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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아마존, 50달러 태블릿을 출시한다


 2011년 11월, 아마존은 자사 첫 태블릿인 1세대 킨들 파이어(Kindle Fire)를 출시했습니다. 가격은 모두를 경악하게 한 199달러로 1대 판매할 때마다 3달러의 손해를 보는 당시에는 초저가 제품이었죠. 지금은 저가 태블릿을 쉽게 만날 수 있으나 마진을 남겨야 하는 시장에서 아마존의 시도는 상당히 충격적인 것이었습니다.
 


아마존, 50달러 태블릿을 출시한다
 
 가장 최근 출시한 킨들 파이어 HDX 8.9의 가격이 379달러지만, 초기 저가 전략 덕분에 아마존은 저가 태블릿의 대명사로 꼽히고 있습니다. 특히 단말기를 저렴하는 파는 것에서 자사 생태계에 많은 이용자를 끌어들였다는 게 전략을 긍정적으로 보이도록 했습니다. 3달러의 손해를 보는 만큼 아마존 콘텐츠를 이용할 고객을 확보하게 했으니까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마존이 연말에 맞춰 6인치의 50달러 대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가장 저렴한 태블릿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는데, 가격으로는 이북리더인 킨들보다 저렴합니다. 아마존은 광고를 포함한 킨들을 69달러에 판매하고 있으니 50달러의 태블릿도 광고를 포함할 수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킨들보다 저렴하다는 건 1세대 킨들 파이어의 출시보다 더욱 충격적인 일이 될 수 있습니다.
 
 WSJ은 새로운 저가 태블릿의 정확한 사양은 설명하지 않았지만, 스테레오 스피커가 아닌 모노 스피커를 탑재한다고 전했습니다. 원가를 최대한 절감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아직은 뜬소문이라 단정할 수는 없으나 원가를 절감하더라도 워낙 낮은 가격에 손해 폭은 커지리라 예상합니다.
 
 아마존이 더 저렴한 태블릿을 준비하는 건 킨들 파이어가 본래 저렴하게 출시된 이유와 비슷합니다. 단말기 판매 촉진으로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 생태계에 소비자가 접근할 수 있게 하여 장기적인 이익을 노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렴한 이북리더로 존재하는 킨들과 디스플레이스 성능을 크게 올리면서 영화 등 영상 콘텐츠에 무게를 둔 킨들 파이어 HDX 8.9까지 콘텐츠 별 기기 라인을 충분히 갖췄고, 늘어난 아마존 프라임 이용자로 생태계도 잘 유지하는 아마존이 다시 손해를 보면서 저렴한 태블릿을 출시하려는 데는 의문을 품어야 합니다. 당장 가격에서 킨들부터 잠식할 가능성이 높으니 말입니다.
 
 


 먼저 전자책에서 아마존은 하퍼콜린스(HarperCollins), 사이먼앤슈스터(Simon & Schuster), 맥밀란(Macmillan), 펭귄(Penguin) 등 대형 출판사와 마찰을 빚었으며, 전자책 공급을 빌미로 대형 출판사의 전자책 가격은 다른 도서보다 2배 가까이 비싸게 책정했습니다.
 
 아마존이 전자책 유통에서는 여전한 강자지만, 강력한 시장 지위만큼이나 시장 내 견제가 심하고, 도드라지는 경쟁자가 없기에 성장에서도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출판사들과의 자리싸움은 전반적인 수요를 떨어뜨렸고, 성장 둔화로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전체 전자책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4%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아마존은 지난주에 미국,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의 아마존 프라임 회원을 대상으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제공하는 영화나 TV쇼를 내려받아 온라인이 아닌 상태로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비용을 내면 영화를 내려받을 수 있는 서비스는 이전에도 있었으나 똑같은 연회비에 스트리밍과 내려받기까지 제공하는 서비스는 없었기에 파격적이고, 아마존이 넷플릭스처럼 자체 제작한 콘텐츠를 늘리고 있다는 점에서 내려받기는 파격적인 결정입니다.
 
 중요한 건 이 기능을 아마존 기기뿐만 아니라 iOS 기기나 안드로이드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저가 태블릿으로 자사 생태계를 확장하려 했던 아마존이 여러 플랫폼을 지원하면서 동영상 콘텐츠에 적극적이라는 점은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플랫폼에 상관없이 성장 가능성을 둔 영상 콘텐츠에 공격적인 와중에 저가 태블릿을 판매하기로 했으니까요.
 
 이는 달리 해석하면, 아마존이 콘텐츠 소비의 총체적인 파이를 키우는 데 주력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WSJ은 '아마존이 파이어폰의 개발 인력 수십 명을 해고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파이어폰은 2013년 최고의 실패작으로 꼽히며, 이를 단서로 아마존이 스마트폰 개발을 중단했다는 소식도 들을 수 있는데, 그건 플랫폼을 국한하지 않을 때 스마트폰이 충분히 넓은 시장이므로 심각하게 매달릴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 태블릿 시장은 전체적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애플의 아이패드도 6분기 연속 판매량이 감소했고, 삼성 등 모바일 경쟁자들은 태블릿을 꾸준히 내놓지만, 주요 PC 업체들은 태블릿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습니다. 또 감소하는 판매량을 잡고자 업체들은 7~9인치의 제품이 아닌 10인치 이상의 제품으로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노리고 있기에 콘텐츠 소비에 초점을 맞춘 저가 태블릿 시장은 중소업체만 남게 됩니다.
 
 불과 150달러면 태블릿과 1년 동안 아마존 프라임을 이용하여 콘텐츠를 즐길 수 있으니 중소업체의 100달러대 태블릿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면서 주요 업체들이 빠진 저가 태블릿 시장의 수요를 안을 수 있고, 코드커팅 동향에 맞춰 소비자들이 거실에서 아마존 콘텐츠를 즐기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멀티 플랫폼 전략과 부딪히지 않으면서 콘텐츠 사업에 힘을 줄 수 있다는 게 기존 아마존의 저가 단말기와 생태계 확장 전략과는 다른 점이자 더 손해를 보게 될 50달러 태블릿의 의의인 것입니다.
 
 


 현재 아마존을 비롯하여 넷플릭스나 이제 막 스트리밍 시장에 뛰어든 HBO 등의 경쟁은 마치 케이블 가입자를 모으는 것처럼 변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연간 회원을 확보하느냐가 가치의 척도가 되었고, 더 많은 회원을 확보하고자 콘텐츠 차별화, 멀티 플랫폼 지원, 서비스 지역 확보가 치열한 지점이라 태블릿이 큰 판도를 바꿀 무언가가 되리라 전망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여타 스트리밍 업체와 다르게 아마존은 오랜 시간 하드웨어 사업을 해왔고, 저가 단말기가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그건 단순한 가격 경쟁력이 아니라 아마존이 다른 스트리밍 업체와 다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고, 최근 전자책보다 영상 콘텐츠로 옮겨가는 아마존의 행보에 투영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스트리밍 경쟁에 태블릿을 짜내는 것 같으나 정체한 전자책과 다르게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자는 긍정적인 행보라고 생각합니다. 스트리밍 시장이 얼마나 치열한지 보여주는 단면이 되기도 하니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