아진 지금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죽은 유니콘 기업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달아오르는 중이기에 쉽게 개인 이용자를 놔두고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집중하는 형태로 가긴 어려운 상황이 드롭박스의 협업 시장 전략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봐도 좋을 것입니다.
드롭박스가 자신들의 강점을 유지하면서 협업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을지, 아니면 다른 방향을 선택하게 될지 지켜볼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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