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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구글-포드, 제휴 목적은 좀 더 큰 곳에 있을 것


 2주 앞으로 다가온 세계 가전 박람회 2016(CES 2016)는 세탁기, 냉장고, TV 등 전통 가전제품이나 PC, 스마트폰 등 컴퓨터 제품보다 자동차가 주인공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폭스바겐의 헤르베르트 디이스(Herbert Diess)가 기조연설에 참여하고, BMW, 아우디, 벤츠 등 자동차 제조 업체뿐만 아니라 블랙베리 등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는 업체들의 자동차 사업 발표가 예정되었기 때문입니다.
 


구글-포드, 제휴 목적은 좀 더 큰 곳에 있을 것
 
 사실 CES 2015에서도 자동차는 중요한 주제였습니다. 단지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처럼 에너지 관련 기술과 커넥티드 자동차에 초점을 맞췄죠. 이번에는 '자율 주행 차량'입니다. 아우디, 기아 등 자동차 업체가 자율 주행 차량을 선보일 예정이고, 포드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글과 손을 잡고 말입니다.
 
 


 구글과 포드가 자율 주행 차량을 놓고 제휴했다는 소식입니다. 두 회사는 CES 2016에서 협력 관계를 공식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며, 이 제휴가 합작 회사 설립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구글은 오래전부터 자율 주행 시스템을 개발했고, 개조한 차량도 선보였습니다. 자율 주행 소프트웨어의 가장 선두에 있는 업체이기에 포드는 구글로부터 소프트웨어 개발에 도움을 얻을 수 있겠죠. 포드는 전통적인 자동차 생산 업체이므로 개조 수준에 머물렀던 구글의 자율 주행 차량의 생산과 비용 절감을 실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해당 소식에 포드의 주가는 3.42% 상승했습니다. 자율 주행 차량이 대거 쏟아지면서 각축전이 될 것처럼 보이지만, 구글은 누적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경쟁사의 자율 주행 차량은 실제 상용화까지 좀 더 시간이 걸릴 수 있는데, 전기차의 선두에 있는 테슬라는 자율 주행 기술을 출시하여 앞서가고 있으니 비슷한 수준의 구글과 협력한 포드에 기대가 모이는 거죠.
 
 다만 둘의 합작이 자율 주행 차량을 생산하는 것에만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포드는 구글의 도움이 없더라도 자체적인 자율 주행 소프트웨어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좀 더 나은 소프트웨어 지원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큰 매력이 있진 않은 겁니다. 구글로서도 협력 업체가 굳이 포드일 이유가 없죠. 되레 자율 주행 기술이 없는 곳이 더 협상하기에 적합할 수 있으니까요.
 
 둘의 협력에는 다른 목적도 붙어있습니다.
 
 


 구글은 자율 주행 기술뿐만 아니라 도로 상황이나 내비게이션, 커넥티드 자동차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습니다. 포드도 비슷하지만, 자율 주행 기술만 아니라 데이터 기술이나 모바일과 연결하는 기술을 자사 차량에 탑재하기 수월해지는 거죠.
 
 그리고 차량 공유 서비스입니다. 포드는 지난 여름에 '이지카 클럽(easyCar Club)'을 발표했습니다. 포드 자동차를 할부로 구매한 소비자가 자신의 차량을 1시간에 7~12달러의 요금에 검증된 운전자에게 빌려줄 수 있게 하는 서비스입니다.
 
 자동차를 판매해야 하는 회사가 자동차를 공유할 방법을 제시한다는 게 아이러니지만, 우버나 리프트 등의 공유 서비스가 성장하면서 줄어드는 판매량에 대한 대응입니다. 문제는 포드가 본래 서비스가 업체가 아니다 보니 공격적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는 우버 등과 경쟁하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더군다나 포드 자동차 구매자만 대상이라서 공유 고객을 확보하기도 어렵죠.
 
 그런데 차량 공유는 구글도 준비 중인 사업입니다. 애초에 자율 주행 차량을 개발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한데, 이조차 우버나 리프트 등의 업체가 관심을 두는 부분입니다. 자율 주행 시스템이라면 빌려준 차량의 파손이나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고, 향후 무인 시스템으로 발전할 여지가 있다면 고객 수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글은 서비스 면에서는 후발주자입니다. 하지만 자율 주행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게 강점이고, 이 강점을 잘 살리려면 직접 자동차 생산에 관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율 주행 차량을 자사 공유 서비스에 곧바로 연결할 수 있다면 자율 주행 차량을 공유 서비스에 적용하는 데 가속도가 붙을 것입니다. 선점 효과와 차별화까지 이룬다면 기존 차량 관련 서비스에도 대응할 수 있겠죠.
 
 구글과 포드가 손을 잡아 자율 주행 차량을 개발한다는 것도 흥미로우나 내놓은 자율 주행 차량의 경쟁력을 어디서 뽑아내려는 지도 주목할 부분인 겁니다.
 
 


 무엇보다 상기한 자율 주행 차량과 공유 전략은 대부분 자동차 업체가 개별적으로 접근 중인 사안입니다. 단지 구글과 포드는 처음으로 같은 사업 방향을 두고 제휴한다는 데 의미가 있죠.
 
 물론 다가오는 CES 2016에서 두 회사의 제휴가 실제 어떤 내용인지 세부적으로 확인해야겠지만, 협력하기로 했다면 개별적인 접근에 대한 본격적인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두 회사의 이해관계는 매우 느슨하니까요.
 
 구글은 2016년에 자사의 자율 주행 차량 부문을 모회사인 알파벳의 자회사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전환이 이뤄질 때 자율 주행 차량을 어떻게 사업화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겠지만, 포드와의 협력 소식대로라면 윤곽은 나타나지 않았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