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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의 PC 리모트 지원


 2006년, 어느 개발자가 아이맥에 윈도 XP 설치했습니다. 당시 윈도 XP 설치에 1만 4,000만 달러의 상금이 걸려있었고, 많은 개발자가 맥에 윈도 설치를 시도했죠. 그러나 비공식 설치가 성공한 다음 달에 애플은 맥에 윈도 설치를 도와주는 소프트웨어인 '부트캠프'를 출시했습니다. 상금이 걸릴 만큼 너무 많은 사람이 시도한다는 게 이유였고, 부트캠프 발표 후 애플 주가는 10% 이상 올랐습니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의 PC 리모트 지원
 
 8세대 콘솔 게임기 경쟁에 스트리밍이 큰 비중을 차지한 건 아니지만, 화두이긴 했습니다. 소니는 자사 휴대용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 비타(PlayStation Vita ; 이하 비타)로 플레이스테이션4(PlayStation4 ; 이하 PS4) 모든 타이틀의 리모트 플레이를 지원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엑스박스 원(Xbox One)은 윈도 10 PC로 스트리밍 플레이하는 기능을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양사 모두 스트리밍 기능으로 다양한 고객을 겨냥했으나 실제 경쟁에 끼친 영향은 미미했는데, 엑스박스 원은 성능 논란이나 제품 포지셔닝, 마케팅으로 판매량이 저조한 탓이었고, PS4는 비타를 함께 구매해야 한다는 점이 콘솔 게임기 스트리밍의 확산에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입니다.
 
 초기 독점작 경쟁보다는 가격이나 세부 기능이 경쟁의 핵심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었고, MS가 포지셔닝 방향을 게임보다는 거실 장악에 둔 이유이기도 했지만, 어쨌든 게임기였기에 MS의 전략이 콘솔 게임기의 수요를 바꿔놓진 못했던 겁니다. 스트리밍 기능에 대한 기대도 일부 이용자에 국한할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지난주에 마치 아이맥에 윈도 XP가 설치되었던 것처럼 PC에서 PS4를 스트리밍 할 수 있는 비공식 소프트웨어가 등장했습니다. 해당 소프트웨어는 약 10달러에 구매할 수 있는데, 엑스박스 원의 PC 스트리밍을 부러워한 PS4 이용자라면 환호할만한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소니 월드와이드 스튜디오 사장 요시다 슈헤이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서 '사람들이 리모트 기능을 도입할 계획인가라고 묻는데, 그렇다. 우리는 PC와 맥에서 리모트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앱도 개발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정확한 출시 시기를 말한 건 아니지만, 해당 기능이 추가되면 PS4 이용자들은 PS4의 게임을 윈도 PC와 맥에서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이미 소니는 자사 엑스페리아 시리즈의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리모트 기능을 탑재하고 있는데, 달리 말하면 리모트 지원을 경쟁사 제품으로 확대한다는 얘기입니다.
 
 


 엑스박스 원으로는 큰 파장을 불러오지 못한 스트리밍이지만, PS4는 다를 여지가 있습니다.
 
 우선 지난달 기준으로 PS4의 글로벌 누계 판매량은 3,020만 대를 넘었습니다. 지난 3월 기준으로는 2,020만 대 판매였으니 8개월 만에 1,000만 대를 추가한 것입니다. 1,300만 대 수준의 엑스박스 원을 누르고 있으며, 해당 판매량이라면 엑스박스 원보다 많은 수요를 확보할 수 있겠죠.
 
 또한, 콘솔 게임 동향도 주목해야 하는데,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다인용 게임보다 1인용 게임 출시가 강세입니다. 덕분에 거실 점유가 영화나 드라마 등 콘텐트보다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고, 리모트는 점유를 개인 화면으로 옮기기에 적합합니다. 큰 TV 화면에서 즐길 수도 있지만, 방에 있는 컴퓨터나 태블릿으로 TV를 점유하지 못하더라도 콘솔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거죠.
 
 본래 소니는 비타 TV를 출시하면서 반대로 TV로 리모트 기능을 쓸 수 있게 했습니다. 대신 비타 TV를 구매해야 한다는 점과 그래픽 저하로 평가가 좋지 못했고, 비타 TV를 방에 설치하는 방법도 있지만, 모바일까지 수용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런 부분은 엑스박스 원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으나 어찌보면 콘솔 게임기의 역할에 대한 결론이기도 합니다. 엑스박스 원이 부진했던 건 애플, 구글 등의 경쟁사와 거실을 놓고 경쟁하는 곳에 콘솔 게임기를 셋톱박스로 포지셔닝하면서였고, 거실과 콘솔 시장을 모두 놓쳤습니다. 멀티미디어 기기로 포지셔닝한 비타 TV가 부진했던 것도 콘솔 게임기라는 느낌보다는 보조 기기로서 거실을 차지하기에 부족하다고 느끼게 된 겁니다.
 
 하지만 반대로 스트리밍 기능을 통해 게임에 집중하게 했을 때 콘솔 게임기가 거실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걸 PC 리모트 기능이 보여줍니다. 당장 실현된 건 아니지만, 화면에 대한 점유 환경에 다양성을 주었을 때 중심 화면인 거실의 TV에 콘솔 게임기가 놓일 수 있고, 그건 엑스박스 원이나 비타 TV가 처음 추구했던 거실 장악의 단서이니 말입니다.
 
 그리고 콘솔 게임기가 거실에 놓여 TV와 맞물리는 상황이 스트리밍으로 증폭할 수 있다면 다른 멀티미디어 환경을 연결하는 데 탄력이 붙을 겁니다. 되레 게임에 집중한 것이 여타 멀티미디어를 강조한 것보다 거실을 점유할 여지를 끌어올린 셈이죠.
 
 


 필자는 소니의 PC 리모트 기능이 '한 수'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방법은 다 알고 있었던 것이고, 단지 8세대 콘솔 게임기의 등장 시점에 셋톱박스나 스트리밍 기기들을 필두로 한 거실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콘솔 게임기가 가진 원래 특성이나 시장이 좁아진 게 시장을 우회하게 했던 겁니다.
 
 비공식 리모트 기능이 처음 포착된 건 지난 7월인데, 그만큼 콘솔 게임 소비자들이 해당 기능을 원하고 있으며, 그동안 왜 원하는지 파악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던 거죠.
 
 한 수는 아니면서 큰 파장이라고 상기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PC 리모트 기능은 콘솔 게임기가 있어야 할 궤도로 돌려놓을 단초이고, 궤도로 돌아가는 것으로 거실 경쟁에 진정 게임기로 나설 수 있게 되었으니 이후 경쟁에서도 좀 더 게임과 밀접한 기능의 추가를 기대할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