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아마존 등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들의 콘텐츠 제작은 점점 심화하고 있습니다. 아직 전통적인 제작사를 짓누르진 못하지만, 자체 콘텐츠를 통한 경쟁력으로 외부 콘텐츠를 수급하는데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죠.
애플에 콘텐츠 제작이 큰 도전인 이유
애플도 오랜 시간 콘텐츠 사업을 하고 있지만, 애플 뮤직이나 애플 TV를 통해서 본격적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건 최근입니다. 오히려 스포티파이나 넷플릭스 등 업체보다 후발 주자라고 할 수 있는데, 이미 시장에 진출한 업체들이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하는지 충분히 증명된 상태여서 인지 애플도 콘텐츠 제작에 뛰어드는 모양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오리지널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보도로는 6편으로 구성한 드라마이며, 프로듀서 겸 래퍼인 닥터 드레의 자전적인 내용을 다루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닥터 드레는 제작에도 참여합니다.
하지만 해당 드라마는 매년 20편 이상의 콘텐츠 제작을 약속한 넷플릭스와 다르게 본격적으로 애플이 콘텐츠 제작 사업을 진행한다는 실마리는 아닙니다. 알려진 바로는 제작 중인 드라마는 닥터 드레가 개인적으로 추진한 프로젝트이며, 그도 애플의 임원이지만, 애플 TV처럼 복합적인 프로젝트에 참여하지는 않습니다.
그 탓으로 애플 TV나 아이튠즈 스토어로 유통하는 것이 아닌 애플 뮤직을 통해서만 드라마가 제공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합니다. 단지 자체적인 콘텐츠가 서비스에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건 여러 사례로 잘 알려졌고, 드라마를 애플 뮤직에만 배포하더라도 성과에 따라서 애플 TV를 위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둘 수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자체적인 콘텐츠가 경쟁력이고, 애플이 새로운 차별점을 마련해야 하는 지점이기에 자체 콘텐츠 제작을 시도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겁니다. 지지부진한 애플 TV 사업에 다른 계획을 드러내지 않았으니 자체 콘텐츠라는 시도에 눈길이 가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애플에 아주 큰 도전이 될 수 있습니다. 제작비를 얘기하는 게 아니라 기업 이미지까지 변화를 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태 애플이 콘텐츠 제작을 아예 하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사실상 제품 발표 현장이나 자체 컨퍼런스도 콘텐츠 형태로 배포하고 있으며, 아이튠즈 페스티벌도 대표적인 애플의 콘텐츠입니다. 그러나 이런 콘텐츠와 드라마나 영화 등 콘텐츠 사업은 근본적으로 다른 차이를 지니고 있습니다.
애플의 키노트 영상 등은 애플 제품을 이용하고, 궁금해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찾을 것입니다. 내용이 궁금하니 직접 찾을 수도 있을 테고, 그런 수고를 덜고자 팟캐스트에 자리를 마련해둔 것이죠. 문제는 평소 팟캐스트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키노트 영상이라는 콘텐츠를 소비하려고 팟캐스트를 실행할 수는 있겠지만, 드라마와 영화는 다르다는 겁니다.
쉽게 말하면, 키노트 영상은 애플이 굳이 대외적으로 나서지 않더라도 찾아서 소비할 만큼 폐쇄적인 콘텐츠입니다. 애플이 할 일은 그냥 팟캐스트에 올려두는 거죠. 물론 드라마나 영화가 아주 재미있고, 큰 인기를 끌 수 있다면 그걸 빌미로 애플 TV를 구매하여 보려는 소비자도 있을지 모릅니다.
다만, 콘텐츠 내용을 검증하지 않더라도 일정한 수요를 마련할 수 있는 폐쇄적인 콘텐츠와 어떤 내용인지 파악할 수 없는 탓에 대외적인 홍보가 꼭 필요한 콘텐츠는 다릅니다. 애초에 자체적인 콘텐츠가 애플 TV의 판매를 촉진할 목적에 있다면 애플 TV가 없는 소비자가 콘텐츠에 관심을 두고, 애플 TV를 선택하게 할 넉넉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애플은 그런 대외적인 활동을 적극적으로 시도한 적이 없습니다. 광고를 내놓긴 하지만, 그 흔한 소셜 미디어 계정조차 최근에서야 분야별로 계정을 생성하는 등 더 많은 홍보 방법을 찾지 못해 안달난 여타 업체들과 비교되는 부분입니다. 심지어 자사가 진행하는 행사에서만 제품을 발표할만큼 폐쇄적이죠.
그러나 아이폰을 파는 것과 다르게 콘텐츠 소비는 훨씬 더 빨리 이뤄지는 탓에 최근에는 콘텐츠 제작사들이 콘텐츠 제작을 시작했을 때부터 과정을 홍보 자료로 내놓거나 최소 2~3편 이상의 예고편, 관련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진행합니다. 그건 스트리밍 업체 중 자체 콘텐츠 제작의 선두에 있는 넷플릭스도 다르지 않습니다. 고집스럽게 비밀 주의를 내세운 기존 전략은 콘텐츠 제작 사업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고로 애플은 기존 전략으로도 성공할 수 있을만한 끝내주는 콘텐츠만 제작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콘텐츠 사업에서만은 대외적인 활동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타협을 해야 합니다. '알아서 하겠지.'라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런 적이 없었던, 정확히는 고전적인 방법으로 소비자와 계속 마주했던 애플의 시도하면 흥미로울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건 애플에더 큰 도전이 되겠죠.
사실 애플의 자체적인 콘텐츠 제작은 몇 가지 전제가 더 필요합니다. 콘텐츠를 배포할 수단이 애플 TV뿐이라면 그다지 매력적인 사업이 아닙니다. 이익을 내기 어려울 수밖에 없으니까요. 적어도 넷플릭스처럼 별도의 모바일 앱을 제공하거나 최근 안드로이드용 앱을 제공하는 맥락은 따라가야 합니다.
그리고 굳이 콘텐츠를 제작하지 않더라도 넷플릭스가 자체 콘텐츠로 경쟁력을 키우자 이에 넷플릭스에 더 나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으로 대응해야 하는 제작사들의 외부 콘텐츠를 더 수급함으로서 차별점을 가질 방법도 존재합니다. 이미 애플은 HBO와도 제휴했으며, 콘텐츠를 제작한다면 외부 콘텐츠조차 제대로 수급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야 겠죠. 단지 마지막 수단으로 콘텐츠를 제작한다면 그냥 애플 TV 사업을 접는 쪽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애플이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고 나선다면 전략적인 측면에서나 애플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모습에 많은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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