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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FaceBook

왓츠앱의 본격적인 수익 사업


 아이폰 등장 이후부터 초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왓츠앱은 확고한 메신저 강자 자리를 지켜왔고, 무료인 대부분 경쟁 서비스와 다르게 유료 판매나 1달러의 연간 사용료를 받으면서도 성장했습니다. 그건 왓츠앱은 매우 특별하게 만드는 점이었죠.
 


왓츠앱의 본격적인 수익 사업

 만약 누군가 새로운 메신저 사업을 시작한다면 대개 사람들은 그 메신저가 무료로 제공될 것을 예상할 겁니다. 이미 무료로 많은 기능을 제공하는 다양한 메신저가 있기에 유료 서비스가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을 테니까요. 그런데도 왓츠앱은 유료 서비스를 고집했습니다. 광고로 이익을 낼 수도 있지만, 그것이 사용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게 원인이었습니다.
 
 

via_Wired


 독일 뮌헨에서 열린 디지털 라이프 디자인 콘퍼런스 (Digital-Life-Design Conference ; DLD Conference)에 참여한 왓츠앱 개발자이자 CEO 얀 쿰(Jan Koum)은 '왓츠앱이 더는 연간 이용료를 받지 않는다.'라고 발표했습니다.
 
 기존에는 1년 동안 무료로 사용한 후 1달러를 지급해야만 계속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쿰은 '인도나 브라질 등의 신흥 국가에서는 많은 이용자가 신용카드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라면서 '결제가 어려워 계속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 많다.'라고 무료로 전환한 이유를 말했습니다.
 
 실제 왓츠앱은 미국이나 일본 등의 국가보다 유럽이나 중남미, 특히 스마트폰 이용자가 빠르게 증가한 브라질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용자를 지속해서 확보하는 데 유료 서비스가 걸림돌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인도라는 새롭게 뜨는 시장, 무엇보다 모회사인 페이스북이 주목하는 인도 공략에도 기존 유료 서비스라는 차별점이 통하질 않으리라 본 모양입니다.
 
 고로 왓츠앱이 무료로 전환한 것이 신흥 시장 탓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재미있는 건 애초에 1달러의 연간 비용이 왓츠앱에 그다지 획기적인 수익 모델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덕지덕지 붙은 광고를 보여주느니 차라리 돈을 받겠다고 한 것이었을 뿐 쉽게 생각하더라도 메신저와 연동한 다양한 서비스로 이익을 내는 경쟁 서비스보다 연간 1달러면 충분한 왓츠앱의 전체 이익이 낮은 건 당연합니다.
 
 사실상 1달러는 왓츠앱의 수익 모델이라기보단 메신저에 광고를 도입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약속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무료로 전환한다는 것은 다른 약속 방법을 찾거나 본격적으로 이익을 내겠다는 거로 해석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왓츠앱이 광고 사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왓츠앱은 무료로 전환하는 대신에 '사용자들이 기업이나 단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도구로서 왓츠앱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사용자들과의 소통을 원하는 기업이나 단체를 대상으로 이익을 내겠다는 겁니다.
 
 사용자를 기업과 연결하여 홍보 메시지나 전달하면 광고와 다를 게 무엇인가 싶겠지만,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주문한 물건의 배송 정보나 환불 여부를 물어보거나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반납할 기간을 알려주는 등 개인화한 메시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이는 이미 페이스북이 자사 메신저로 시도하는 사업입니다. 현재 페이스북에 등록된 소규모 사업자 페이지만 4,000만 개를 넘었으며, 지난해 페이스북은 이 규모를 이용하고자 쇼핑몰 사이트와 메신저를 직접 연결하여 구매 정보 등을 메신저로 받거나 사업자와 직접 대화할 수 있는 개발자 도구를 선보였습니다.
 
 그러나 사업자가 페이스북 메신저를 도입하더라도 고객이 이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페이스북 메신저가 1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월 사용자도 5억 명 이상이지만, 캐나다, 유럽, 호주 등의 점유율은 왓츠앱이 더 높고, 페이스북 메신저의 사업이 미국처럼 가능하리라 보기 어렵습니다. 당장 카카오톡이 지배한 한국에 도입했을 때 어떨지를 생각해보면 간단하죠.
 
 이런 점에서 왓츠앱이 페이스북 메신저의 전략을 흡수하는 건 여러모로 장점이 많습니다. 왓츠앱은 페이스북과는 다르게 좀 더 나은 보안 메신저라는 인식이 강하고, 페이스북에 인수되었음에도 별도 서비스로 인지할 수 있을 만큼 페이스북과 동떨어져 있습니다.
 
 해당 사업이 왓츠앱의 새로운 약속이라면 페이스북이 도입했을 때와는 다른 분위기를 이끌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페이스북 메신저가 약한 지역에 페이스북 대신 비슷한 사업 점유율을 가져오면 페이스북이 놓칠 수 있는 부분을 뒤받칠 수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via_TechCrunch


 왓츠앱은 제대로 이익을 낸 적이 없습니다. 무료로 제공하는 경쟁 서비스들과 경쟁에서 수익 모델을 고민하던 중 페이스북이 인수했고, 페이스북의 지원으로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었으므로 굳이 자신들의 특별함을 버리면서까지 이익에 집착할 필요가 없었던 겁니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왓츠앱을 19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인수했고, 왓츠앱을 인수한 의의를 언젠가 증명해야만 합니다. 이에 왓츠앱이 유료 서비스를 포기하고, 페이스북의 전략을 받아들이면서 투톤 전략을 구성했다는 건 이제 본격적으로 왓츠앱의 가치를 보여줄 시기라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아직은 해당 사업에서 페이스북도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진 못 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왓츠앱이 새로운 성장 지점을 찾을 수 있을지 매우 흥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