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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블랙베리 '자율 주행 시스템 개발', 일리 있다.


 블랙베리는 한때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 회사였습니다. 현재는 존재감이 아주 옅어졌지만, 여전히 블랙베리하면 특유의 키보드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시장에서 뒤처진 후 다른 여러 사업을 시도했음에도 스마트폰 회사라는 인식을 벗어나고 있진 못하죠.
 


블랙베리 '자율 주행 시스템 개발', 일리 있다.
 
 블랙베리가 스마트폰 회사를 벗어나지 못하는 건 잘 스마트폰 판매량이 적더라도 어쨌든 핵심 사업이 모바일(Mobile)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블랙베리가 모바일의 방향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이 아닌 쪽으로 움직일 계획을 언급했습니다. 자율 주행 차량입니다.
 
 


 최근 애플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오른 애플의 제프 윌리엄스(Jeff Williams)는 지난 5월 '자동차는 궁극의 모바일 기기'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모바일의 의미를 생각하면 틀린 말도 아니지만, 앞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시장을 비춰봤을 때 애플이 자동차 시장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단서였습니다.
 
 안드로이드로 유명한 구글은 이미 자율 주행 차량 시장의 선두에 있고, 삼성전자도 자율 주행 차량에 들어갈 부품 개발에 나서는 등 스마트폰 경쟁이 자동차 시장으로 넘어가고 있으니 윌리엄스의 발언에 더욱 무게가 있는 거죠.
 
 그래서일까요? 블랙베리 존 첸(John Chen) CE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CES 2016에서 블랙베리가 개발한 앞선 운전자 보조 기술과 솔루션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CES 2016은 내년 1월 6일부터 3일간 진행되는데, 수년 동안 PC, 스마트폰, 태블릿이 강세였던 것과 다르게 올해는 자동차 업체들도 참여하면서 자동차와 관련한 제품의 등장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내년 동향이 자동차 쪽으로 옮겨가고 있으니 첸의 발언도 '블랙베리가 뒤처지지 않고, 자동차 시장에 진입하고자 한다.'라는 정도로 이해해도 무리가 없죠. 조금 단편적으로 생각하면 블랙베리의 보안 기술을 자동차에 적용하고, 자율 주행 차량의 안정성에 초점을 맞추려는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블랙베리가 자동차로 사업을 개편하는 것에 대한 복선은 깔렸었습니다.

 
 


 블랙베리는 작년 CES에서 자사 운영체제인 QNX를 이용한 '블랙베리 사물인터넷 플랫폼(BlackBerry IoT Platform)'을 선보였습니다. 해당 플랫폼이 중점에 둔 건 '자산관리(Asset Tracking)'와 '자동차(Automotive)'였죠.
 
 쉽게 말하면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서비스, 데이터 관리를 통해서 자동차에서 수집한 로그를 분석하여 낡은 부품을 파악하거나 고장 우려를 진단하여 지원하고, 자산관리 시스템으로 화물을 기간에 맞춰 운송할 수 있게 돕거나 운송 차량을 적재량에 맞춰서 운용할 수 있게 하는 등 운송 업체가 자원을 유연하게 활용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또한, API와 관리자 콘솔, 보안 등 기술 지원을 포함하고, BBM(BlackBerry Messenger)을 이용해서 메시지, 알림, 통화를 통합한 메시징 기능을 제공합니다. 이 플랫폼은 안드로이드를 지원하고 있으며, 블랙베리가 출시한 첫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인 프리브(Priv)는 현재 주력이 된 플랫폼 사업의 부산물입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사업 성장으로 블랙베리의 매출은 지난 3분기 5억 4,800만 달러를 기록하여 9분기 만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실제 소프트웨어 사업이 블랙베리를 지탱하고 있다는 방증이죠.
 
 현재 피아트 그룹과 포드가 QNX를 이용한 대시보드를 자사 자동차에 탑재하고 있으며, 블랙베리와 기술을 제휴하고 있습니다. 첸은 '블랙베리 소프트웨어를 6,000만 대의 자동차가 이용하고 있다.'면서 '이런 전략은 구글이나 애플의 자동차 사업과 견줄 수 있는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단지 여기에 자율 주행 시스템을 추가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전혀 어색하지 않고, 되레 당연한 순서입니다.
 
 제휴 차량, 특히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이용하는 운송 업체라면 자동차와 자산관리 측면에서 자율 주행 차량으로 비용과 운송 시간 절감, 운전자 보호, 운송정보 분석으로 더 나은 자율 주행 루트를 마련 등 훨씬 확장한 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앞서 독일 다임러가 양산형 자율 주행 트럭을 선보이면서 운송 산업 혁신으로 꼽히고 있기에 자동차에 중점을 둔 플랫폼 사업을 진행 중인 블랙베리의 자율 주행 시스템 개발은 일리 있는 행보입니다.
 
 


 지난 10월, 첸은 코드 모바일 컨퍼런스(Code / Mobile Conference)에서 '1년에 500만 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해야 이익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다른 방향을 생각해봐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스마트폰 개발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스마트폰 개발사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블랙베리이기에 해당 발언은 스마트폰 사업에 좋다고 할 수 없었는데, 스마트폰이 아닌 다른 사업에서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는 점이 '더는 블랙베리가 스마트폰에 미련을 두지 않아도 된다.'라는 거로 해석할 수 있게 했습니다.
 
 어떤 솔루션을 내놓을지 두고 봐야겠지만, 첸의 발언은 그다음을 자동차라고 못 박아도 문제없는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