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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애플이 왜 예전과 달라 보이는가


 올해 들어 애플 주가는 7% 하락했고, 100달러 선은 무너졌습니다. 유가 하락, 중국 경제 우려 등 여러 지표가 엇갈린 것이지만, 애플이라는 회사에 대한 평가도 주가 하락에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주력 제품인 아이폰 수요 증가가 둔화한다는 등 이전에도 있었던 우려였으나 또 이런 분위기가 최근 다시 커지고 있죠.
 


애플이 왜 예전과 달라 보이는가
 
 2013년, 애플 주가가 아래로 가파르게 내달릴 때 아이폰에 의존하는 애플 신화는 무너졌다는 지적이 쏟아졌습니다. 그러나 애플의 실적은 매해 성장했고, 우려를 뒤집어 주가는 작년에 당시보다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그런 지점에서 다시 하락하고 있기에 2013년을 떠올리는 의견이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물론 투자자들의 애플 주식에 대한 매수 의견은 아직 긍정적입니다. 그리고 딱히 애플의 위기론을 얘기하려는 건 아닙니다. 그저 애플이 이전에 보여줬던 행보와 다른, 괴리감이 느껴지는 부분을 현재 주가 상황과 겹쳐봐야 하지 않나 싶기 때문입니다.

 '잡스가 없어서'라는 간단한 결론을 내릴 거라면 생각해보지도 않았을 겁니다. 결국은 다른 문제니까요. 분명 전 CEO인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있었을 때 연달아 내놓은 히트작들이 애플을 우뚝 서게 했습니다.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까지 말이죠.
 
 하지만 그 뒤를 이을만한 제품의 등장은 없었고, 야심에 차게 준비한 애플 워치도 획기적인 제품이 되진 못했습니다. 오히려 경쟁사들이 시장 동향에 맞춰 빠르게 대처하고 있으며, 애플도 고만고만한 상태로 시장을 주도하기보단 동향을 따라는 형국입니다. 이건 애플의 역량 부족이 아니라 경쟁사들을 역량이 그만큼 올라왔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매번 애플이 시장 동향을 바꿔놓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단지 애플이 내놓은 제품들을 돌이켜보면 기술적으로는 획기적이지 않을 수 있었으나 그걸 동향으로 이끄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좀 더 쉽게 말하면 결국 스마트폰이라는 제품은 아이폰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아이폰은 단순히 스마트폰의 수요를 이전 스마트폰과 다르게 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아이맥은 완전히 죽었던 일체형 PC 시장을 끌어 올렸고, 아이패드는 넷북의 문제점을 태블릿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애플이 이전에 존재했던 제품들을 재해석하여 새로운 시장성을 부여했다는 것을 부정하는 이는 찾기 어렵습니다. 그저 그런 행보를 현재 보기 어렵다는 거죠.
 
 


 상기한 대로라면 애플 워치도 그 범주의 제품입니다. 스마트워치는 이전에도 존재했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애플의 스마트워치에 기대했던 건 스마트워치의 시장성을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처럼 바꿔줄 수 있을 것인가에 있었습니다. 어찌보면 스마트워치가 훨씬 대중적인 물건이 되었다는 것에 이바지했다고 봐도 이상하진 않습니다. 문제는 그 지점이 꼭 애플만이 아니라는 겁니다.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창업자이자 CEO 일론 머스크는 애플의 전기차 프로젝트에 대해서 '공개된 비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애플이 대규모 전기차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건 이미 알려진 것이고, 전통적인 자동차 업체들도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고 있으니 행보나 동향에서 그렇게 특별한 계획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애플은 VR 기기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한다는 게 특이한 건 아니지만, VR 시장도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VR이나 HTC,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경쟁사들이 앞선 분야입니다. CEO인 팀 쿡은 'VR이 틈새시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는데, 실제 틈새시장이지도 않으면서 굉장히 치열한 상황에 애플이 뛰어들겠다는 얘기입니다.
 
 이를 빗대어보면, 넷북이 유행하던 시절에 애플이 넷북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기존에 있던 제품을 재해석한다는 점에서 넷북을 출시하더라도 이상하진 않으나 먼저 과열해버린 시장에 똑같이 달려드는 것처럼 보였으리라는 건 분명합니다. 넷북의 문제점을 꼬집어서 태블릿을 내놓았기에 넷북 시장을 당겨올 수 있었던 거죠.
 
 그런데 최근 애플은 이미 경쟁사들이 선점하거나 검증된 시장, 혹은 경쟁사들의 경쟁으로 커진 시장을 쫓아가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틈새시장을 파고 들어 주류 시장으로 넘어가게 하기보단 틈새시장이 아니라고 검증된 시장에 이전 애플처럼 비밀스럽게 접근하려고 하기에 머스크는 공개된 비밀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무언가 억지로 혁신을 하라는 게 아닙니다. 시장을 쫓아간다는 게 혁신하지 못해서라기 보단 애플은 많은 실패작을 출시했고, 가끔 엉뚱한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입에 발린 말일지라도 잡스는 처음 아이폰을 발표했을 때 '이 제품의 목표는 시장점유율 1%를 차지하는 것'이라고 했을 만큼 시장성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제품이 소비자의 기대를 어떻게 충족할 수 있을지에 훨씬 초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최근 행보는 이미 드러난 시장, 뚜렷한 방향성에 치중한 상태이기에 이전 애플과 달라보이는 게 아닌가 필자는 생각합니다. 차라리 해괴망측하다는 평가의 애플이 선보인 아이폰 배터리 케이스가 더 애플스러운 제품으로 보일만큼 새로운 장난감을 던져준다는 것보단 커다란 시장 파이에 걸맞은 사업만 지나치게 바라보는 게 아닌가 하는 점이 올해 떨어진 애플 주가와 조금 다르게 인지하도록 합니다.
 
 실제 아이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시장성보다는 패러다임의 변화에 주목했던 것이고, 초기 소비자들은 그 패러다임에 반응했습니다. 시장성은 앱스토어가 등장하면서 훨씬 강조되었던 건데, 최신 제품이라 할 수 있는 애플 워치만 하더라도 여태 출시한 애플 제품 중 가장 정형화된 제품이며, 포괄적인 수요를 향한 시장성을 강조하고 있으니 제시된 미래 사업에 심드렁할 수밖에 없지 않나 싶습니다.
 
 


 비밀스러운 기업이니 표면적으로는 동향에 쫓기는 모습을 보이는듯하지만, 뒤로는 무언가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예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완벽한 비밀이 아닌 정황이나 뜬소문이 신제품을 기다리는 소비자에게 소소한 재미를 주었고, 실현되었을 때의 파급력이 소소했던 뜬소문이 아닌 것이 되었을 때 나타난 애플이라는 기업의 모습이 달라 보인다는 게 골자입니다. 그러니 애플의 흥망에 대한 것과는 다른 문제죠.
 
 필자는 애플이 훨씬 많은 걸 할 수 있는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많은 걸 해야만 장기적으로도 안정적일 수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다시 카메라나 프린터나 게임기를 만들라는 건 아니지만, 조금은 돌아서 갈 필요가 있다고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