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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FaceBook

마크 주커버그, 무료 인터넷 논란에 영리하게 대처하다


 지난 28일, 필자는 '페이스북, 무료 인터넷과 망 중립성'이라는 글을 통해서 인도 정부가 페이스북이 주도하는 인터넷닷오알지(internet.org)의 무료 인터넷 보급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인도 정부가 주장하는 망 중립성 위배에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마크 주커버그, 무료 인터넷 논란에 영리하게 대처하다
 
 인터넷닷오알지의 인터넷 보급 프로젝트인 '프리베이직스(Free Basics)'은 인도의 통신 기업인 릴라이언스 커뮤니케이션(Reliance Communication)가 제휴하여 진행되고 있습니다. 릴라이언스는 페이스북의 지원으로 좀 더 넓은 영역에 인터넷을 보급할 수 있게 된 것인데, 이를 정부가 개입하여 막는 것조차 망 중립성을 위배하는 것이라는 게 필자의 의견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사자의 수장인 마크 주커버그도 입을 열었습니다.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는 인도의 일간지인 타임스오브인디아(Times of India)에 프리베이직스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 반박하는 내용의 글을 기고했습니다.
 
 그는 '우린 책을 무료로 제공하는 도서관을 이용하지만, 도서관은 모든 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좋은 세상을 제공한다. 우린 무료로 제공되는 기본 의료 제도를 가졌지만, 공공 병원이 모든 치료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생명을 구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페이스북이 인도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서비스로는 구글이나 트위터 등 웹 사이트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텍스트 위주로 제공하는 페이스북을 비롯하여 빙 검색이나 BBC 뉴스 등을 이용하는 게 고작입니다. 대신 무료인 거죠. 비평가들은 페이스북이 경쟁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고자 인터넷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주커버그가 한 말의 의미는 무료로 제공하는 인터넷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제한되어 있지만, 어쨌든 인터넷에 접근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에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도 정부는 그걸 인터넷을 제공하는 업체가 관여하는 것은 망 중립성 위배라고 지적한 거죠.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 어쨌든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가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에 제한을 두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프리베이직스의 의미에 깊게 들여다보면 주커버그의 말은 일리가 있습니다.
 
 


 '페이스북, 무료 인터넷과 망 중립성'에서 말했듯이 페이스북이 주도하는 인터넷닷오알지가 지원하고, 제휴한 릴라이언스가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런데 릴라이언스는 페이스북이 지원하지 않고는 프리베이직스를 실행할 이유가 없습니다. 무료 인터넷이 주로 보급되는 지역은 도시와는 떨어진 시골 마을이며, 통신사가 이익을 보기 힘든 곳입니다. 인도처럼 면적이 넓다면 더욱 도시에 집중할 수밖에 없죠.
 
 고로 페이스북이 프리베이직스를 진행하기에 그나마 릴라이언스가 시골이나 오지에 인터넷을 보급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들이 제한적인 서비스만 이용하더라도 프리베이직스가 아니었다면 인터넷에 아예 접근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죠.
 
 또한, 프리베이직스는 무료입니다. 무료로 제공하기에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 많은 사람이 인터넷 자체에 접근하게 하는 것에 목적이 있습니다. 모든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다면 트래픽 증가에 따른 비용 증가로 보급에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주커버그는 '프리베이직스를 통해 접속한 페이스북에는 광고를 탑재하지 않았다.'라면서 '페이스북이 금전적으로 얻은 이득은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페이스북 회원은 늘릴 수 있겠지만, 시골 마을이나 오지에서 얼마나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이익을 낼 수 있을지 검증된 바가 없습니다. 한 마을에 10명이 이용한다고 가정하자면 인터넷을 제공해서 10명을 확보하는 게 어떤 이익인지 미지수라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광고를 제공하더라도 당장 적극적인 구매자가 될 리 없을 테니까요.
 
 즉, 프리베이직스로 페이스북이 얻는 이익은 없지만, 최소한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니 문제 될 게 없다는 주장이 됩니다. 반대로 말하면 '이런 식이 아닌 다른 어떤 방법으로 인터넷을 보급할 텐가?'라고 되묻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익이 없다고 잘라 말했고, 만약 구글이나 유튜브를 제공했을 때는 처음 인터넷에 접근하는 그들은 광고부터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이 돼버리니 말입니다. 어느 쪽이 더 나으냐고 선택지를 제시해버렸죠.
 
 그는 '사람들이 인터넷에 접근하는 것으로 심각하게 벌어진 격차를 줄일 수 있고, 10면 중 1명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서비스가 제한적인 것과 관계없이 인터넷 보급을 통한 정보의 제공과 빈곤 탈출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단안을 내린 겁니다.
 
 이는 경쟁사인 구글을 향한 메시지가 되기도 합니다. 구글도 페이스북과 비슷하게 오지에 무료로 인터넷을 제공하는 계획을 진행 중입니다. 단지 주크버그의 발언 탓에 프리베이직스처럼 비슷하게 서비스를 제한하더라도 광고를 실어 이익 사업을 하기 껄끄러운 상황이며, 서비스를 제한하지 않으면 기껏 제공한 인터넷으로 경쟁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는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주커버그가 오직 공익을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어쨌든 경쟁 서비스보다 프리베이직스 이용자가 페이스북으로 인터넷에 접근하게 되는 건 변하지 않습니다. 경쟁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게 하면서 해당 이용자가 빈곤에서 빠져나온다면 장기적으로는 어떤 식으로든 이익이 될 수밖에 없겠죠. 그리고 더 빠른 인터넷 서비스가 지역에 들어서더라도 해당 지역민들은 페이스북 이용에 적극적일 여지를 만들 게 됩니다. 구글이 이런 이익을 놓치려 하지 않는다면 페이스북과 비슷한 정책의 무료 인터넷을 제공해야 할 것이고,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페이스북은 프리베이직스에 대한 논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겠죠.
 
 주커버그는 논란에 대해서 상당히 영리하게 대처했으며, 페이스북이 취할 수 있는 이득까지 챙길 장치까지 마련했습니다.
 
 


 인터넷닷오알지는 최근 인도 전역에 프리베이직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인도 정부와의 대치 상황은 여전하지만, 공익성을 강조한 탓에 인도 국민의 지지는 매우 높습니다. 인터넷닷오알지가 조사한 바로는 응답자의 86%가 무료 인터넷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죠.
 
 이런 상황에서 인도 정부가 프리베이직스에 압력을 가한다면 공익성에 해치려는 것으로밖에 비치지 않을 것입니다. 페이스북이 얻는 이익도 없을뿐더러 장기적인 이익을 증명할 방법도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망 중립성에 대한 화제를 돌리는 효과도 볼 수 있습니다.
 
 주커버그의 대처에 인도 정부가 어떤 식으로 움직이게 될지, 그리고 함께 압박받은 릴라이언스의 행보는 어떨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