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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어도비는 어떻게 태블릿 생산성을 끌어 올리는가


 태블릿의 생산성이라고 말하면 '간단한 편집' 정도를 쉽게 떠올릴 테지만, '그게 실질적인 상업성을 가지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의문을 품을 겁니다. 상업성 여부가 생산성을 결정하는 건 아니지만, 취미 수준이 아닌 산업 현장에서 실제 활용할 수 있느냐는 생산성 수준의 척도가 되기 때문입니다.
 


어도비는 어떻게 태블릿 생산성을 끌어 올리는가
 
 지난달, 애플은 생산성에 중점을 둔 아이패드 프로(iPad pro)를 공개했습니다. 키보드 커버와 애플 펜슬이라는 스타일러스 펜을 선보여 생산성을 강조했는데, 기존 아이패드에 대한 생산성에 의문이 큰 탓에 생산성을 강조하는 것만으로 태블릿을 생산성을 목적으로 구매할 수요를 찾기가 애플의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드웨어 시장으로 보면 그렇다는 거죠. 그런 와중에도 태블릿 시장을 두드리는 곳이 어도비입니다.
 
 


 어도비는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Creative Cloud)'를 내세우기 시작하면서 모바일에도 꾸준히 투자했습니다. 모바일에 대한 투자야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만, 재미있는 건 태블릿 제품 개발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겁니다. 구색을 맞추고자 태블릿용 앱을 내놓는 업체도 있지만, 어도비의 행보는 조금 다릅니다. 태블릿에 맞춘 개별 앱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으며, 태블릿 생산성에 대해서 어떤 업체보다 많은 연구과 결과물을 내놓고 있죠.
 
 아이패드 프로를 발표하는 자리에도 어도비는 등장했고, 간단한 터치만으로 문서 레이아웃을 구성하고, 이미지를 삽입하거나 텍스트를 입력하는 모습을 시연했습니다. 화면분할을 이용하여 사진 편집이나 드로잉으로 저작 도구와 연결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다시 의문이 드는 건 '태블릿으로 레이아웃을 구성하더라도 결과물은 PC를 거쳐야 하는 게 아닌가 입니다. 물론 아이패드만으로 결과물을 완성할 수는 있겠지만, 생산 효율을 고려하자면 PC로 마무리하는 쪽이 빠르고 효율적이겠죠. 결국은 '태블릿은 생산성에서 PC를 대체하지 못한다.'로 이어질 수 있죠.
 
 다만 어도비의 전체적인 태블릿 전략을 보면 이 의문의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어도비가 내놓은 앱들은 우선클라우드를 통한 협업에 중점을 둡니다. 어도비 캡쳐 앱을 예로 들면, 앱을 통해 결정하지 못한 결과물에 사용할 색상을 외부에서 발견하여 클라우드로 공유하면 사무실의 디자이너가 이를 곧장 결과물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 단일 앱으로는 효율을 보기 어렵지만, 협업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하죠.
 
 또한, 클라우드를 통한 백업도 중요한데, 스케치나 흥미로운 이미지를 캡쳐 앱으로 벡터 그래픽으로 전환하여 클라우드에 저장할 수 있습니다. 저장한 벡터 이미지를 필요에 따라서 클라우드에서 꺼내쓰고, 디자이너는 클라우드로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단지 '이건 태블릿이 아니라 스마트폰에서도 할 수 있잖아?'라고 물을 수 있는데, 최근 어도비가 재미있는 걸 공개했습니다.
 
 


 어도비는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에서 연례행사인 '어도비 맥스 2015(Adobe MAX 2015)'의 기조연설에서 '프로젝트 페이스(Project Faces)'라는 서체 디자인 솔루션을 선보였습니다.
 
 페이스는 프로토타입의 앱으로 아이패드에서 작동하는데, 서체의 두께나 굽이, 형태를 일괄적으로 바꾸고, 작업물에 쉽게 적용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어떤 부분이 획기적인가 싶겠지만, 기존 서체 디자인은 벡터 그래픽을 구성하는 것부터 일괄적으로 적용하여 결과물을 내놓기까지 복잡한 과정이 필요한 작업이었습니다.
 
 하지만 페이스는 터치 몇 번으로 서체를 제작할 수 있고, 좀 더 세부적인 수정을 원한다면 벡터 이미지로 클라우드에 저장하여 PC로 넘긴 후 수정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원하는 서체가 떠올랐다면 모빌리티 환경에서 금방 서체를 구성하여 클라우드에 백업할 수 있다는 게 강점입니다. 랩톱을 꺼내서 벡터툴을 실행하고, 작업하는 것보다 빠르고 쉽죠.
 
 가령 디자인을 결정하는 회의에서 서체를 결정하는 데 효과적으로 활용하기도 좋습니다. 금방 의견을 반영하고, 결과물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으니 협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솔루션인 겁니다. 또한, 벡터를 직접 작성해야 한다면 마우스를 이용하는 PC가 수월하겠지만, 페이스처럼 바를 조절하는 방식이라면 넓은 터치스크린 환경이 유리합니다. 특히 페이스는 개별적인 수정 방식이 아니라 일괄 적용하는 방식이기에 바를 조절하는 게 더 직관적입니다. 태블릿의 특성을 생산성에 강조하는 방법을 찾아낸 겁니다.
 
 즉, 어도비는 태블릿의 생산성에 모빌리티를 강조하면서 디자이너의 아이디어와 PC로의 연결 고리에 태블릿을 두고 있습니다. 본디 태블릿의 생산성이 그런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키보드나 스타일러스 펜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터치스크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디자이너들이 아이디어와 PC의 연결에서 부족하게 여겼던 부분을 태블릿으로 잡아내고 있습니다. 그건 PC에서의 활용을 태블릿으로 옮겨놓은 생산성과는 다릅니다.
 
 


 그럼 어도비는 왜 태블릿 생산성에 주목하는 걸까요? 결과물을 만들 수도 있지만, 만들지 못하더라도 사용을 유도하여 결과물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제품들을 계속해서 늘린다면 클라우드의 연속성으로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에 속한 이용자들이 꾸준히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에 머물게 할 수 있습니다.
 
 어도비의 행보는 여타 업체들보다 태블릿에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점으로 디자이너들이 어도비 제품을 생산성에 반영하고자 태블릿 이용을 늘린다면 PC에 다른 제품이 있더라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를 운용하고자 어도비 제품을 이용하도록 할 여지가 있다는 겁니다. 사용자들이 태블릿에서 생산성을 느꼈다면 쉽게 다른 솔루션을 선택하기 어려워지니까요.
 
 어도비는 태블릿 생산성에 어떤 믿음이 있는 게 아니라 클라우드와 모바일 전략을 공고히 하고자 태블릿 생산성에 정체성을 부여할 수 있는 연구를 지속하고, 지속한 결과가 페이스에서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충분히 태블릿의 생산성을 끌어 올리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