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에 대한 관심은 커졌으나 여전히 주류는 연료 엔진 차량입니다. 전기차는 항상 미래의 존재였고, 테슬라를 비롯하여 BMW, 닛산 등의 자동차 업체가 전기차에 많은 비용을 쏟지만, 주류까지는 멀어보였던 게 사실입니다. 이번 프랑크푸르트 모토쇼는 그걸 부셔버린 상당히 의미 있는 행사였습니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테슬라에 손을 들다
지난달, 투자 은행 모건스탠리는 '테슬라의 잠재적인 매출은 2029년까지 3배 이상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해당 예상은 자동차 판매 뿐만 아니라 전기차나 자율 주행 차량에서 파생한 부가 사업에서 테슬라가 강할 것이라는 분석에서 나온 것이고, 모건스탠리는 '자동차와 마일(Miles)을 함께 파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메세에서 열린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2015에서 포르쉐, 아우디, 메르세데스 벤츠 등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를 대거 선보였습니다. 특히 기존 전기차들과 다르게 주행 거리를 대폭 개선했고, 속도나 충전 시간도 테슬라를 바라보던 높이에서 눈여겨볼 수 있었습니다.
가장 주목받은 건 포르쉐입니다. 포르쉐는 자사 첫 전기차인 '미션 E(Mission E)'를 선보였습니다. 최대 출력 600마력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5초밖에 걸리지 않는 미션 E는 한 번 충전으로 500km를 달릴 수 있습니다.
아우디는 SUV인 'e트론 콰트로(e-Tron Quattro)' 준비했습니다. 3개의 모터를 탑재하여 435마력에 부스터 기능으로 503마력까지 끌어올릴 수 있고, 4.6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도달합니다. 미션 E와 마찬가지로 한 번 충전으로 500km까지 주행할 수 있으며, 완전 충전은 50분 정도 걸립니다.
푸조도 도심형 전기차 콘셉트인 '프랙탈(Fractal)'을 공개했습니다. 최대 204마력의 출력, 한 번 충전으로 450km를 주행할 수 있죠. BMW, 메르세데스 벤츠도 전기 기술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하지만 걸리는 건 미션 E는 이미 테슬라가 판매 중인 모델 S P85D와 비슷한 수준이고, 아우디의 e트론 콰트로는 테슬라가 야심 차게 준비한 SUV인 모델 X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포르쉐는 2019년, 아우디는 2018년 양산을 목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이 테슬라를 뛰어넘었다기보단 도달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또한, 테슬라의 다른 카드를 재고하게 하죠.
여타 전기차들이 테슬라와 비교당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는 점에서 참가하지도 않은 행사에 떠오른 테슬라는 특별합니다. 단지 어느 쪽이 더 나은 것이라고만 비교해서는 이번 행사로 상당히 커진 전기차 시장을 단편적으로 이해하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자동차 업체들이 줄줄이 전기차를 내놓은 건 의미심장하지만, 덕분에 테슬라의 계획은 더욱 견고해질 발판이 생긴 셈이기 때문입니다.
테슬라는 배터리 경쟁력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형 배터리 공장인 기가 팩토리는 테슬라가 전기차 부품 단가를 낮추고자 추진하는 핵심 전략으로 2017년 가동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기가 팩토리가 전기차 배터리 비용을 지금의 30%까지 낮출 것으로 기대했는데, 본래 테슬라는 배터리를 교체하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방전된 전기차의 배터리를 서비스 센터에서 빠르게 교체함으로써 충전 시간을 단축하는 프로그램이었죠. 기가 팩토리 건설의 이유 중 하나였기에 배터리 공급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했던 부분이었습니다. 다만 현재는 해당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진 탓에 기가 팩토리의 실효성에 의문을 두는 투자자들이 있는데, 전기차 시장이 해당 시기에 맞춰 크게 커질 것이라는 걸 프랑크푸르트 모터쇼가 방증한 겁니다.
물론 LG 화학과 삼성 SDI도 전기차 배터리 공급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가 팩토리의 목적은 배터리 단가를 크게 낮추는 데 있으며, 테슬라의 충전 인프라를 확대할 실마리이기도 합니다. 즉, 전기차 시장이 확대할수록 테슬라는 배터리 생산을 강력한 무기로 삼을 수 있습니다. 직접적인 이익을 낼 생각은 아니니 말입니다.
이를 단가 경쟁으로 몰아붙인다면 테슬라의 충전 규격을 보급하는 데도 긍정적일 수 있겠죠. 테슬라는 이미 자사 충전 솔루션인 슈퍼차저(SuperCharger)와 관련한 특허를 작년에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습니다. 대신 BMW나 닛산은 충전 인프라 주도권을 테슬라에 주지 않는 방향을 선택했는데, 특허료를 받을 생각도 없고, 배터리 보급도 주도적으로 할 위치에 오른다면 지금과는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겁니다.
적어도 테슬라는 기가 팩토리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시장 확대를 명확히 준비하는 전기차 업체가 되었다는 점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테슬라가 얻은 가장 큰 수확입니다.
대거 등장한 전기차에 많은 매체가 '테슬라를 추격한다.'거나 '따라잡았다.'는 식으로 해설했으나 실상 테슬라가 기존 자동차 회사들과 견주어 장기적으로 다른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걸 간과해선 안 될 것입니다.
그리고 모건스탠리의 분석도 무시하지 못하리라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테슬라가 전기차를 판매하는 것 외 다른 경쟁력을 가질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테슬라에 우려가 더해졌던 건 당장 중국 판매가 부진한 것에 있었는데, 그것과 별개로 전체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로 옮겨갈 수 있다는 실마리가 되었기에 '마일을 판다.'는 의견에 무게를 둘 수 있게 되었으니 단기적인 판매량에 테슬라를 평가하는 투자자도 줄어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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