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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애플 워치의 다음 단계


 웨어러블 열기가 한풀 꺾인 것 같지만, 필자는 되레 '자연스럽게 시장에 녹아들었다.'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스마트폰처럼 너도나도 사겠다고 달려드는 건 아니지만, 초기 스마트폰 시장을 떠올리면 상승 곡선을 그려야 할 시기는 앞으로의 3년 정도이니 말입니다.
 


애플 워치의 다음 단계
 
 애플 워치가 처음 공개된 것이 2014년, 벌써 1년을 관통했습니다. 그러나 차세대 애플 워치의 발표는 작년에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욱 다음 애플 워치에 대한 얘기는 무뎌집니다. 하지만 애플이 애플 워치를 단종할 계획만 아니라면 다시 애플 워치를 말할 차례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서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810만 대의 스마트워치가 출하되었다.'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이 중 63% 점유율의 애플은 1위, 16%의 삼성은 2위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전체 스위스제 시계 출하량은 790만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감소한 수치입니다. 애플 워치가 전체 스마트워치 시장 확대에 끼친 영향력을 알 수 있는 부분이고, 스마트워치가 실제 전통적인 시계 시장을 위협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것입니다.
 
덕분에 전통적인 시계 업체들도 차례로 스마트워치를 출시하고 있습니다. 이제 웅덩이가 IT 업체에 한정한 것이 아니라 더 커진다는 의미이고, 그런 만큼 애플도 애플 워치의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합니다.

 일시적으로는 스위스에 한 방 먹인 것처럼 보이지만, 애플 워치가 놓친 부분도 많고, 투자자들이 출시 전에 수천만 대 이상 판매될 것이라고 예상한 것보다 낮은 판매량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개선점이 성능 향상에만 있지 않다는 걸 방증했습니다. 기대한 수요를 모두 만족하게 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는 거니 말입니다.
 
 


 지난해 스마트워치 시장이 갑자기 부풀어 오른 덕분에 소비자들이 스마트워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파악하기도 수월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소비자들이 스마트워치의 기능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건 스마트워치가 필요하지 않은 제품이라는 게 아니라 마치 스마트폰의 용도가 초기 과도기와 다르게 전화나 메시지, 소셜 미디어 등 커뮤니케이션과 게임이나 음악, 동영상 등 엔터테인먼트 활용에 국한되어 최근 중저가 시장이 크게 성장한 현상이 스마트워치에서는 벌써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이미 소비자들은 스마트워치의 용도를 알림이나 헬스케어, 결제에 놓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들 기능도 아직 완벽하게 작동한다고 할 수 없는데, 소비자들의 기대치는 이런 기능들을 스마트폰을 가방이나 주머니에서 꺼내지 않고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만한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사용자 경험으로 넘어간 상태입니다. '받은 알림을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스마트워치에서 얼마나 획기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까?', '손목으로 어디서든 결제할 수 있을까?'라고 말이죠.
 
 단지 이런 고민을 쫓아가면 '시계의 작은 화면에 얼마나 많은 걸 욱여넣을 수 있을까?'라고 하는 벽을 만나게 됩니다. 그래서 업체들이 경쟁력을 옮긴 게 디자인입니다.
 
 애플 워치에는 알림, 헬스케어, 결제 등 스마트워치를 지탱할 핵심적인 기능이 모두 탑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능들이 애플 워치에서 완벽하게 작동한다고 생각하는 사용자는 드물 것입니다. 그 탓으로 애플 워치의 용도를 얘기한다면 '그냥 시계'라고 하는 것이 더 와 닿고, 그건 디자인 측면에 많은 강요를 하게 합니다. 그럼 좀 더 나은 외형 경쟁력을 가진 애플 워치를 내놓으면 될까요?
 
 애플 워치가 전망치인 수요에 도달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단연 가격입니다. 애플 워치의 가격은 여타 스마트워치보다 비싸고, 디자인에 만족하더라도 가격에 만족하지 못한 소비자도 많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애플 워치에 대한 괴리로 나타났다는 데 있습니다.
 
 분명 애플 워치의 디자인에 만족하는 소비자도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색상과 밴드 옵션으로 개인화한 디자인 만족도를 얻을 수도 있죠. 하지만 상기한 것처럼 스마트워치의 기능에 대한 기대는 멈춘 상태입니다. 고로 애플 워치가 스마트워치가 아닌 일반적인 시계와도 더 경쟁해야 한다는 의미가 되는데, 디자인에 완전히 만족한 게 아니더라도 기능을 써보려는 수요는 높은 가격에 부딪힙니다.
 
