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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플레이보이, '소셜 미디어 탓에 누드를 내린다.'


 신문사들의 디지털 실험과 함께 대표적인 잡지들도 모바일 물결에 많은 변화를 겪어야 했습니다. 아예 종이 잡지를 발행하지 않기로 한 곳도 생겼고, 창간을 디지털부터 시작하는 곳도 생겼습니다. 어느 쪽이 더 나은 선택인지는 신문보다 파악이 느리지만, 변화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했죠.
 


플레이보이, '소셜 미디어 탓에 누드를 내린다.'
 
 플레이보이는 1953년 등장한 매우 유명한 성인 잡지입니다. 전문 모델이라는 느낌보다는 평범한 미녀의 누드를 보여주는 것으로 여타 잡지와 다른 독보적인 정체성을 경쟁력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다른 경쟁력이 필요한가 봅니다.
 
 


 플레이보이는 내년 3월부터 여성의 누드 사진을 싣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누드가 핵심 콘텐츠였던 플레이보이의 선택이 의아한데, 이런 결정의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 소셜 미디어입니다.
 
 소셜 미디어가 원인이라고 하면 최근 화두로 떠오른 '섹스팅(Sexting)'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실상 소셜 미디어를 통한 콘텐츠 전달에 발목이 잡힌 겁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신문사뿐만 아니라 잡지사들도 자사 콘텐츠를 홍보하고, 판매 부수를 늘리고자 소셜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추세인데, 소셜 미디어의 특징상 홍보에 나체 사진을 쓰거나 포함한 웹 사이트를 공유할 수는 없기에 작년부터 디지털에서 공유하는 콘텐츠의 수위를 계속 조절해왔습니다.
 
 문제는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 덕분에 홈페이지 접속자가 5배가량 증가했으며, 평균 접속 나이는 만 47세에서 30세로 낮아졌다는 겁니다. 즉, 소셜 미디어를 주로 이용하는 연령층이 플레이보이의 주요 고객이 되고 있으며, 소셜 미디어를 배제하고는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없는 상황이 된 겁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플레이보이는 2000년에 들어서 인터넷의 보급으로 큰 위기를 맞았던 적이 있었는데, 곧장 대응하지 못하여 적자에 허덕였다는 점입니다. 적어도 소셜 미디어의 활용은 젊은 고객층을 확보하고, 브랜드 가치를 재고할 여지를 남기죠.
 
 


 다만 플레이보이가 어쩔 수 없이 누드 게재를 포기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이미 플레이보이의 판매 부수는 최고치에서 10배나 감소한 상황입니다. 절정기의 모습은 잡지에서 찾아볼 수 없는데, 대신 현재는 향수, 의류, 보석 등의 부수적인 사업을 확장하면서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작년부터 조절한 수위가 맞물리면서 소셜 미디어가 콘텐츠를 공유하는 것보다 플레이보이 브랜드 가치를 올리고, 다른 사업의 포지셔닝을 강화하는 역할로 바뀌었습니다.
 
 플레이보이는 '미녀들의 관능적이고, 매혹적인 사진을 계속 내보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전략이 플레이보이 웹 사이트의 광고 매출을 올리거나 잡지 판매 부수를 늘리는 목적이 아니라 플레이보이 브랜드 가치로 전환하는 역할로 내세우는 겁니다.
 
 좀 더 쉽게 말해서 기존에는 잡지라는 미디어와 콘텐츠 활용이 플레이보이의 정체성을 유지하게 하는 매개체였다면, 이제는 소셜 미디어가 잡지의 역할을 대체하는 순서에서 플레이보이를 광고주로 만든 거죠. 이는 잡지라는 매체의 소멸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달리 생각하면 소셜 미디어에 콘텐츠를 게재하여 활용하는 기업들이 기존 잡지의 역할을 개별적으로 수행하게 되었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전 기업들은 잡지에 많은 광고를 실었으니까요.
 
 단지 매체와 광고주의 경계를 없애는 지점을 우리는 계속해서 광고주의 시점에서만 봤지만, 플레이보이의 사례는 정반대의 시점이기에 흥미로운 것입니다. 오히려 잡지 등 기존 미디어들의 생존을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제시했다고 해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물론 다른 잡지사들이 플레이보이처럼 향수나 속옷을 판매해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미디어들이 웹 광고에 치중한 수익 구조를 개선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중이기에 플레이보이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플레이보이는 누드 사진을 올리지는 않지만, 잡지의 품질을 올려 좀 더 고급화한 잡지를 발간할 계획입니다. 과거에도 콘텐츠를 다양화한 적이 있는 만큼 소장 가치를 올릴 콘텐츠로 채운 잡지를 이익이 되지 않더라도 유지하는 방향이죠. 넓게 본다면 메르세데스 벤츠 매거진처럼 이것도 플레이보이의 가치를 올릴 방안으로 남겨두는 거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이제 지켜볼 만한 것은 플레이보이가 오랜 미디어경험을 소셜 미디어에서 발휘하여 마케팅 경쟁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