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최근 모습은 마치 아이팟이 유행한 때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전에도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은 강조했으나 소프트웨어를 통한 모바일 생태계가 급격하게 확장한 건 아니었기에 하드웨어의 세부적인 요소가 훨씬 중요하게 여겨졌습니다.
애플, '소프트웨어에 소홀하다'
덕분에 아이팟의 배터리를 완전 충전하여 출하하는 것이 판매 요소가 될 정도였죠. 하지만 이런 관점은 아이폰에서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당연히 하드웨어의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업계 풍토도 소프트웨어가 강점이 되어야 한다는 쪽으로 바뀌었고, 아이폰에서 나타난 세부적인 소프트웨어 요소는 완전 충전한 아이팟처럼 아이폰의 성공을 얘기하는 데 매우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유명 저널리스트 월트 모스버그(Walt Mossberg)는 'Apple’s Own Apps Need Work'라는 제목의 칼럼을 리코드에 기고했습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애플을 훌륭한 하드웨어 회사로 생각한다.'라면서 '하지만 1984년 맥을 도입한 이후 애플 제품의 중요한 핵심은 소프트웨어였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스티브 잡스는 그냥 작동한다!(It just works!)라는 문구를 즐겨 사용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iOS와 OS X 플랫폼 등 애플의 핵심 앱 품질에서 품질과 안정성에 점진적인 저하가 나타났다.'라면서 '스마트 워치나 자동차처럼 크고 새로운 꿈을 추구한 탓에 핵심 소프트웨어와 제품에 관해서는 눈을 떼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애플 제품들의 소프트웨어가 잡스가 그냥 작동하는 것을 강조할 때처럼 그냥 작동하지 않더라는 겁니다. 그리고는 아이튠즈, 메일, 사진, 아이클라우드 등 앱과 기능을 개별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복잡하고, 느리고, 애플의 품질을 느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이런 비판이 갑작스러운 거 아닙니다. 소프트웨어 안정성에 대한 비판을 줄곧 있었으나 iOS 7과 OS X 매버릭스부터 운영체제 안정성은 떨어졌고, 그러면서도 반강제적으로 버전을 업그레이드해야 하면서 이용자들의 불만은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더군다나 기존 문제점을 해결한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면, 또 새로운 문제점이 산더미처럼 발생한다는 점에서 애플이 소프트웨어에 소홀하다는 지적은 이미 피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여지는 있었습니다. 지난해 출시한 iOS 9과 OS X 엘 캐피탄은 공개 전부터 많은 변화보다 안정성에 중점을 줬다는 소문이 있었고, 애플도 공식적으로 '혁신이 아닌 정제된 OS X'이라고 말하면서 과거 스노우 래퍼드처럼 요세미티에서 발생한 문제점들을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그러나 기대와 다르게 문제점들은 출시 초기보다 늘었으니 모스버그의 칼럼은 '참았던 이용자의 분노'처럼 보입니다.
문제는 이것이 애플을 다시 하드웨어 회사로 돌려놓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애플은 하드웨어 회사입니다. 그러나 최근 애플은 '우리의 강점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긴밀하게 결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으며, 애플과 삼성을 비교할 때도 '소프트웨어가 차이를 만들었다.'라는 건 관용구처럼 쓰이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인식이 점점 벗겨지고 있습니다. 애플의 주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폰과 맥 전반에서 나타난다는 것도 있지만, 소프트웨어의 안정성뿐만 아니라 사용자 경험에서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지문 인식 기능인 터치 ID를 보면 확실히 애플이 주장하는 것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잘 결합한 결과입니다. 모스버그도 아이폰 6s를 평가할 때 터치 ID의 빨라진 속도를 극찬했습니다. 반면, 애플이 가장 최근 출시한 카테고리인 애플 워치의 리뷰를 보면 전반적으로 소프트웨어와 UI, UX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CNN은 'UI가 복잡하다.'라고 말했고, 가디언은 '하드웨어를 잘 만들었지만, 소프트웨어는 복잡하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즉,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하여 무언가 내놓는 건 알겠지만, 소프트웨어 측면만 뜯어봤을 때 좋지 않은 평가라는 것이고, 현재로썬 이런 점이 애플이 소프트웨어를 강점으로 내세웠던 걸 망각하게 합니다. 그게 신제품에서도 나타난 것이라면 애플이 이후 출시할 새로운 제품의 소프트웨어에 어떤 기대를 할 수 있을까요?
안정성은 둘째 치더라도 잡스가 얘기했던 것처럼 과거에는 적어도 그냥 작동하긴 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모스버그가 지적한 것처럼 느리거나 안정적이지 못한 것과 더불어 일반적인 이용에 방해되는 수준의 버그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냥 작동한다는 건 전원이 켜진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단순하게 기기를 활용하는 것만 생각하면 된다는 의미인데, 버그들이 실제 사용에 영향을 끼친다면 그건 결코 좋은 사용자 경험이 아닌 겁니다.
더군다나 모스버그가 극찬한 아이폰 6s의 터치 ID 속도는 소프트웨어가 아닌 새로운 센서 덕분입니다. 또한, 3D 터치도 좋은 예인데, 분명 새로운 조작법을 3D 터치로 제시한 건 맞으나 활용 방식을 기본 앱에서조차 제대로 보여주지 않은 불친절한 기능입니다. 하드웨어적으로는 발전했지만, 세세힌 소프트웨어로 뒷받침하지 못하는 겁니다.
필자는 이 비판에 대해서 '과연 현재 애플의 강점을 무엇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아직은 강력한 플랫폼을 가졌다는 것과 그래도 미려한 제품 디자인 정도는 말할 수 있겠지만, 이전처럼 소프트웨어의 세세함을 얘기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애플의 소프트웨어 역량이 무너졌다고까지 얘기하긴 어렵다고 봅니다. 단지 오랫동안 애플 기기를 사용해온 사용자라면 애플이 이전에 보인 소프트웨어를 강점으로 내세운 모습을 기대할 것이고, 모스버그가 말한 것처럼 전기차 같은 것이 아닌 그런 세세함이 소비자에게 좀 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애플의 계획이야 어찌 되었든 산재한 소프트웨어 문제점들에 소비자들은 불만인 상태이고, 애플은 해답을 보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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