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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아마존은 왜 진짜 서점을 열었나?


 아마존은 미국 최대 서점이었던 반스앤노블을 벼랑 끝으로 몰았습니다. 반스앤노블은 아마존의 킨들에 대항하여 전자책 사업인 누크를 내놓았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책만 아니라 장난감이나 수제맥주 양조 키트 등 여러 상품을 매장에 진열하여 수익을 유지하고자 했죠.
 


아마존은 왜 진짜 서점을 열었나?
 
 매장을 늘리는 것보다 매장을 찾는 고객의 지출을 증가하는 데 초점을 두기로 한 겁니다. 그래서 올해 20개의 매장을 폐쇄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지난달에는 대학가를 제외한 위싱턴 DC 내 모든 대형 서점을 폐점했습니다. 다른 복합적인 매장을 열긴 하겠지만, 대형 서점의 규모는 줄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마존이 서점을 열었습니다.
 
 


 아마존은 본사가 있는 미국 시애틀에 첫 번째 진짜 서점을 열었습니다. 아마존 설립 20년 만에 온라인이 아닌 고객이 방문할 수 있는 서점이 생기는 거며, 아마존이 가장 먼저 판매한 것이 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 서점은 '아마존 북스(Amazon Books)'라는 명칭이 붙을 예정이며, 워싱턴대학교 인근에 있습니다.
 
 아마존 북스는 여타 서점과 다르게 아마존에서 책을 구매한 고객들의 평점과 평가 진열된 도서와 함께 보이며, 아마존 고객들이 즐겨 찾는 도서로 채워집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이을 수 있다는 점이 아마존 북스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죠.
 
 또한, 킨들뿐만 아니라 킨들 파이어, 파이어 TV, 에코 등 아마존의 전자 제품들도 만날 수 있습니다. 아마존은 2013년부터 소규모 서점들과 제휴하여 킨들을 보급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제는 자사 서점에서 킨들을 전시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면으로는 아마존 기기를 보급할 수 있는 매장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핵심은 서점입니다. 책의 가격도 온라인과 같아서 웹의 아마존을 오프라인으로 그대로 옮겨놓은 모습입니다. 단지 매장에서 책을 직접 넘겨보고, 구매할 수 있다는 게 서점의 장점이지만, 평점도 온라인에서 보면 될 일이죠.
 
 고객 경험을 확대한다는 점에서는 흥미롭지만, 서점들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문을 열게 된 서점에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아마존은 온라인에서 얻은 데이터로 책을 추천하는 부문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또한, '아마존 북스에서 책을 구경만 해도 좋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천천히 책을 읽어보고, 가볍게 돌아가도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은 서점은 없으니 특별하게 느껴지진 않지만, 온라인의 반응을 오프라인에서 파악할 수 있는 거점으로 삼을 수 있죠. 그리고 구경한 책의 전자책이나 온라인 구매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즉, 고객 경험 면에서는 아마존 북스에 방문한 고객이 온라인에서 책을 구매하더라도 아마존에 접속하도록 유도하고, 아마존에서 좋은 평가를 얻은 도서를 직접 보고자 아마존 북스에 방문할 수도 있겠죠. 어차피 가격이 같으므로 가격 비교 과정을 줄일 수 있으니 효과를 볼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이 서점으로 큰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긴 어렵습니다. 반스앤노블의 서점 매출이 온라인의 아마존 탓에 계속 줄어들었다는 걸 생각하면, 굳이 매장 방문을 통한 고객 경험 강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오프라인 서점 방문자가 실제 구매는 아마존을 통하는 일이 많았기에 가격 비교 부분만 단축하는 역할이라는 거죠.
 
 그러나 첫 서점을 연 곳이 시애틀이라는 건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마존 본사가 있으니 시애틀에 첫 서점을 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시애틀은 미국에서 가장 독서량이 많은 도시입니다. 아마존의 조사로는 지난해 월부터 올해 4월까지 인구 50만 명 이상 대도시 중 시애틀 주민들의 일반 서적, 잡지, 신문 구독률이 가장 높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시애틀이 독서량 상위 도시에서 수십 년을 머물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공공 도서관이나 소규모 서점도 많고, 시애틀에 본사를 둔 아마존이나 스타벅스, 코스트코는 어떤 책을 추천할 것인지 경쟁하기도 합니다. 특히 스타벅스는 독서량이 높은 시애틀의 특성을 살려서 책을 읽은 스타벅스 방문객의 데이터를 도태로 추천 도서를 선정하고, 매장에 배치하는데 이 점은 책의 반응을 살피고자 대형 출판사들이 시애틀을 중요한 시험대로 생각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여태 아마존은 오프라인 반응을 살필 수 있는 곳이 없었습니다. 그래야 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 것일 수도 있고, 특정 지역뿐만 아니라 여러 지역의 많은 구독자 데이터가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서점 개점이 반대의 의미를 가진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아마존은 충분한 도서 데이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서점에 자주 방문하는 고객들의 정제된 데이터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단순히 유행하는 도서라서 구매하는 것일 수도 있고, 구매해놓고도 읽지 않는 등 판매와 평가 외에는 좀 더 세부적인 데이터를 얻기 어렵죠. 스타벅스는 매장에서 많이 읽히는 책을 추천하면 될 일이니 아마존의 판매량 데이터와는 다른 결과로 책을 추천할 수 있다는 겁니다.
 
 고로 아마존 북스는 온라인 데이터를 오프라인에 활용한 서점처럼 보이지만, 반대로는 온라인 데이터를 오프라인에서 검증할 수 있는 역할이 큽니다. 아마존 북스에는 아마존에서 평점 4점 이상을 받은 책들 위주로 진열할 계획인데, 온라인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책이 시애틀의 서점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는 아마존이 온라인에서 도서를 추천하는 것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봅니다.
 
 무엇보다 대형 출판사들이 시애틀을 시험대로 보는 만큼 아마존 북스의 데이터가 출판 업계에 끼치는 영향력도 상당할 것입니다. 고객 경험과 함께 볼 수 있는 효과죠.
 
 


 아직 시애틀 외 다른 도시에 아마존 북스를 열 예정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험한다는 명목도 있지만, 본격적인 서점 사업보다는 시애틀에서 충분한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지, 그것이 실질적인 이익이 될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모양입니다.
 
 물론 아마존 북스의 등장으로 시애틀의 작은 서점들은 큰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이미 아마존이라는 존재가 오프라인 시장을 흔들어 놓았는데, 그 아마존이 서점까지 차렸으니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소규모 서점을 통한 킨들 보급도 기분 나쁜 일이 되었습니다.
 
 아마존의 뜻대로 출판 시장에 파란을 몰고 올 수 있을지, 아니면 소규모 서점의 위기가 시장을 더욱 아마존만의 것으로 만들게 될지 두고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