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배송하면 떠오르는 회사는 아마존입니다. 영국에서 피자 배달을 시도한 도미노피자도 떠오르지만, 드론 배송 사업을 본격화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인 곳이 아마존이죠. 미국 정부는 드론 등록제를 준비하고 있으며, 상업용 드론을 규제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어서 드론 배송이 실현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월마트, 드론 운용의 의미
그래서 아마존이 드론 배송을 한다면 다른 업체들도 드론 배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리라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말입니다. 하지만 자연스럽기 이전에 드론 배송이 절실한 기업이 있습니다. 세계 최대 대형 할인 매장 월마트입니다.
로이터는 '월마트가 미국 연방 항공국(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 ; FAA)에 가정 배송, 생필품 픽업, 창고 재고 확인 등을 목적으로 드론을 시험할 수 있는 권한을 요청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월마트는 지난 수개월 동안 실내에서 드론을 운용하는 시험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중국의 드론 업체인 DJI의 제품을 이용한다고 로이터는 전했습니다. FAA에 대한 요청과 앞서 시험했다는 점에서 월마트가 드론을 상업용으로 이용할 것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죠.
물론 시험을 요청한 것이지 당장 드론 배송을 시작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아마존도 드론 배송을 시험하고 있지만, 규제 문제와 함께 운용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서 실용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이는 월마트도 해결해야 할 부분입니다.
다만 월마트의 드론 배송 진입으로 아마존과의 경쟁 구도가 만들어진 건 분명합니다. 아마존이 지녔던 드론 배송의 대표성을 월마트가 나눌 수 있고, 미국 식료품 판매 점유율을 20%나 차지하는 월마트이기에 아마존의 대응도 '드론으로 배송한다.'가 아니라 좀 더 차이를 둬야 할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월마트가 아마존 드론 배송의 경쟁자로 나섰지만, 이미 월마트는 아마존의 공격에 지친 상태입니다. 두 회사의 주가 상황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데, 월마트의 주가는 최근 1년 동안 30% 가까이 폭락했습니다. 반면, 아마존은 2배나 치솟으면서 월마트의 시가총액을 훌쩍 넘었습니다. 아마존은 오프라인 매장을 두고 있지 않으며, 매출 규모와 직원 수도 월마트가 많습니다. 그런데도 기업 가치가 월마트에서 아마존으로 이동하고 있는 거죠.
그래서 월마트는 지난 5월에 아마존 프라임처럼 연회비를 내면 3일 만에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이달 열린 투자자 행사에서 '당분간 매출은 현재에 머물 것이다.'라면서 대책으로 온라인 매장을 확장하는 계획도 전했습니다. 드론 운용도 이런 온라인 전략의 맥락에서 볼 수 있고, 고객에 직접 배송뿐만 아니라 매장 사이의 운반 체계를 개선하는 방안이라는 게 중요합니다.
지난달, 월마트는 무료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시를 늘린다고 발표했습니다. 무료 픽업은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원하는 상품과 방문 시간을 설정하면, 시간에 맞춰 월마트에 갔을 때 차에서 내리지 않더라도 구매한 물품을 가져올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월마트는 미국 인구의 70%는 8km 안에서 월마트에 접근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무료 픽업 서비스의 핵심으로 떠오른 게 드론입니다. 월마트의 요청에는 각 매장의 물품을 드론으로 운반하고, 드론을 실은 트럭 운행 중 근처 매장으로 드론이 이동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드론을 통한 유통 네트워크를 구성하겠다는 겁니다.
'몇 개의 치약이나 휴지를 사려고 월마트 매장을 찾아 시간을 허비할 소비자는 없다.'라는 건 월마트가 아마존에 밀린 가장 큰 이유로 꼽힙니다. 하지만 픽업 서비스를 이용하면 소비자는 소량의 제품을 정해진 시간에 매장을 돌지 않아도 구매할 수 있고, 월마트는 드론으로 재고를 관리하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마존 드론 배송의 가장 큰 걸림돌은 미국 내 아마존의 물류 센터가 50여 개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류 센터와 물류 센터 간 거리나 배송지와 물류 센터와의 거리가 멀다면 운용 범위에서 5,000여 개 매장의 월마트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죠. 아마존에 대한 온라인 경쟁만 집중했다면 많은 관리 비용의 대형 매장은 월마트의 발목을 더욱 무겁게 했겠지만, 월마트는 드론 도입으로 온라인 경쟁과 함께 오프라인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기회를 얻게 된 겁니다.
반대로 아마존은 상업용 드론 운용에서 월마트에 대응하기 위한 별도의 전략이 필요해졌습니다. 물류 센터를 더 늘리거나 드론 배송 시간을 단축하고, 배송 범위를 넓힐 거점을 마련해야 합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대결이 드론 운용에서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게 가장 큰 의미입니다.
사실 아마존의 대부분 이익은 유통이 아닌 아마존 웹 서비스(AWS)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AWS의 이익을 유통에 재투자하면서 아마존은 적자 상태에서도 온라인 유통 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죠. 물류 센터에 도입한 자동화 로봇도 그렇습니다. 단지 월마트의 드론 진출로 이전보다 더욱 공격적인 투자를 해야 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월마트는 온라인 사업을 키우고자 3년간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드론을 활용한 물류망은 빠르게 구축할 수 있겠지만, 여전히 온라인 사업에서 아마존에 밀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 기업이 움직여야 할 방향이 정해진 만큼 이 전환점이 앞으로 미국 유통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지 매우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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