 그럼 가장 낮은 가격의 스포츠 모델을 고르면 될 일이지만, 이는 디자인에 대한 선택지를 좁힙니다. 기능에 대한 기대감이 낮은 게 스마트워치인 탓에 디자인 경쟁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건 좁아진 선택지의 남은 경쟁력이 굉장히 낮다는 것입니다. 기능을 써보려는 수요를 웨어러블 특성으로 중요한 디자인이라는 요소에서 제품을 망설이도록 하는 건 좋지 않지만, 높은 가격은 그걸 부추기고 있는 거죠.
 
 그렇다면 기능에 대한 만족도를 줄이는 대신 비슷한 가격대의 디자인 만족도가 높은 다른 제품으로 수요는 옮기게 됩니다. 그건 다른 스마트워치가 될 수도 있겠지만, 디자인에 대한 욕구가 커진 수요라면 기능보다 디자인에서 선택지를 원하게 되므로 일반적인 시계조차 애플 워치의 경쟁자가 되는 것입니다.
 
 한 문장으로 설명하면, 현재 애플 워치의 가격, 기능, 디자인의 균형은 맞지 않습니다. 그게 애플 워치에 소비자가 느끼는 괴리입니다.
 
 반대로 디자인 만족도를 줄이는 대신 기능에 대한 만족감으로 애플 워치를 선택했다면 앞서 얘기했듯이 국한된 기능으로 '시계의 작은 화면에 얼마나 많은 걸 욱여넣을 수 있을까?'라는 벽에 막혀서 줄인 디자인 만족도가 낮다면 계속 착용해야 하는지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습니다. 테크크런치는 그런 점을 비꼬아서 2개월 동안 사용한 리뷰를 애플 워치를 서랍으로 던져버리는 GIF 한 장으로 해결했습니다.
 
 무작정 애플 워치의 가격이 낮아져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그저 1년 동안의 스마트워치 시장을 보았을 때 스마트폰과 다르게 디자인과 기능에 대한 만족도의 균형은 매우 중요하고, 가격이라는 요소가 균형을 깨버려서 수요를 이탈하게 했다는 겁니다. 애플은 상반기에 애플 워치를 출시했지만, 하반기에 스마트워치를 출시한 업체들은 대부분 이런 문제점을 감지하고, 시장과 타협을 보고자 했습니다. '어느 쪽이 우수한 스마트워치다.'라는 걸 떠나서 언제든 수요의 이동이 매우 유동적일 수 있다는 것이 애플 워치에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그 점을 1세대 애플 워치가 간과했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 바로 '프리미엄 전략'입니다. 가장 높은 가격대의 애플 워치 에디션은 다수 소비자가 접근조차 할 수 없는 가격입니다. 그걸 바꿔 말하면 순전히 디자인에 만족도만 수요에 영향을 끼치는 라인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애플은 그런 만족도를 끌어올리고자 애플스토어에 특별한 공간을 마련하는 등 '애플 워치는 명품이다.'라는 전략을 내세웠습니다.
 
 전략 자체가 어처구니없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이런 전략이 디자인과 기능의 균형을 더 극단적으로 벌려놓았고, 그건 다른 낮은 가격의 라인까지 옮겼습니다. 그 탓으로 애플은 작년 말에 괴리감을 줄이려고 아이폰을 구매하면 50달러를 할인해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거나 베스트바이, B&H, 타겟에서도 전 모델을 대상으로 100달러를 할인하는 행사로 프리미엄 전략 자체를 수정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신제품 발표에 앞선 할인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제품의 가치가 가격에 부합한다는 프리미엄 전략이 신제품 발표로 재고 처리를 위한 할인에 들어간 거라도 그것조차 문제겠죠. 어쨌든 이런 특성을 이해한 시장에서 애플 워치의 수요는 작년보다 훨씬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애플 워치의 다음 단계는 제품 발매 초기부터 이런 문제점을 해결한 포지셔닝을 갖추는 것입니다. 개선된 제품이 등장해야 하는 건 당연합니다. 가격이 낮아진다면 좋겠죠. 단지 그런 요소들이 애플 워치라는 제품을 꾸준히 선택하게 할 유동적인 장치가 될 수 있을 것인지가 핵심이 될 겁니다.
 
 


 테크크런치는 미국 소매점들의 할인 행사를 두고, '신제품 출시로 재고를 소진하는 것이 아니라 점유율 확대를 원하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건 그만큼 많은 수요가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그 탓으로 애플이 이런 행보를 차세대 애플 워치에서도 이어갈 계획이라면 더 낮아진 가격의 애플 워치가 등장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건 낮아진 가격에 대한 기능과 디자인의 균형일 것입니다.
 
 웨어러블 시장이 고착화하는 단계에서 알 수 있는 건 '이 시장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좀 더 뒤로 가서 PC 시장과도 다르다.'입니다. 수요를 관측하는 데 있어서 훨씬 많은 생각을 해야 하는 시장이고, 애플이 그다음 단계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