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은 왓슨을 통한 인지 컴퓨팅을 차세대 주력 사업으로 정하면서 여러 방면에서 활용할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본 아뻬띠(Bon Appetit)와 제휴한 셰프 왓슨(Chef Watson)은 다양한 조리법을 조합하여 새로운 조리법을 제시하는 것으로 요리 분야에 컴퓨팅을 접목할 수 있다는 화두를 던지기도 했죠.
IBM 왓슨, 어떻게 의료 플랫폼이 되는가
그러나 요리책을 만드는 것으로 IBM의 미래를 보장할 순 없을 겁니다. 단연 왓슨으로 가장 기대할 수 있는 분야는 '의료'입니다. IBM은 2013년부터 의료 지원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예를 들어 폐암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결정에 왓슨을 참여시키는 겁니다. 실제 종양 연구자들보다 높은 수준의 판단이 가능하다는 결과도 얻었으며, 연구자들과 협업을 했을 때 의료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도 증명했습니다.
최근 IBM은 보스턴 어린이 병원(Boston Children's Hospital), 컬럼비아 대학교(Columbia University), 아이콘 클리니컬(ICON plc), 세이지 바이오네트웍스(Sage Bionetworks), 테바 제약(Teva Pharmaceuticals)과의 제휴를 발표했습니다.
제휴 목적은 왓슨을 이용한 분석이나 예측을 위한 것으로 보스턴 어린이 병원은 게놈 분석 도구로 소아 희귀질환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얻고자 하며, 컬럼비아 대학교도 게놈 분석으로 환자에 맞춤 치료를 제공하려는 목적입니다. 왓슨의 게놈 분석은 이미 여러 곳에서 활용하고 있는 도구이고, 컬럼비아 대학교는 16번째 제휴입니다.
테바 제약은 오랜 기간 치료해야 하는 만성질환을 분석하고, 신약을 개발하는 데 왓슨을 이용할 계획이며, 아이콘 클리니컬과 세이지 바이오네트웍스는 임상실험 대상자나 증상 등 수집하고, 연구할 목적으로 IBM과 손을 잡았습니다.
IBM의 이런 행보는 인수에서도 두드러졌는데, 지난달에는 의료 영상을 분석하는 기술을 보유한 '머지 헬스케어(Merge Healthcare)'를 7억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머지 헬스케어는 분석하는 기술만 보유한 것이 아니라 가령 의사나 의료 연구원이 자료를 제공하면 딥 러닝 기술로 분석한 결과물을 판매하여 이익을 내는 곳이었습니다.
왓슨도 인지 컴퓨팅 시스템으로써 딥 러닝을 활용하고 있기에 쉽게 결합할 수 있고, IBM과 제휴한 연구소나 기업이 왓슨으로 의료 영상 분석을 함께 도움받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사실 이렇게 설명하면 크게 와 닿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저 왓슨을 바탕으로 제휴하고, 인수하여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는 거로 해석하더라도 무리는 아니니 말입니다. 다만 IBM이 궁극적인 목표로 잡은 건 의료 분야에서 거대한 플랫폼 역할을 하는 데 있고, 핵심을 클라우드에 두고 있다는 겁니다.
왓슨 의료 사업의 공식적인 명칭은 '왓슨 헬스 클라우드(Watson Health Cloud)'입니다. 명칭만 보면 의료 데이터를 클라우드 서버로 공유하고, 치료에 반영하는 걸 상상할 수 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IBM은 클라우드 기반의 의료 데이터 분석 업체인 익스플로리스(Explorys)와 의료 기술 업체인 피텔(Phytel)도 인수했습니다. 덕분에 5,000만 건의 의료 데이터도 확보할 수 있었는데, 개인의 의료 기록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에 불쾌할 수도 있으나 대부분 만성질환이나 희귀질환을 연구하는 목적으로 제공된 데이터라는 점은 고려해야 합니다.
중요한 건 이런 의료 데이터의 분석으로 생성한 각종 의료 데이터가 왓슨 헬스 클라우드를 거치게 되고, 예를 들면 증상에 따라서 희귀질환에 대한 진단, 치료법을 찾는 데 왓슨이 데이터를 이용하면서 도움을 준다는 것입니다. 최종적인 결정은 의료진이 해야겠지만, 다양한 증상을 사람이 빠르게 분석할 수는 없으니까요.
이는 상기한 머지 헬스케어의 인수와도 연관할 수 있습니다. 의료 영상의 분석 결과가 얼마나 정확한가에 따라서 병명과 치료법이 달라질 수 있는데, 많은 의료 데이터를 보유할수록 더욱 정확한 진단, 간 종양이나 폐 종양처럼 초기 발견이 어려운 질병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을 수 있게 됩니다.
또한, IBM은 의료 데이터 수집을 위해 애플과 제휴했는데, 아이콘 클리니컬과 세이지 바이오네트웍스도 애플의 리서치킷(ResearchKit)에 참여하고 있어서 수집한 데이터를 모두 왓슨에 통합하게 되었습니다.
마치 의료 데이터를 모은 생태계를 왓슨 헬스 클라우드에 구축하는 모습으로 구축한 곳에 더 많은 제휴, 더 많은 데이터 확보, 기술의 추가로 확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료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왓슨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거죠.
이런 IBM의 행보에 월스트리트저널은 '많은 의료 데이터가 모일수록 개인 정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아직은 수집할 수 있는 의료 데이터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기에 장기적으로는 해결해야만 플랫폼을 꾸준히 확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대신 의료 데이터 분석이라는 분야가 이전에는 흩어져 있었고, 한 곳에서 해결하는 게 아니라 MRI나 X-레이 분석조차 다른 업체를 찾아야 했기에 IBM의 시도는 상당히 의미 있습니다. 하나의 플랫폼에 묶었을 때, 그리고 왓슨을 통한 인지 컴퓨팅이 의료 분야에 깊게 박혔을 때 발생할 파급력은 굉장할 겁니다.
의료 데이터 수집이라는 부작용을 우려할 부분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서 왓슨과 IBM의 미래가 결정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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