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프로는 회사 이름으로만 아니라 액션캠 시장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샤오미 등의 중국 업체가 저가 액션캠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액션캠 시장에서 고프로의 상징성을 뛰어넘은 브랜드는 없습니다. 다만 고프로는 현재 언제까지 상징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낭떠러지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성장 멈춘 고프로의 과제
최근 고프로의 상징성을 크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이 영화 '마션'입니다. 화성에 혼자 남은 우주 비행사의 1인칭 시점을 전달하기에 액션캠의 역할이 컸고, 감독인 리들리 스콧은 '만약 당신이 고프로를 가졌고, 주변에 아무도 없는 상황이라면 고프로는 당신의 친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고프로와 같은 새로운 기술이 영화 제작자들의 능력을 끌어올렸다.'라고 덧붙였는데, 이는 일반 카메라와 액션캠의 다른 점을 단적으로 얘기한 것입니다.
그럼 대체 '고프로의 새로운 기술'이라는 게 무엇일까요? 사실 액션캠이 아니더라도 카메라의 촬영 기술이 친구가 될 수 있는 거라면 어떤 카메라든 상관은 없을 겁니다. 그러나 고프로가 시장에서 돋보일 수 있었던 건 소형화와 경량화, 내구성, 방수성, 방오성 등 기존 카메라가 떠안은 문제를 하나의 제품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한 덕분입니다.
그 점이 액션캠의 큰 특징이 되었고, 고프로를 언제, 어디서든 일상을 기록할 수 있는 아웃도어 시장의 독보적인 존재로 만든 겁니다. 하지만 이런 아이디어가 고프로만의 독창적인 기술이 아니라 용도를 특정하는 아이디어에서 비롯되었다 것이 고프로의 발목을 붙잡고 있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여태 고프로는 5개의 제품 라인을 선보였지만, 초기 고프로가 지향한 액션캠의 형태에서 멀리 벗어나지 못한 제품들이었습니다. 다른 건 성능과 가격뿐이었고, '하나의 제품밖에 없는 회사'로 불리게 했습니다.
이에 창업자이자 CEO인 닉 우드먼(Nick Woodman)은 한 인터뷰에서 '그런 얘기는 수도 없이 들었고, 우린 생태계 측면에서 많은 성과를 냈다고 생각한다.'면서 '소프트웨어 역량을 키우고 있으며, 하나의 제품뿐이라는 건 짧은 견해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투자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공모가 24달러로 출발한 고프로의 주가는 한때 98.47달러까지 오르면서 2014년 최고의 IPO 대어였습니다. 기대감만 무성했던 알리바바와 다르게 고프로의 성장은 하루가 지날 때마다 고공행진이었고, 2억 8,450만 달러라는 스톡옵션으로 우드먼을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번 CEO에 올렸습니다. 그랬던 주가가 현재 20달러 선으로 폭락했고, 공모가 근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고프로의 주가가 심각하게 흔들리기 시작한 결정적인 이유는 '고프로가 액션캠을 파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느냐'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나의 제품만으로 성장한다는 오명을 벗고자 고프로는 6대 한 번에 촬영하여 360도의 VR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VR 카메라와 드론에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캠에 집중적으로 투자했습니다.
문제는 고프로가 아이디어만 가지고 쉽게 진입했던 액션캠 분야와 다르게 VR 카메라는 고프로처럼 대박을 노린 스타트업들과 이미 이들 스타트업에 많은 투자를 한 경쟁자들이 맞물리면서 고프로를 두드러지게 할 곳이 아니라는 겁니다.
드론캠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드론캠 쪽의 상황이 더 좋지 않은데, 가장 강력한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의 DJI는 전체 상업용 드론 점유율을 70% 이상 장악하고 있으며, 올해 매출이 10억 달러 수준일 것으로 전망되는 곳입니다. 고프로의 지난해 총 매출이 4억 1,992만 달러였다는 걸 상기하면, 과연 고프로가 드론 시장에서 DJI의 규모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이달 초, DJI는 649달러짜리 일반 소비자용 짐벌 카메라인 '오즈모(Osmo)'를 출시했습니다. 물론 고프로와 호환되는 짐벌을 300달러에 구할 수 있기에 가장 저렴한 고프로 모델을 구매한다면 훨씬 저렴하게 짐벌 카메라를 가질 수 있습니다. 또한, 고프로는 방수 기능이 있지만, 오즈모는 그렇지 않기에 경쟁력에서 고프로가 떨어진다고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오즈모는 3축 동작과 일체형을 내세워 일반 소비자가 짐벌 카메라에 훨씬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했습니다. 중요한 건 고프로가 드롭캠에 진출하고자 하는 지점에서 DJI가 고프로의 일부 영역인 짐벌 카메라에 진입했다는 겁니다. 액션캠보다는 짐벌 카메라 자체에 주목하는 소비자라면 가격과 별개로 오즈모에 관심을 둘 여지가 있습니다. 고프로를 두고, 액션캠에 관심을 두게 된 것처럼 말입니다.
이런 점은 드론캠이나 VR 카메라에서도 나타나는 데, 고프로 카메라를 장착할 수 있는 드론이나 고프로 카메라를 여러 개 연결할 수 있는 VR 카메라도 등장하면서 생태계를 확장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결과적으로는 일체형 제품으로 넘어가고, 고프로의 액션캠 범위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결국, 하나의 제품밖에 없는 회사에서 벗어날 단초를 명확히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고로 고프로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신제품'이 되겠지만, 세부적으로는 기존 액션캠 사업과는 다른, 액션캠의 연장선에 있지 않으면서 고프로의 브랜드를 공고히할 제품이 필요합니다.
사실 신제품이 성장에 필요하지 않은 기업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고프로가 액션캠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면서도 평가가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건 앞서 말했듯이 특별한 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한 게 아닌 아이디어가 핵심이었기 때문입니다.
오즈모의 등장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액션캠이라는 영역을 확대하고, 개척한 공은 있지만, 그걸 상품화할 수 있는 경쟁자가 매우 많다는 점이 고프로의 포지셔닝을 위태롭게 만듭니다.
즉, 아이디어가 성장의 발판이었던 만큼 현재 주력인 제품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다른 개척 제품이 필요성이 강조되고, 본래 그런 점을 염두에 두어서 투자자들이 투자한 것이었기에 새로운 제품에 진전없는 고프로의 평가가 달라진 겁니다.
이제 평가를 뒤집기 위해서 고프로가 어떤 움직임을 보여줄 것인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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