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분기, 인텔을 PC 시장 침체 우려에도 예상치를 웃돌면서 그나마 나은 성적을 냈습니다. 순이익은 27억 1,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매출도 131억 9,000만 달러로 5% 감소했지만, 1분기와 비교해서는 나은 것이었죠.
인텔의 리얼리티 TV 프로그램
인텔이 괜찮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꼽힌 것이 '사물인터넷(IoT)'입니다. PC 수요가 줄어들면서 다른 쪽에 눈을 돌려야 했던 인텔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했는데, 그런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자 사물인터넷 시장에 `한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지난주, 인텔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인텔 개발자 포럼 2015(IDF 2015)'를 개최했습니다. 이번 행사가 지난 IDF보다 흥미로웠던 건 한동안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고군분투하는 모습과는 다르게 로봇이나 드론, 웨어러블, IoT로 중심을 완전히 옮긴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IoT가 주목받았는데, IDF 2015에서 공개한 초소형 모듈인 '큐리(Curie)'는 32비트 인텔 쿼크 마이크로컨트롤러, 384kB 플래시 메모리, 80kB SRAM, DSP 센서 허브, 자이로스코프, 가속도계, 블루투스 저전력 기술, 배터리 충전 서킷을 결합한 것으로 IoT 장치 개발에 목적을 둔 것입니다.
또한, 큐리로 장치를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인텔 IQ 소프트웨어 킷(Intel IQ Software Kit)'도 올해 말에 배포할 예정입니다. 해당 킷은 RTOS, 미들웨어, 디바이스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등이 포함된 것으로 플랫폼의 미래 버전도 지원한다고 인텔은 말했습니다.
인텔은 프로세서를 통해서 PC 시장에 표준을 제시하고, 플랫폼을 유리하게 이끄는 방식으로 성장했는데, IDF 2015에서 이를 IoT에서 실행한다는 걸 큐리로 방증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계획을 실현하는 방법의 하나로 내놓은 게 '리얼리티 TV 프로그램'입니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Brian Krzanich) 인텔 CEO는 IDF 기조연설에서 '아메리카스 그레이티스트 메이커스’(America’s Greatest Makers)'를 소개했습니다. 아메리카스 그레이티스트 메이커스는 유나이티드 아티스트 미디어 그룹의 대표이자 유명 제작자 마크 버넷(Mark Burnett)이 제작하며, CNN의 모회사인 터너 브로드캐스팅이 참여합니다.
아메리카스 그레이티스트 메이커스의 주제는 간단합니다. 우승 상금 100만 달러를 놓고 경쟁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사물인터넷 개발자들이 제공된 칩과 여러 부품을 사용하여 만든 사물인터넷 장치를 겨루는 것입니다.
이는 지난해 IBM이 진행한 'IBM 왓슨 모바일 개발자 대회'처럼 자사가 내세우는 사업에 많은 사람이 참여하게 하기 위함으로 인텔은 아메리카스 그레이티스트 메이커스로 사물인터넷을 확대하고, 자사 칩을 많이 이용하게 함으로써 이익을 보겠다는 계획인 거죠. 단지 IBM이 개발자를 대상으로만 대회를 연 것과 다르게 아메리카스 그레이티스트 메이커스는 TV에서 누구나 시청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시도는 PC 프로세서의 대명사로 통했던 인텔이 대중에 있어서도 PC만으로 인식을 고착화하더라도 PC 시장 성장에 맞춰서 성장할 수 있었지만, 사물인터넷 시장은 너무도 많은 제품 수와 기능, 아이디어가 섞여 거대한 플랫폼을 형성해야만 하는 것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소프트웨어 회사라면 사물을 연결할 방법을 제시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만, 칩 판매에 주력해야 하는 인텔로서는 자사 제품이 어떤 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가 보여주고, 사물인터넷은 인텔이라는 고리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소비자가 사물인터넷 장치를 구매하더라도 인텔이 강조될 수 있도록 해야 앞으로 구축한 사물인터넷 플랫폼에서 스마트폰처럼 소프트웨어 플랫폼만 아니라 PC처럼 인텔이 주도할 수 있을 테니까요. 사물인터넷 시장에서 인텔의 선호도를 끌어올려야만 합니다.
아메리카스 그레이티스트 메이커스는 얼핏 더보이스나 아메리칸 아이돌처럼 스타 개발자를 발굴하는 프로그램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요점은 어떤 아이디어로 장치가 만들어질 수 있는가이며, 개발 주체는 개발자지만, 인텔이 IoT 사업을 한다는 인식을 제품으로 심어줄 수 있기에 매우 의미 있는 시도입니다.
크르자니크는 스마트폰 시장처럼 다른 새로운 시장에서는 어려움을 겪지 않겠다고 꾸준히 말했습니다. 그렇기에 인텔이 PC만 아닌 다른 부분도 집중하고 있다는 걸 알려야 했고, 올해 IDF는 그런 행사였습니다. 하지만 개발자나 시장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며, 대중들의 환심을 살만한 건 아니었습니다.
고로 아메리카스 그레이티스트 메이커스를 그런 간극을 채울 방법으로 꺼내 든 것이죠. 성공 여부야 기술력보다도 프로그램의 재미에 따라서 결정되겠지만, 인텔의 의도 자체는 사물인터넷 시장에 충분히 전달되리라 봅니다.
아메리카스 그레이티스트 메이커스의 지원자 모집은 10월 2일까지이며, 2016년에 방영됩니다. 기술 기업과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조합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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