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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블랙베리의 굿테크놀로지 인수


 블랙베리하면 떠오르는 건 단연 스마트폰, 물리 쿼티 키보드, 보안일 겁니다. 단지 블랙베리를 떠올리게 하기에는 스마트폰은 어렵고, 물리 쿼티 키보드를 탑재한 스마트폰은 비주류이며, 보안은 대중적이지 않죠. 블랙베리를 떠올리게 하지만, 블랙베리가 강력한 회사라는 인식을 줄 요소는 아닌 것입니다.
 


블랙베리의 굿테크놀로지 인수
 
 블랙베리는 모바일 보안 솔루션인 'BES12'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자사 블랙베리 단말기뿐만 아니라 iOS, 안드로이드, 윈도폰까지 지원하는 BES12로 모바일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성장한다는 목표는 확실해졌습니다. 이는 하드웨어 판매를 중심으로 이익을 내던 것에서 소프트웨어에서 이익을 내겠다는 거로 바뀐 것과 같았죠,
 
 


 5일, 블랙베리는 모바일 보안업체 굿테크놀로지(Good Technology)를 4억 2,500만 달러에 인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굿테크놀로지는 G7 정부를 비롯하여 전 세계 6,200여 기업에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MDM( ‎Mobile Device Management) 공급이 주력 사업입니다.
 
 존 첸(John Chen) 블랙배리 CEO는 '굿테크놀로지와 함께 기업용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보안 제품에 주력할 것'이라면서 '인수 1년 안으로 1억 6,000만 달러의 이익을 얻을 계획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블랙베리는 회계연도 기준 2016년 소프트웨어 매출이 5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으니 예상치의 30% 이상을 굿테크놀로지에서 내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지난 2분기 블랙베리의 소프트웨어 매출은 1억 3,7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인 6,700만 달러보다 크게 상승했습니다. 되레 굿테크놀로지 인수로 예상치를 크게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볼 여지가 생겼죠.
 
 그러나 단순히 매출 규모를 늘리고자 굿테크놀로지를 인수하진 않았을 겁니다. 최근 1년 동안 블랙베리는 5곳의 보안 관련 소프트웨어 업체를 인수했고, 그 중 굿테크놀로지의 인수 규모가 가장 컸습니다. 매출을 유지하는 것에도 많은 압박이 이어지는 블랙베리가 거금으로 굿테크놀로지를 인수한 다른 이유가 충분히 있어 보입니다.
 
 


 쉽게 말하면 '소프트웨어'입니다. 다만 소프트웨어로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두고 봐야 합니다.
 
 블랙베리는 오는 11월에 자사 첫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자 슬라이드 쿼티 키보드를 탑재한 '베니스(Venice)'를 출시할 계획입니다. 베니스에는 구글플레이 등 다수의 안드로이드 앱이 탑재되어 있는데, 이는 구글의 인증을 받은 제품이라는 의미이고, 아마존처럼 안드로이드를 수정한 별도의 운영체제를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순정 안드로이드를 탑재했다는 것입니다.
 
 즉, 베니스 자체로는 블랙베리의 플랫폼 전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거죠. 하지만 블랙베리가 주력하는 BES12가 다수 플랫폼을 지원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베니스는 스마트폰 판매량을 늘리는 것보다 기업 고객에게 기준이 될 제품으로 포지셔닝했다는 겁니다.
 
 가령 굿테크놀로지와 시너지를 생각해보면 굿테크놀로지의 기업 고객에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 공급을 제휴할 수 있습니다. 기존 고객사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익숙해져 있다면 무리하게 업무 시스템을 블랙베리로 교체하지 않아도 되고, 베니스의 공급과 함께 BES 12를 제공할 가능성도 생깁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교두보로 BES 12, 소프트웨어 판매를 촉진할 기회를 얻게 되는 셈입니다.
 
 당연한 듯 보이나 만약 안드로이드가 아닌 BB10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공급할 생각이었다면 BES12보다는 BB10 생태계를 기업 시장에서 확대하려는 목적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모든 전략을 BES 12에 두도록 했다는 게 굿테크놀로지 인수와 맞물려 있다는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현재 블랙베리는 BB10보다 BES 12를 더 중요한 사업으로 생각하고,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BB10을 한 발짝 물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BES 12 등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발판으로 BB10 제품 판매를 늘리고자 했던 이전 블랙베리의 모습보다 더욱 명확해졌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BB10을 포기한 건 아니라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아직 블랙베리는 소프트웨어로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지 못했고, 여전히 소프트웨어 매출보다 스마트폰 판매 매출이 높습니다. 블랙베리가 소프트웨어를 내세우지만, 투자자들이 회의감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죠.
 
 점유율을 낮으나 아직 블랙베리 스마트폰의 수요가 있다는 점이 안드로이드가 블랙베리의 스마트폰을 지탱하기보단 새로운 전략의 하나로만 보게 합니다. 고로 BB10을 털어내서는 회의감이 더 심해질 겁니다.
 
 단지 굿테크놀로지 인수가 베니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스마트폰 매출을 유지하면서 소프트웨어를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BB10이 아닌 안드로이드가 블랙베리의 주력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되리라 필자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