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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뉴욕타임스,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으로 비용과 시간 절약할 수 있다.'


 광고가 매출 대부분인 미디어들은 광고 차단 기능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이미 광고를 탑재한 콘텐츠를 다른 비용 없이 즐기는 형태가 깊게 자리 잡은 데다 광고를 늘려도 매출이 증가하지 않아 네이티브 광고로 눈을 돌리는 중이었기에 대책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광고 차단 기능이 확산하는 건 생존과 직결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뉴욕타임스,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으로 비용과 시간 절약할 수 있다.'
 
 애플은 iOS 9에 광고 차단 기능을 추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서드파티 앱을 이용하여 iOS의 기본 웹 브라우저인 사파리에서 광고를 차단하는 것으로 운영체제 차원에서 차단 기능을 내세운 건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는 구글 광고 이익이 주력인 구글에 대한 견제인 동시에 자사의 광고 상품을 밀고자 함인데, 광고로 매출을 내는 매체들에 직격탄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iOS 9에 탑재한 광고 차단 기능을 이용한 실험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실험은 로딩 속도와 데이터 소비에 중점을 두었는데, 지난달에 광고 차단 기능 개발자인 딘 머피(Dean Murphy)이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10개 언론사의 로딩 속도가 4배 빨라졌고, 데이터를 53% 적게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말한 것이 발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NYT의 실험은 상위 50개 웹 사이트로 머피보다 대상을 늘렸으며, 결과는 흥미롭습니다. 50개 웹 사이트 중 동영상 광고를 포함하는 보스턴닷컴은 광고를 차단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용했을 때 389개 파일을 열고, 16.3MB를 소비하며, 로딩까지 33초가 걸렸지만, 광고를 차단하자 52개 파일을 열고, 3.5MB를 소비하며, 7초 만에 로딩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광고 차단 기능으로 보스턴닷컴을 이용할 때 월 9달러 50센트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USA투데이나 가디언처럼 광고 차단을 하기 미안할 만큼 효과가 미미한 웹 사이트도 있었으나 대체로 로딩 시간이 빨라졌고, 데이터 절약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네트워크 상태나 광고의 변화에 따라서 이 수치도 변동이 심하겠지만, 어쨌든 머피의 인터뷰 내용처럼 비용과 시간 절약에 도움이 된다는 데 의미가 있죠.
 
 NYT는 '물론 광고로 지원하는 뉴스 웹 사이트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NYT의 실험이 그리 어려운 게 아니라는 겁니다. NYT의 결과는 아이폰 6로 이틀동안 해당 웹 사이트들을 5회 이상 반복하여 로딩한 것으로 시간은 필요했지만, 여타 데이터 수집보다 수월하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광고 차단 기능을 검증한 시도는 달리 없었습니다. 미디어가 광고 차단 기능을 소개하면서도 자사 웹 사이트 광고가 차단되는 것은 꺼리기에 관련한 소식은 전하면서도 이런 자료를 내놓는 것에 상당히 소극적이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차단 효과가 컸던 보스턴닷텀 등의 웹 사이트에게는 자폭과 다를바 없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도 NYT는 효과가 있다는 걸 증명하고 나섰기에 저널리즘에 빗대어 얘기할 수도 있을 겁니다.
 
 


 단지 NYT가 이렇게 적극적일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지난 7월, NYT는 자사 디지털 유료 구독자가 10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유료 구독 모델을 출시한 지 4년 만의 성과이고, 광고가 아니더라도 NYT가 살아남을 방안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유료 구독자가 늘었으면서도 매출은 줄었다는 것인데, 그 탓으로 지난 4월에는 낮은 가격에 유료로 제공했던 뉴욕타임스 나우를 무료로 전환했습니다.
 
 유료 구독 모델을 유지하고, 구독자를 끌어모은 것에 상당한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유료 구독자를 늘릴 방안을 줄이는 건 NYT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NYT의 행보를 보면 이해가 가능합니다.
 
 먼저 나우를 무료로 전환한 건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하는 유료 구독자를 배제하기 위함입니다. 지난달에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중앙일보 창간 50주년 컨퍼런스에서 뉴욕타임스 CEO 마크 톰슨(Mark Thompson)은 'NYT가 디지털 유료 모델을 내놓자 대부분 전문가는 실패를 예견했지만,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NYT가 증명했다.'라고 말했습니다. NYT가 여전히 유료 구독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러면서 '최고의 기사를 쓰면 구독자들이 알아서 기사를 찾아 읽을 거라는 건 착각이다.'라면서 미디어가 직접 구독자를 찾아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최근 NYT는 영어뿐만 아니라 여러 언어를 통한 기사를 시험하고 있으며, 지난 5월에 한국어, 중국어, 스페인어, 영어로 작성한 기사를 미국 NYT 웹 페이지에 게재했습니다. 매우 이례적인 시도였고, 한국어판 NYT를 기대하게 했는데, 핵심은 여러 언어로 기사를 작성했을 때 다양한 구독자를 모을 수 있다는 생각을 NYT가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그럼 의아한 건 유료 구독자를 늘리려는 건 알겠는데, 나우의 서비스를 종료하는 게 아닌 무료로 전환한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거죠. NYT는 자사의 나우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애플, 스타벅스 등과 제휴하여 뉴스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는 광고 이익을 나누는 방식인데, 실상 광고 이익을 내는 것보다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다른 NYT 기사를 읽도록 유도하고, 이용자들이 좀 더 높은 가격의 유료 구독을 하는 것에서 이익을 내는 게 목적입니다.
 
 고로 유료 구독을 기반으로 자사 웹 사이트는 광고를 배제하더라도 상관이 없고, 애플이 광고 차단 기능을 내놓더라도 애플과 제휴하여 뉴스를 제공함으로써 유료 구독자 유도가 가능하니 여타 미디어들과는 다른 위치에서 광고 차단 기능을 얘기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필자는 지난 8월에 NYT의 디지털 유료 구독의 딜레마에 대해서 얘기한 적이 있는데, iOS 9의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이 되레 NYT의 딜레마를 해결하면서 차단 기능을 거리낌 없이 말하게 한 단초가 된 거죠. 이를 계기로 유료 구독 기반이 약한 미디어들이 도태한다면 취재 경쟁 차원에서 NYT는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은 NYT에 엄청난 기회입니다. 대개 매체들은 매출을 늘리고자 광고를 늘리거나 콘텐츠 방향을 수정하여 광고를 더 보게 만드는 방법을 고안하는 데 집중했지만, NYT만큼은 매출이 감소하더라도 유료 구독 모델을 고집했기에 차단 기능의 피해가 다른 매체보다 적을 테죠.
 
 미디어의 역할이 언제든 꼭 필요하다는 걸 상기한다면 이런 상황에서 NYT는 독보적인 행보를 이어갈 수 있게 됩니다. 식견이 남달랐다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광고 덕분에 분산했던 미디어 경쟁력이 다시 한 지점으로 좁혀질 수 있다는 게 저질 미디어들의 박멸보다 더 깊게 생각해볼 방향이 아닌가 필자는 생각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NYT의 이번 실험이 그런 점을 더욱 고민하게 할 실마리가 될 것입니다. 광고 차단 기능의 본질도 다시 생각해보아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