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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애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주기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필자는 '애플, 소프트웨어에 소홀하다'라는 글을 통해서 최근 몇년 동안 불안정한 애플의 소프트웨어를 비판한 바 있습니다. 빠르게 바뀌진 않겠지만, 어쨌든 OS X과 iOS의 여러 문제점은 해결되지 않는 상태이며, 그렇게 다시 새로운 버전의 OS X과 iOS를 맞이할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애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주기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버전의 업데이트는 평소 주기대로 올해 가을쯤에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기능을 탑재해서 말이죠. 이제 1년마다 새로운 메이저 버전의 등장은 익숙한 형태이고, 애플뿐만 아니라 구글의 안드로이드 정책도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익숙한 주기에 변화를 줄 때가 아닌가 필자는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부터 말하자면, 앞서 얘기한 애플의 소프트웨어 지원에 대한 불만도 있었지만, 지난달 12일 게임 개발사 유니티는 자사 인기 게임 시리즈인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발매 주기를 변경한다는 중대 발표를 했습니다.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매년 차기작을 선보였는데, 올해는 메인 작품을 선보이지 않겠다는 거였습니다.
 
 하나의 메인 작품이 1년 만에 개발되어 출시한 건 아니었지만, 1년마다 차기작을 출시해야한다는 압박은 게임의 완성도를 떨어뜨렸고, 이해하기 어려운 버그들과 전작과 큰 변화가 없는 게임 시스템 등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스토리도 정리되지 않았기에 지속해서 매년 차기작을 내놓았다가는 소비자의 원성만 커질 상황이었기에 아예 1년을 건너뛰고, 2017년에 차기작을 선보이겠다는 겁니다.
 
 각설하고, 애플의 소프트웨어 상황도 비슷합니다. 매년 업데이트하는 것이 익숙해지긴 했으나 최근 OS X이나 iOS의 상태를 보면, 새로운 버전이 등장하는 것이 '또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을까' 싶을 만큼 두렵습니다.
 
 농담이 아닌 것이 OS X 엘 캐피탄이 이전 버전인 요세미티보다 퍼포먼스가 향상된 건 느낄 수 있습니다. 단지 요세미티의 문제점을 확실히 해결했다고 보긴 어려웠습니다. 스노우 래퍼드도 래퍼드를 퍼포먼스를 향상하기 위한 버전이었으나 안정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메이저 업데이트 자리를 지켰습니다만, 요세미티가 그렇다고 하기에는 마이너 업그레이드의 성향이 강합니다.
 
 그리고 얼마 전, 애플의 소프트웨어 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던 사건이 있었죠. OS X 10.11.3 버전을 설치한 후 재부팅했을 때 일부 맥 모델의 이더넷이 사라져 버린 겁니다. 이는 애플이 보안 업데이트를 급하게 내놓은 것이 원인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보안 패치야 빠르게 이뤄져야 하는 게 맞지만, 문제는 현재 애플의 소프트웨어는 문제를 해결하면, 다시 새로운 문제를 낳는 루프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므로 이런 상태를 정리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처럼 말입니다.
 
 이유는 또 있습니다. 사실 매년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더라도 소비자가 큰 매력을 느낄 시기는 지났습니다. 전체 스마트폰 시장이 고착화한 상태이고, OS X은 그동안 iOS와의 연결성에 초점을 맞추어 변화를 겪었지만, 그것조차 어느 정도 정착한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현재 애플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방식은 메이저 업데이트와 마이너 업데이트의 구분이 사라진 상태입니다. 물론 메이저 버전이라는 큰 틀에서 기능이 추가되고, 개선되는 건 맞지만, 보통 큰 틀에 대한 업데이트를 한꺼번에 진행한 후 마이너 업데이트로 개선한 이전과 다르게 최근에는 메이저 업데이트의 주기 중간에 계속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형태가 되었습니다.
 
 iOS 9.3에는 블루라이트 차단 기능인 '나이트 시프트 모드(Night Shift Mode)'를 추가했습니다. 그리고 메모 앱을 지문 인식 기능인 터치 ID로 보호할 수 있게 되었고, 3D 터치 기능도 추가되었죠. 행사장의 큰 스크린에 'Night Shift Mode'를 띄우고, awesome을 외쳐도 이상하지 않을 테지만, 애초에 이런 기능들에 대한 예고는 작년에 없었습니다.
 
 이전처럼 메이저 업데이트에 기능을 몰아서 추가할 계획이었다면 다음 버전을 기약했겠지만, 핵심은 현재 애플의 업데이트 정책은 매우 어수선하다는 겁니다. 소비자들이 더욱 추가될 기능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더군다나 무슨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는 데다 새로운 점도 없어 보이는 데도 새로운 버전의 업데이트를 강요하는 애플의 정책은 상당히 피로합니다.
 
 제품의 교체 주기가 있는 전자 제품이기에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진다면 새로운 소프트웨어도 제품을 구매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메이저 업데이트와 마이너 업데이트의 경계를 구분 짓지 않을 생각이라면, 1년 동안 소소한 기능의 추가와 개선하는 마이너 업데이트를 이어가고, 지속한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결해줄 수 있을 만한 메이저 업데이트를 2년 후에 선보이는 것도 괜찮은 방안이라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현재로는 개선의 여지가 뚜렷하지 않으니 말입니다. 소프트웨어 프로세스도 정비할 필요가 있죠.
 
 


 그럴 필요가 없어 지려면 올해 준비 중인 차기 버전이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될 일입니다.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길래 업데이트 주기를 변경해야 할 정도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현재 OS X과 iOS에서 나타나는 버그들은 꽤 많습니다. 제품을 못 쓸 정도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사용에 방해되는 수준인 건 사용자들이 충분히 공감하리라 봅니다.
 
 이전에도 애플 소프트웨어의 안정성에 대한 불만은 있었습니다. 다만 마이너 업데이트로 개선의 여지를 보였고, 적어도 문제를 해결하면 더 큰 새로운 문제를 만드는 일은 적었습니다. 되레 마이너 업데이트를 통한 지원이 애플의 강점으로 꼽히기도 했으니까요.
 
 애플은 소프트웨어 문제를 매우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