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FaceBook

페이스북, 무료 인터넷과 망중립성


 페이스북이 주도하는 인터넷닷오알지(internet.org)는 2013년 결성된 인터넷 보급 프로젝트입니다.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는 전 세계 3분의 2의 인구들이 인터넷을 이용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인터넷을 확산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도입하여 보급하고 있죠.
 


페이스북, 무료 인터넷과 망중립성
 
 페이스북이 인터넷 기업이므로 인터넷닷오알지의 목적이 자사 회원을 늘리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을 보급한다는 거대한 목표 뒤에 말입니다. 다만 일단 기업이 주도하여 당장 손해를 보면서 인터넷을 보급한다는 공익성이 강조되어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행보에 제동을 건 첫 국가가 나타났습니다.
 
 


 쿼츠는 '인도 정부가 인터넷닷오알지 프로젝트를 중단할 것을 페이스북에 요청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페이스북은 통신사인 릴라이언스 커뮤니케이션((Reliance Communication)과 제휴하여 인도에 무료 인터넷을 제공했습니다. 인도에서 이 무료 인터넷을 이용하면 페이스북을 비롯하여 뉴스 사이트 등에 접속할 수 있고, 빙 검색을 기본으로 제공합니다. 인도 정부가 프로젝트 중단을 요청한 이유입니다.
 
 페이스북이 무료 인터넷을 골자로 제한적인 서비스만 제시하고, 망 중립성을 위배한다는 겁니다. 망 중립성은 인터넷 사업자와 정보가 인터넷 내 모든 정보를 동등하게 생각하여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무료 인터넷을 제공하는 대신 페이스북으로 접속하게 유도하고 있으니 망 중립성을 위배했을 여지가 크다는 거죠.
 
 인도 정부의 주장을 틀렸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 쿼츠의 조사로는 인도의 인터넷 이용자 절반이 페이스북을 인터넷 그 자체로 생각하는 거로 나타났습니다. 무료 인터넷 혜택이 페이스북 접근을 유도하면서 페이스북을 인터넷 이용의 기점으로 생각하도록 한 것입니다.
 
 또한, 인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검색 엔진은 구글인데, 빙과 제휴하여 무료 인터넷의 기본 검색 엔진으로 두면서 구글과 경쟁하게 했습니다. 인터넷 사용자의 선택권이나 정보 접근을 망 제공 단계에서 방해하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인도는 페이스북이 미국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역이자 미래 성장의 발판으로 여기는 곳입니다. 인도 전체 인터넷 사용자는 2억 7,700만 명이고,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무료 인터넷 보급은 이런 인도의 인터넷 사용을 가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인도 내 인터넷 사용자가 증가하는 지역이 한정적이고, 도시를 벗어날수록 인터넷 환경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페이스북이 인터넷닷오알지를 내세운 건데, 망 중립성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서비스 제한을 줄이고, 속도가 느리더라도 여러 인터넷 환경에 노출될 수 있도록 수정하면 되죠.
 
 페이스북으로의 접근을 어렵게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점은 마케팅으로 어떻게든 채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점을 알고 있기에 인도 정부의 요청에도 페이스북은 인터넷닷오알지의 지역을 인도 전역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고, 설문을 통해서 인도인의 86%가 무료 인터넷을 지지한다는 응답을 보였다는 자료도 제시했습니다. 망 중립성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고, 실상 인도 국민들의 의사가 무료 인터넷에 있다고 주장하려는 의도입니다.
 
 이는 페이스북이 인도에서의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자 버티려는 게 아니라 인도 정부가 인터넷이 인도 전역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인도 사회는 아직 카스트라는 신분 제도를 품고 있지만, 도시 지역에서는 어느 정도 완화된 상태입니다. 단지 도시를 벗어나면 신분 제도에 따른 폐해가 여전히 깊다는 거죠.
 
 페이스북이 무료 인터넷을 보급하려는 쪽은 도시가 아닌 인도에서도 오지에 속하는 지역입니다. 인도 정부도 신분 제도의 폐해를 감시하고, 의회도 바꾸려는 행보를 보이기도 합니다. 신분 제도에서 비롯한 악행이 국제 사회의 비난으로 나타나는 탓인데, 실상 신분 제도가 깊이 박힌 오지에 인터넷이 보급되었을 때 나타날 정보 공유가 해당 문제를 가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바탕이 된 거로 보입니다. 실제 시골에서 발생한 상위 계급의 만행이 보도되면서 카스트 제도에 대한 해결책을 촉구하는 비판을 어떻게든 처리해야 하는 인도 정부이므로 단적으로도 생각할 수 있죠.
 
 그래서 인도 정부는 페이스북에 무료 인터넷 중단을 요청했을 뿐 아니라 릴라이언스 커뮤니케이션즈에 '이 계획을 미루고, 인도 전역으로 확대하는 것을 보류하라.'는 요청을 따로 전달했습니다. 사실 페이스북의 도움이 아니라면 릴라이언스 커뮤니케이션즈는 오지에 인터넷 사업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비용보다 손해가 크고, 아직 도시 지역 인프라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단계이니까요. 즉, 릴라이언스 커뮤니케이션즈만 인터넷닷오알지에 참여하지 않아도 페이스북의 계획을 무산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인도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정부가 개입하여 인터넷 보급을 막는 것 자체가 망 중립성을 위배하는 것임에도 망 중립성을 근거로 인터넷닷오알지를 지적하는 모순을 범하고 있는 것입니다. 모순을 범하면서까지 제재하려는 이유, 오지에 인터넷 보급을 막으려는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할 수 있어야겠죠. 물론 꼭 신분 제도의 폐해가 드러나는 것을 우려한 걸 추측이라 하더라도 인도 정부가 무료 인터넷 보급을 꺼린다는 걸 부정하긴 어렵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인터넷닷오알지가 내세우는 공익성을 처음으로 중앙 정부가 맞받아친 사례입니다. 현재 페이스북은 인도를 포함한 30개국 이상에 무료 인터넷을 제시하고 있는데, 인도가 망 중립성 위배나 법적으로 무료 인터넷 보급을 막으려 든다면 그 여파와 근거가 다른 30개국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여태 그럴만한 근거는 없었으니 말입니다.
 
 이는 인터넷 사업을 제3세계로 확대하려는 페이스북의 계획에 중요한 지점이 될 것입니다. 어찌 보면 페이스북이 지난 연결이라는 가능성과 망의 한계에 대한 시험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또한, 본디 무료 인터넷이 오지로 확산했을 때 문명에 접근하지 못했던 오지 사람들의 생활을 의도적으로 바꾸는 것이 옳은가 하는 우려도 있었기에 그 부분도 다시 고민해볼 차례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