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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디젤 게이트와 전기차, '테슬라, 애플, 구글'


 4기통 디젤 엔진을 탑재한 폭스바겐 차량이 소프트웨어 조작으로 환경규제를 피한 대형 사건이 터졌습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따르면 미국 기준의 약 40배 수준인 매연을 뿜어내며, 배기가스 규정을 통과하기 위해 결함도 아닌 별도의 장치를 준비했다는 점에서 신뢰에 타격을 입은 건 물론이오, 이틀 동안 주식이 34%까지 떨어지면서 자동차 업계의 큰 쟁점이 되었습니다.
 


디젤 게이트와 전기차, '테슬라, 애플, 구글'
 
 당연하게도 과거 도요타 리콜 사태를 떠올릴 수 있기도 한데, 덕분에 당시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 ; GM)는 전 세계 자동차 업계 1위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사건 자체만 보면 폭스바겐의 고의성이 두드러지므로 도요타와 직접 비교할 수는 없으나 어쨌든 이번 사태로 과거 GM처럼 이득을 볼 곳을 찾아야 하니 쟁점이 되는 게 당연합니다.
 
 


 이전이라면 작년부터 리콜 사태를 겪은 GM이나 포드, 크라이슬러가 거론되었겠지만, 재미있게도 기회가 된 기업으로 꼽힌 건 테슬라와 애플, 구글입니다.
 
 테슬라는 전기차 업체이고, 폭스바겐은 클린 디젤(Clean Diesel)을 내세웠었습니다. 이번 사태로 클린 디젤의 친환경 부분이 심한 타격을 받았기에 매연을 뿜지도 않는 전기차의 친환경성이 강조될 상황이 생긴 겁니다. 특히 폭스바겐은 클린 디젤 뒤로 전기차 사업에도 많은 투자를 하면서 친환경을 강조했으니 전기차 경쟁에서 폭스바겐의 훼손된 이미지를 발판으로 테슬라가 시장에서 더 나갈 수 있게 되었다는 거죠.
 
 애플은 '타이탄(Titan)'으로 불리는 전기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9년을 목표로 애플이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테슬라가 수혜를 입는다면 전기차를 개발 중이라는 애플도 화제에 올릴 수 있다는 겁니다.
 
 구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주, 구글이 자율 주행차 계획을 위해 전 미국 현대 자동차 사장이었던 '존 크래프칙(John Krafcik)'을 영입했다고 WSJ은 전했습니다. 2020년 양상을 목표로 하는 자율 주행 차량에 힘을 보태려는 조치인데, 당연히 전기차이므로 이번 기회에 전기차가 성장한다면 구글도 똑같이 눈여겨 봐야 하는 건 맞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전기차를 개발 중인 모든 자동차 업체가 범위 안이지만, 전기차만 생산하면서 성장 중인 테슬라와 자동차 시장에 진입해본 적 없는 두 업체가 앞으로 치고 나갈 여지가 생겼다는 게 핵심입니다. 다른 자동차 업체들은 비슷하더라도 시장에 새로 진입하게 되는 거대 업체가 생겼을 때 시장 판도가 크게 달라질 테니 말입니다.
 
 


 그럼 폭스바겐 사태가 터진 후 테슬라의 주가 상황은 어땠을까요? 기대에 찬 것과 다르게 요지부동입니다. 기대에 찼다는 건 실제 전기차와 관련한 분석과 기사가 쏟아졌기 때문입니다. 테슬라가 유망주로 떠오른 상황에서 기존 자동차 업체가 쇠퇴한다는 인상을 줬고, 상기한 친환경을 골자로 미국이 이 기회로 전기차를 크게 밀어 올릴 수 가능성이 있기에 테슬라에 초점을 맞추는 건 수긍할 수는 있죠.
 
 그렇다면 테슬라의 주가 상황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대가 곧장 주가에 크게 반영되지 않는 걸 매우 특별하게 볼 것까진 없습니다. 미국 정부의 결정이나 전기차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없으니까요. 그러나 테슬라의 주가 변동은 아주 미미했기에 과연 쏟아진 분석처럼 투자자들이 실제 전기차에 관심을 두는 것인지는 의심하게 합니다.
 
 필자는 이것이 전기차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점을 반영된 탓이라고 봅니다. 먼저 테슬라의 자동차는 너무 비쌉니다. 비싸고, 종류도 적죠. 현재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를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건 오직 전기차만 판매하는 테슬라뿐입니다. 그런데 폭스바겐 사태에 걸린 모델의 수가 너무 많습니다. 고로 다양한 수요층이 전기차만 보고 테슬라로 이동하리라 보긴 어렵습니다.

 물론 수요층이 테슬라에만 몰리는 게 아니라 좀 더 낮은 가격대의 전기차로 분산되는 게 맞습니다. 단지 테슬라뿐만 아니라 GM이나 포드 등의 주가도 디젤 차량에 대한 불신이 나비효과로 나타나는 듯해서 투자자들이 테슬라에 특정하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즉, 폭스바겐 사태를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로 연결되지 않으니 테슬라의 기대치만 높이기는 비약이 심하죠.
 
 결과적으로 전기차가 가진 충전소 인프라나 가격, 인식 등 여러 문제점은 그대로인 상황이라 딱히 친환경성만으로 디젤 수요가 전기차로 몰린다고 볼 수 없고, 지난해 말 유가 하락에 연일 의견이 엇갈린 테슬라에 대한 분석을 생각하면 되레 가솔린이나 하이브리드로 옮겨가는 수요에 전기차가 대응해야 할지 모를 일입니다.
 
 또한, 클린 디젤 차량의 수요 감소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더 신경 써야 하는 자동차 업체들로서는 이전보다 공격적으로 전기차에 투자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테슬라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것들에 자동차 업체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의미이며, 테슬라는 발맞출 수 있다고 하더라도 2019년, 2020년을 목표한다는 애플이나 구글이 전기차에 뛰어든다고 해서 이 사태만으로 이득을 볼 것이라 예상할 수 없는 거죠.
 
 


 정리하면, 전기차로 동향이 옮길 수는 있지만, 전기차의 대명사가 테슬라라고 해서 테슬라만 기대할 만큼 간단하지 않고, 뒤따른 애플과 구글도 마땅히 동향에서 가깝지 않은 겁니다.
 
 본래 유럽연합은 탄소 배출량 1km당 95g으로 조정하는 규제를 2020년에 시행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자동차 업체들은 디젤 기술력과 시장 경쟁력을 들어 2021년으로 늦출 것을 요구했고, 유럽연합은 이를 받아들인 중에 디젤 게이트가 터진 것입니다.
 
 이것이 규제 방안에 영향을 끼친다면 반대로 사태를 수습하는 폭스바겐이 다시 전기차나 하이브리드로 회복을 노릴 형편도 생각해봄 직합니다. 그렇게 테슬라의 주가 상황과 애플, 구글에 대한 기대치를 해석할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