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로 이익을 내는 것이 새로운 사업 형태는 아닙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카카오의 카카오톡은 메신저와 연동한 다양한 서비스로 이익을 창출하고 있고, 중국의 위챗도 대표적인 메신저입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메신저는 아직 부가적인 서비스에 머물고 있으며, 별다른 이익은 내지 못하고 있죠.
페이스북, 메신저에 광고를 탑재하는 것에 대한 쟁점
페이스북이 메신저를 부가적인 존재에서 변화를 주기 시작한 건 2014년부터입니다. 페이스북 앱에 포함된 메신저를 분리하여 별도의 앱에서만 이용할 수 있도록 강제했고, 작년에는 메신저를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과 페이스북 계정 없이 접속하는 방법을 선보였으며, 가상 비서 기능을 탑재할 계획도 내놓았습니다. 이는 페이스북이 메신저를 페이스북에 포함한 것이 아닌 별도의 사업으로 승격했다는 의미였습니다.
테크크런치는 '올해 2분기 안으로 페이스북이 메신저 앱에 광고를 도입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페이스북은 유력 광고주들에게 메신저 광고 계획에 대한 비공개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으며, 구체적인 계획에 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 있습니다. 알려진 바로는 페이스북이 준비 중인 메신저 광고는 소비자가 메신저로 기업이나 단체와 연결되면, 관련한 제품이나 행사 정보를 메신저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현재 카카오톡의 플러스친구와 비슷합니다.
페이스북이 메신저로 광고하려는 것은 분명 이익을 내는 목적입니다. 메신저의 분리부터 독립적인 서비스로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여태 키워왔다는 것만으로도 메신저의 이익 사업은 예정된 것이었죠. 다만 메신저 활용 방법에 대한 고민도 포함된 것입니다.
현재 페이스북 메신저 월간 이용자 수는 8억 명 수준으로 6개월 만에 1억 명을 추가할 만큼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페이스북 메신저가 이용자들의 주력 메신저로서 얼마나 큰 가치를 지녔는지가 중요한데, 자회사의 메신저 앱인 왓츠앱은 하루 메시지 전송량 등 이용자들 간 활용에 초점을 맞추어 성과를 얘기하지만, 페이스북 메신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페이스북 메신저의 월간 이용자 수가 늘어난 건 개인 간 문자 메시지보다 메신저를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을 계속 추가했기 때문입니다. 송금 기능이나 우버와 연동하여 택시를 부를 수 있게 하는 등 페이스북 이용자가 메신저 앱만 이용하면 여러 기능을 활용할 수 있게 하면서 전통적인 메신저로서 역할은 크게 강조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광고 기능은 이용자들이 페이스북 메신저를 이용해야 할 하나의 방법을 제시하는 것과 같습니다. 오늘날에는 광고라는 단어만으로 거부감이 느껴질 수 있지만, 페이스북 메신저의 이용이 이용자 간 대화보다 기능 활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이용자들이 메신저에 더 오랜 시간 머물 수 있도록 광고를 제공하는 쪽도 고려할 수 있는 단계입니다.
광고를 도입하는 것으로 어떻게 이용자가 머물게 할 수 있느냐 싶겠지만, 되레 그렇게라도 하는 것이 이용자가 메신저 앱을 한 번이라도 더 실행하게 할 방법이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브랜드의 광고라면 구체적인 정보를 얻고자 딱히 기능을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메신저 앱을 실행할 테고, 메신저 앱의 활용이 늘어나면 지인들과의 연락에 메신저를 활용할 여지도 늘어날 테니 말입니다.
이런 점은 최근 페이스북이 실험 중인 것으로 알려진 메신저와 SMS 통합에서도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더버지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메신저 앱에 SMS 메시지를 통합하여 함께 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실험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것도 페이스북 메신저에 이용자가 더 머물게 할 방법 중 하나입니다. 그런 식으로라도 페이스북 메신저에 머물러 주력 메신저의 위치로 끌어올려야 하는 게 페이스북입니다.
문제는 광고 도입으로 이용자들이 개인화한 정보를 얻고자 메신저를 이용하게 되면서 나타날 반동입니다. 포춘은 '광고 도입으로 이용자들이 다른 메신저 앱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상기했듯이 과도한 광고를 거부감이 들 수 있고, 아직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보다 기능 활용에 초점이 맞춰져서 전통적인 메신저의 기반이 약한 페이스북 메신저는 광고에 대한 거부감이 서비스 이용을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나기 쉽습니다.
반동이야 여느 서비스도 마찬가지지만, 충분한 기반이 있는 상태에서 실행하는 광고와 그렇지 않은 광고는 다릅니다. 이미 탄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보이는 페이스북의 자회사 인스타그램조차 광고 탑재에 신중한 모습이니까요. 고로 반동이라는 것은 광고에 질린 이용자가 떨어져 나가는 것만 아니라 활용 방안으로 제시된 광고 서비스가 이용자들을 메신저에 머물지 못하게 했을 때, 그러니까 기존에 메신저를 기능을 활용하는 데 쓰인 것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쉽게 말하면, 전통적인 활용에 초점을 둔 메신저는 광고를 탑재했을 때 거부감으로 다른 메신저로 대체할 수도 있고, 광고를 탑재하더라도 주력 메신저이기에 지속적인 이용을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게 기반이죠. 그러나 페이스북 메신저는 반대로 전통적인 활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에 광고를 서비스 형태로 도입하려고 합니다. 반대인 상황인데, 광고는 계속 도입하지만, 이 서비스로 이용자가 메신저에 머물지 않게 된다면 페이스북 메신저는 마치 거대한 유령 광고 채널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건 광고로 이익을 내느냐, 그렇지 않으냐의 문제가 아니라 페이스북 메신저가 월간 이용자를 안정적인 메신저 이용자로 확보할 수 있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문제입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구글 플러스를 얘기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 메신저가 구글 플러스의 상황인 건 아니지만, 가령 실질적인 메시지 전달이 활발하지 않은 상태에서 광고하려는 기업만 계속 늘어난다면 구글 플러스의 분위기를 떠올릴 수 있다는 건 비약이 아닐 겁니다.
페이스북은 광고를 통해서 '우리 월간 이용자들이 기업들과 얼마나 많은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라는 메신저 사업에 대한 충분한 데이터를 얻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수치가 한 단계 나아가서 이용자 간 메시지가 얼마나 많이 오고 가는지 설명하고 싶을 것입니다.
그러나 반동으로 광고만 남은 메신저 서비스가 될 여지가 있다는 점이 광고에 대한 반사적인 거부감보다 흥미롭게 봐야 할 쟁점입니다. '월간 이용자가 많으니 어떻게든 이익은 되겠지.'라는 시각이 완벽히 틀린 것이 될 수도 있는 다른 전제를 품고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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